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고려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 사람'의 홍보 현수막이 훼손되고 분실됐다. 이 현수막은 학관 5층부터 1층까지 걸려있었으며, "고려대학교 게이, 레즈비언, 바이, 트렌스젠더의 입학과 졸업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현수막은 24일 오후 사라졌으며 그 자리에는 현수막을 묶었던 끈이 잘려나간 채 흔적만 남아있었다.

이 같은 사건을 벌인 사람에 대해선 아직 밝혀진 바가 없지만 현재 동아리 측과 총학생회 측이 연합하여 목격자를 찾아 나서고 있으며 경찰에도 수사를 의뢰한 상태이다. 이 현수막은 고려대학교 애기능동아리연합회의 정식 허가를 받고 걸린 현수막이므로 이는 분명히 학교 측 수거는 아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현수막을 훼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과 사람' 동아리 측에서는 이를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 즉 호모포비아 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이 벌인 테러로 보고 있다. 현재는 다시 새로운 현수막을 걸어뒀다.

이번 현수막 훼손 사건의 중심인 고려대학교 중앙동아리 '사람과 사람‘은 우리학교 유일의 LGBT동아리이다. 2003년에 중앙동아리로 인정받았으며 주로 학내 여러 가지 인권 이슈에 대하여 토론한다. 동성애 관련 영화를 상영하는 퀴어 영화제를 개최하고, 성소수자에 관련한 여러 소식을 다룬 잡지 퀴어 가이드도 매년 출간한다. 지난 22일에는 “성소수자 문제를 왜 학내에서 의논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으며 여기에는 우리학교 총학생회 등이 참석하여 논의를 나누었다. 특히 올해는 일반 학우들을 대상으로 퀴어 영화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우리학교 사람과 사람 동아리에 가입된 회원만 해도 5~60명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차가운 동성애에 대한 시선 때문에 이런 혐오포비아적인 행위도 종종 자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사람과 사람' 회장은 동성애에 대한 왜곡된 시선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동성애는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 아니며 의학계에서도 이것이 중론이다"라며 "제대로 된 정신과 의사라면 오히려 호모포비아들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덧붙여서 동아리 회장은, 일반 학생들에게 “성소수자 인권 향상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지지표명을 해달라. 페이스북 동성애 관련 영상이나 사람과 사람 글에 대해 좋아요를 누르는 방법도 좋다”라며 "우리주위에 동성애자가 생각보다 많다. 주변 사람들에게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지 않는 것을 알렸으면 좋겠다"라고 당부의 말도 전했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테러는 비단 우리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화여대 성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이하 변날)에서도 현수막이 분실된 것은 물론, 이에 대응하여 다시 써붙인 대자보조차 찢겨지는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분실된 현수막을 되찾을 순 있었으나 변날 측은 “행위자가 현수막을 되돌려주고 동아리 공공의 물품을 훼손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했으나, 동성애 혐오와 폭력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는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건들이 동성애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문제가 되는 이유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한 폭력적인 대응방식이 과연 옳은가 하는 부분이다.

이번 동아리 현수막 훼손사건 뿐만 아니라 우리학교에서는 지난해부터 대자보, 현수막 훼손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샛별(수학 11) 학우가 쓴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일간베스트저장소 사이트의 한 회원에 의해 훼손되는 사건이 벌어졌으며 이 훼손된 대자보를 찍은 사진이 사이트 내 베스트 게시물에까지 올라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또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민주광장에 설치된 김영곤 강사의 텐트도 한밤중에 누군가에 의해 크게 망가졌다. 이는 텐트 안에 사람이 있었다면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김서영(서어서문,13)학우는 “오해의 소지는 있지만, 이 현수막도 여타 다른 동아리들처럼 동아리에서 홍보차 내건 현수막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며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현수막을 가져가버리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모두에게 생각을 표현하는 자유는 보장되어 있다. 누군가 써 붙인 대자보의 내용이 내 생각과 다르다면 옆에 내 생각을 적은 반박하는 대자보를 붙이면 된다. 찢거나, 욕을 쓰는 등의 행위는 공격적이고 무차별적인 테러행위로 비춰질 뿐이다. 누구나 정당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내 생각을 표현하고 또, 서로의 생각도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아는 좀 더 성숙한 학생사회의 모습을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