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8월 졸업을 앞두고 7월 21일에 지방으로 이사갈 예정인 재학생입니다.
3년 계약 기간 꽉 채우고 정이 듬뿍 든 보금자리를 떠나, 사회로 나갈 예정입니다.
제가 살던 보금자리의 다음 주인이 되실 학우님 한 세대를 구합니다.
제가 사는 집은 보증금 2천만원에 다달이 30만원을 월세로 드리는 단독주택 1층(전체)입니다.
약간 오래되었기는 하지만, 벽돌집 특유의 정감이 있습니다.
주인 할머니께서도 무척 마음이 좋으신 분입니다.
그 동안 1층에 살면서 3년 내내 시끄럽게 떠들고 쿵쿵거리고 소리를 버럭 버럭 지르며 화를 많이 냈는데도,
2층에 사시면서 단 한 번도 뭐라고 하신 적이 없는 어진 분입니다.
오히려 저희 가족이 이사가는 것을 아쉽게 생각하시며, 이것저것 챙겨주시려는 조용하고 마음씀씀이가 고운 분입니다.
현관문에 들어서는 순간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되고, 2층으로 가는 계단과 1층으로 가는 입구가 엇갈려 서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환기구가 옥상까지 뚫려 있어 단 한 번도, 습기나 곰팡이나 환기 문제로 고민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옥상 이야기가 나와서 처음으로 언급하는데, 우리 집에 이사오시면 옥상에다 직접 빨래를 너실 수 있고, 나름의 꽃밭을 가꾸실 수 있습니다.
3층이 옥상인데, 할머니가 너무 나이 드셔서 더 이상 텃밭을 가꿀 힘이 없으십니다. 그러나 흙과 나름의 텃밭 기반은 조성되어 있습니다. 만약 정원에 취미가 있으신 분이라면 찰진 검은 흙이 가득 담긴 항아리나 스티로폼 화분에 꽃이나 상추, 토마토, 고추 같은 소소한 작물을 마음대로 심으실 수 있습니다. 저도 토마토를 심어 길러서 먹은 적이 있습니다. 학교 다니느라 바빠서 아침마다 빨래를 너는 과정에서 물만 주었는데 물 준 사람의 은혜에 보답하듯 잘 자라 주어서 고마웠습니다. 3층이 있어준 덕분에 3년 내내 햇빛냄새 나는 바싹 말린 깨끗한 옷을 날마다 갈아입고 학교에 갈 수 있었습니다. 옥상에는 3년 내내 비어 있어 아무도 살지 않는 빈 옥탑방이 하나 있는데, 이 또한 토마토와 햇빛 아래 빨래와 더불어 나름의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방은 일렬로 세 개가 줄지어 있습니다. 가운데 방은 다소 작아서, 방 세 개를 방 두 개와 거실 한 개로서 이용해도 됩니다.
부엌에는 제가 이사올 때부터 가스레인지, 이것저것 놓을 수 있는 선반이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만일 학우님이 필요하시다면 제가 2012년에 51만원을 주고 하이마트에서 산 삼성전자 에어컨도 놓고 가겠습니다.(유상양도)
제가 직접 자비를 들여 설치한 입구의 자바라(보안장치스테인리스문)는 주인 할머니께 은혜를 갚고, 다음에 들어오실 학우님을 위한 마음으로 무상으로 그냥 놓고 가겠습니다.
직접 살아보니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합니다. 2층과 3층 옥상이 여름에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를 막아주고, 겨울의 추위로부터 보호해주기 때문입니다. 3년 내내 에어컨을 틀 필요가 많지 않았습니다.
창문은 동쪽으로 나 있습니다. 건넛집 너머로 아침 햇살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층에 사는데도, 지반이 높아서 창문을 열면 지상으로부터 대략 220m 정도 뜨는 바람에 사생활 침해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었습니다. 2중창에 방충망이나 창살도 달려 있어서 제대로 잠그면 매우 안전합니다.
계량기는 도시가스, 전기 모두 분리되어 있습니다. 수도 계량기는 하나인데, 2층에 주인 할머니 혼자 사시므로, 만일 학우님이 한두분의 룸메이트와 함께 사신다면 사는 인원 수에 따라 n분의 1로 나누어 내시면 됩니다. 저는 날마다 목욕하고 청소하는 바람에 물을 많이 썼는데, 두 달에 한 번 8천원 정도를 냈습니다.
모교인 고려대학교와의 관계를 말하자면,
우리 학교 라이시움에서 고려대역1번출구로 들어가 4번출구로 나와서 다리를 건너면 바로 있습니다.
보통 (죽을만큼 빨리 달려서)1분거리, 이렇게 표현들 하시는데,
저의 기준으로는 100m에 25-30초에 달하는 느릿느릿 황소걸음으로 5분동안 걸으면 집에서 학교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모교와의 가까운 거리, 싼 월세 덕분에 3년 동안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상적인 집은, 지난 인생을 돌이켜 볼 때 별로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았다면 계속 살았을 텐데 너무나 아쉽습니다.
특히 집 주인의 순박하고 따뜻하신 품성이 저의 마음을 깊이 감동시켰습니다.
굳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말하자면, 집이 오래되어 외관상 신축 원룸만큼 예쁘게 생기지는 않았다는 점, 다른 이웃 집들과 외벽이 붙어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니, 이렇게 멋진 집에서 살게되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사올 무렵,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활용하여 저당권 조회를 해 보았는데, 이전에도 지금도 이후로도 단 한 번도 저당권 설정이 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제가 살던 중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가능성 100%였던 유일한 집입니다. 주인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 집을 사신 이후 계속해서 빚 한 번 진 적 없이 2층을 지키고 계셨던, 유서 깊은 집입니다.
과제, 기말 시험 및 취업준비 기타 사무로 바쁘시겠지만
몸소 오셔서 한 번 직접 학우님이 거할 집을 보시고 이사올지 여부를 결정하시기를 권합니다.
곧 뵙겠습니다!
연락처
02-962-3957
010-6435-3957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3 03:3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