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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익명
2014-07-04 04:56:32
8 / 이 루머때문에 이휘소박사님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면이 있어서 리플을 달아보는데요.
해당 루머는 기본적으로 소설가 공석하 및 김진명이 쓴 소설에 의한 것인데, 전연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이휘소박사님의 직속 제자이자, 저희 학교 물리학과 명예교수님이신 강주상 교수님께서 쓰신 '이휘소 평전'을 읽어보면 해당 루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일단 이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는 근거 몇가지를 요약해보자면
1. 일단 전공 자체가 다릅니다. 이휘소는 핵물리학자가 아닌 소립자 이론 물리학자입니다. 핵물리학, 특히 핵폭탄을 만드는 분야와 전혀 무관한 분야입니다. 기본적으로 핵폭탄의 원리란 잘 아시다시피 핵입자의 분열의 연속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휘소박사의 전문 분야는 이보다 더 작은 수준의 입자인 쿼크 등의 아원자 입자입니다. 아원자 입자의 물리적 행태를 수학적으로 풀이해내는 것이 그의 전문 분야였고, 핵분열은 그의 학문 분야와는 아주 동떨어진 분야입니다.
2. 백번 양보하여 이휘소박사가 핵분열 관련 이론에 정통하였다고 '가정'할지라도, 그는 핵개발 사업에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핵분열의 이론 자체는 1960년대 이후로 거의 모두 개방되었습니다. 실제 핵개발에 필요한 것은 핵분열의 이론이 아니라, 핵분열 이론을 현실화시켜 핵분열 기기를 만들 수 있는 핵공학 기술이었고 핵공학자들이었습니다. 해당 분야의 한국인 전문가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전공이 다른 이휘소 박사를 핵개발 사업에 일부러 투입시켰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생각입니다.
3. 과거에 러시아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해외에 있는 러시아 과학자들을 비밀리에 러시아 핵개발에 참여시킨 것인데, 당시 핵개발에 참여한 러시아 과학자들은 자신의 대외적 연구 성과가 엄청나게 떨어졌습니다. 핵개발에 참여하여 자신의 연구를 못하니 당연한 현상이죠. 그러나 이휘소 박사는 사망 시기까지 부침없이 엄청나게 활발한 연구성과를 나타내며 입자물리학 분야에 두각을 드러내는 과학자였습니다. 사실상 이러한 연구성과를 나타내며 핵개발에 참여했을 것이라는 가정은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4. 공석하 작가가 주장한 '대통령이 이휘소 박사에게 직접 전달한 편지의 존재' 및 '어머니와의 편지에서 핵개발 내용이 있었다. 등의 주장은 모두 거짓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5. 심지어 이휘소 박사의 부인은 이휘소 박사가 독재정권 치하에서 핵개발에 참여했다는 루머가 돈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해당 작가들을 고소하고, 이후에는 한국과 연을 끊고 살고 있습니다.
이 이외에도 이휘소와 직,간접적으로 알고있는 사람들의 수많은 증언과, 정황설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소설'에서 기인한 루머 하나로 이휘소 박사가 핵개발에 참여헀다는 오해가 도는 것은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해당 루머로 인해서 진실로 우리 나라에서 존경해야 할 과학자가
'독재정권 치하에서 핵개발을 한 과학자, 그러다 미국의 사주로 죽어버린 과학자' 로 남게 되는 것은
그분이 남기신 엄청난 연구성과를 정당하게 평가하지 못하는 방해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핵개발이라는 루머를 벗겨내고 이휘소라는 과학자 한 사람을 봤을 때, 그는 지금 현대 물리학계 전체를 관통하는 '표준모형' 수립에 지대한 공헌을 한 과학자이며, 인류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한 혁신가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과학에 뜻을 품게 한 존경하는 분이 이러한 오해를 받는다는 것이 안타까워 리플 남겨봅니다. 부디 이분에 대한 루머가 깨끗이 사라져 수많은 미래의 과학도들이 이휘소 박사님을 보며 꿈을 키워가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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