이공계 학생들의 실험환경 개선 요구가 지속적으로 일고 있다. 이에 이과대 학생회도 4일 노벨광장에서 이공계 실험환경개선을 위한 실험환경예산 확충요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공계 실험환경을 직접 살펴보며 그 실태를 점검해 보았다.

  크게 △공동실험실 △전공실험실 △대학원실험실로 나뉘는 실험실 중 상대적으로 가장 열악한 곳은 공동실험실이다. 공동실험실은 소속 단과대와 상관없이 1학년 학생들이 공통 교양과목 관련 실험을 하기 위해 이용하는 곳이다. 실험기구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생이 주로 이용하는 공동실험실은 실험기구가 자주 고장나는 곳이기도 하다. 유영랑(생명대 생명공학12) 씨는 “현미경이 고장나서 장비를 3번이나 바꿔본 적이 있다”며 “앞으로 들어올 후배를 위해 실험기구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실험실의 주된 문제는 실험기구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기자가 교양화학실을 방문했을 때, 정밀한 측정을 위한 저울은 실험실 가운데 한 개 밖에 없었다. 교양 화학실을 이용한 한 학생은 “저울이 부족해 매번 줄을 서야 한다”며 “실험기구가 부족해 조교가 실험을 하면 20명이 넘는 학생이 구경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 공과대 학생은 “신입생 때 열차단장치가 없어 스티로폼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 스티로폼이 열에 녹아 안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반물리학 실험실은 외관상 큰 문제는 없어 보였지만, 실험실을 이용한 권기경(이과대 물리12) 씨는 “실험실의 장비 6개 중 3개만 작동해 3,4개 조가 한번에 모여 실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생물 실험의 경우 개구리 해부실험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사례가 있었다. 유영랑 씨는 “개구리 해부실험을 할 때 개구리가 심하게 부패돼 내부 장기가 제대로 남아있지 않고 썩은 냄새가 심했다”고 말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준비돼야 할 고글, 안전장갑 등이 비치돼 있지 않아 학생들이 사비로 안전장갑을 구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이공계 학생은 “사비로 해당 장비를 준비해가지 않으면 감점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실험실습비를 추가로 내는데 기본적인 안전도구도 비치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샛별 이과대 학생회장은 “실험실습비 명목으로 연간 200만 원 이상의 등록금을 더 내고 있지만 얼마만큼의 실험환경 예산이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본교는 실험환경 예산을 확충하고 실험실습비 사용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학과 강원경 주임은 “방학에 실험기구를 점검하고 수리가 필요한 것은 조치를 취한다”며 “현재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관리팀에서 실험실 저울 16개 구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험기구를 점검해도 정밀한 저울에 손을 올려놓는 등 학생들 부주의로 고장이 나면 후에 고장난 실험기구를 사용하게 되는 학생들의 불만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전공실험실과 대학원실험실 또한 실험기구의 현황이 열악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이상수(공과대 전기전자12) 씨는 “전기회로 실험 중 기본적인 변압기 키트가 없어 예비보고서에 작성한 실험을 진행할 수 없었다”며 “학습했던 이론을 실제 실험에 적용 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험기구 부족 외에도 실험폐수 처리나 약품처리 역시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약품이 그대로 방치되거나 폐수 처리를 바로 하지 못해 학생들이 적합한 처리를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제2공학관에서 화공과 대학원 실험실을 이용하는 한 화공과 조교는 “약품을 관리할 때 약품이 공기 중에 노출 되지 않도록 후드로 덮어 놓아야 되는데, 공기 중에 방치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화공과 대학원생은 “스포이드의 고무가 없어 스포이드 끝부분을 조심스럽게 입으로 빨아들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화공과 대학원생은 “시약의 처리가 1년에 한번 연말에 이루어져 오래된 약품은 구분하지 못해 처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안전상 그때그때 시약을 버릴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약폐수 처리를 위한 예산은 따로 편성돼 있지 않다. 생명과학대학·생명환경과학대학원 학사지원부 이동현 주임은 “돈을 주고 시약을 사서 다시 돈을 주고 시약을 버리는 행위가 반복되는 것을 억제해서”라며 “실험폐수 예산 중 남은 예산으로 일 년에 한 번 모아놓은 시약을 처리한다”고 말했다.

이상욱 기자 lsw@kukey.com
기사원문 1736호(11월 11일자) 3면
http://www.kukey.com/news/articleView.html?idxno=19924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2 09: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