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만 있고 채점과정은 비공개
상당수의 교수는 학기 말 성적 이의제기 기간에 학생의 이의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형식적인 피드백에 그친다. 한 경영대 학생은 서술형 전공시험의 피드백을 받으러 갔지만, 교수가 시험지만을 보여줄 뿐 채점 기준이나 보완 요소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차지윤(문과대 심리13) 씨도 “피드백이 없으면 부족한 점을 알 수 없어 수업을 들어도 발전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교수들은 강의 시간에 시험 피드백을 주기 어렵다는 발언을 해 학생들이 애당초 피드백을 받기 힘들게 하기도 한다. 이재헌(정경대 정외 09) 씨는 “2013년도 1학기에 수강한 전공수업에서 담당 교수가 시험지를 돌려주지도 않으면서 ‘이의를 제기하는 이유를 정확히 준비하지 않으면 점수를 오히려 깎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피드백을 받으러 가는 것이 꺼려지고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강의 돕는 ‘교육조교’의 부재
교수들은 피드백의 필요성을 이해하면서도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돼 현실적으로 피드백이 힘들다고 말한다. 특히 대형 강의의 경우 교수가 학생들의 시험과 성적을 전부 관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 조양석(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2014년도 1학기에 160여 명이 듣는 수업을 맡았다”며 “3명의 조교를 동원하여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본교에서는 ‘조교임용규정 제3조’에 따라 수업진행과 교육보조를 담당하는 ‘교육조교’를 두고 있다. 조교 업무를 담당하는 대학원 학사지원부 전영민 주임은 “본교 안암캠퍼스는 2014학년도 1학기에는 579명의 교육조교와 939명의 연구조교를 둬 단과대별로 배정했다”며 “어떤 강의에 얼마나 배정되는지는 각 단과대와 학과에서 자율적으로 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교의 일부 교육조교들은 본래 취지와 달리 실질적인 수업보조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문과대 학사지원부 위명자 과장은 “대학원에서 배정해준 교육조교들은 강의에 배정되지 않고 학과사무실에서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효성 없는 수강 소감설문
본교는 매학기 수강 소감설문에서 성적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는지를 묻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 학적수업관리팀 박두란 씨는 “담당 부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수강 소감평가에 이런 문항이 있으니 학생지도 하실 때 유념해서 피드백을 해주세요’라고 교수님들에게 안내하는 것”이라며 “수강 소감설문 결과가 안 좋게 나와도 교수에게 피드백을 의무화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 수강소감설문의 피드백 여부를 묻는 문항인 ‘나는 시험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정확한 통계자료로서 활용 될 수 없다. 박두란 씨는 설문문항의 문제점을 인정하며 “현 문항이 지나치게 막연해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다음 학기부터는 시험과 과제, 퀴즈 등으로 피드백 관련 문항을 구체화 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ㅣ 김민지 기자 minimin@
일러스트 ㅣ 홍유리 전문기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1 13: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