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토요일
자기 전에 이층 침대서 뛰내리다가 발가락을 다쳤는데 피멍이 들었다. 지옥의 고통을 느꼈는데 갑자기 머리속에 영화 식코가 떠오르면서 (근데 막상 영화는 안 봄(충격)) 병원 갈 엄두도 못내고..뭐 그냥 타박상이겠지..거기에다 친한 후배가 부러진건 아닌가 보다는 조언까지 해주어서 그냥 참기로 했다. 근데 발 딛고 서보니까 엄지발가락 밑에 왠 구슬을 하나 깔고 걷는 기분..아 액땜이라 생각해야겠다.
**여기서 부연 설명하자면 약 3일 간 절뚝 거리다 얼추 걸을 수 있게 되었고 약 일주일 뒤에는 후다닥 잘 걸어다니게 되었고 이날로부터 약 10일간의 여행을 마친 후 귀국 후에도 약 일주일간 신나게 뛰어 다니다가 혹시나 해서 병원 가서 엑스레이 찍었더니 최홍만 vs 마이티모 1탄에서 홍만이형 안면에 마이티모 펀치 직격하듯 아주 깔끔하게 족지골 골절..안...안단티노!! (정열맨에 대한 오마쥬)
문제의 싸구려유스호스텔. 지금은 싸쎄의 소유가 된 나의 메신저백.
새벽 2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아침 7시에 번쩍 눈을 떴다. 바람도 쐴 겸해서 밖에 나가 보니 뉴욕에 온거 같다. 개 데리고 산책하는 동네 주민들과 기타 등등..Peter형을 만나기로 했는데 오늘 아침에 워싱턴에서 출발한다고 해서 올 때까지 시간을 때워야 했다. 뉴욕에 거주중이던 학교 선배님이랑 후배한테 전화해보았는데 받지를 않는다. 뭐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에 숙소로 다시 들어가 대충 씻고 발에 물파스를 바르고 (타박상인줄 알고 며칠간 계속 발랐는데 골절상에다 물파스를 처바르고 있었다니..) 나갈 준비를 하였다. 준비를 마치고 잠시 침대에 누워 졸고 있었는데 하루 룸메였던 인도인 (으로 추정 되는 사람) 들이 무슨 방안에서 팔벌려 뛰기를 하고 있다..이 지옥같은 놈들아..밖에 처 나가서 해..시끄러워..이 빌어먹을 땀내..
대충 누워서 개기다가 캐리어를 끌고 다친 발을 이끌고 체크아웃을 하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한 5분간 걷다보니 발가락이 없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도 때워야 되고 뭐 이른 아침에 마땅히 할 일은 없고 해서 그냥 무작정 걸었다. 센트럴 파크를 따라 주우우욱 남쪽으로 걸어 내려왔다. 센트럴 파크를 보니 진짜 뉴욕에 온거 같다. 아 이 미친 미국 조깅쟁이들 미친듯이 조깅하고 있다. 애플 홈페이지에서 암밴드에 아이팟 달고 음악을 들으며 조깅을 하는 모습은 그냥 프로모션 이미지인 줄 알았는데 이 동네서 그러고 있더라. 기냥 사방 팔방에 이 미친 조깅쟁이들..누나들....사랑해요..(미침)
사진을 개떡으로 찍어서 잘 안 나왔지만 어쨌든 조깅 허벌나게 하더라.
거의 30분간 걷다 보니 (발가락은 이미 nirvana......커트 코베인..아퍼..살려줘...) 갑자기 자연사 박물관이 틱 하고 튀어나왔다. 아 깜짝이야! 부상당한 발을 식히기 위해 (이미 표정은 지역 갱스터도 쫄게 할 만큼 일그러져 있었다.) 그 곳에서 한참을 앉아있었다. 텍사스에 어학연수 와 있는 후배한테 그냥 뉴욕으로 튀어오라고 전화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미친 거리를 그냥 오라고 하다니..나는 나쁜 선배..(물론 결국 그 후배는 뉴욕으로 왔다(정보))
자연사 박물관. 관람은 거의 일주일도 더 되서..
Peter형에게 전화를 했더니 타임스퀘어 어디선가에서 보잔다. 영어를 개못하는 관계로 어디인지 자세히는 못 알아 들어서 우선 타임스퀘어 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자연사 박물관 옆에 있던 지하철을 타고 미드 타운 쪽으로 건너왔는데 아 진짜 지하철 분위기 완전 소울 넘친다. 맥스 페인에서 본 그대로인거 같아..지하철에서 왜 화장실 냄새가 나는거야..너무 지옥 같아서 사진도 못찍었다 (사실은 생각만 하고 계속 까먹음). 콜롬버스 서클 역인가 하는 곳에서 내렸는데 나오니까 아 사람 진짜 개많다. 여기 뉴욕 맞나 보다. 위치가 센트럴 파크 구석탱이 입구쪽이었는데 사람들도 개 많고 왠 행위예술가로 추정되는 그냥 앵벌이 느낌의..사람도 있더라. 석상 처럼 서있는 뭐 그런거였는데 돈통에 돈 넣으면 퍼포먼스도 하는데 이거 먹어주더라 돈도 꽤 많이 벌던데..역시 아메리칸 드림..(미침) 한참을 앉아있었는데 이번엔 왠 교회에서 나온 선교단?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찬송가 부르고 춤춘다. 와 근데 흑인들이 부르니까..완전 갑자기 미친 소울 작렬..기냥..이거 되는거다.
문제의 콜롬버스 써클
콜롬버스 써클 앞 교차로
고 앞에 있던건데 타임 워너 센터란다 (나중에 가이드북 보고 암)
사진에 보이는 문제의 행위 예술가
Peter형한테 다시 전화해보니까 차가 너무 막혀서 맨하탄으로 못들어 가겠다고..뉴저지로 나오란다. 아 이거 완전 미션이다. 미국 처음와서 정신 없어 죽겠는데 시외버스 터미널 가서 버스 타고 나오라니..간신히 정류장으로 이동해 한참을 헤메다 티켓을 사서 약속 장소로 이동하였다. 무슨 Park & Ride라고 공용주차장 삘 나는 곳이었는데 (영어 병신) 개넓어서 또 통화로 한참 헤메다가..지나가는 경찰이랑 통화시켜줘서 겨우 어디 있는지 찾았다. 걸어가다 보니 멀리서 휘익- 하고 들리는 휘파람 소리. 드디어 만났다. 거의 3개월 전에 일본에서 거의 지나가는 인연. 미국 까지 와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몰고 온 차에 탑승하였다 (이렇게 20여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외제차를 타보았다). 차를 타고 우선 이동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래는 뉴저지에 무슨 리조트 단지에 있다는 피터 (한/영 전환하기 귀찮아서 지금부터 그냥 피터로 쓰기로 함(충격)) 형의 별장에서 묵기로 했는데 오마이갓..나 출국하는 날 팔렸단다. 순간 공황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그..그럼 어디서 자 나는? 숙소비 하나도 안 들고 왔는데? 노숙? 아 군대 꼭 가고 싶었는데 이렇게 미국에서 생을 마감..어쨌든 이야기를 하다보니 우선 워싱턴으로 먼저 가잔다. 자기가 이것저것 미국이 어떤식으로 돌아가는지 조언도 해줄 수 있고..그렇게 익숙해지고 뉴욕 가면 훨씬 편할꺼라고 하드라. 뭐 나야 지금 선택의 여지가 있나. OK 하고 우선 그의 리조트로 가보았다.
아..겁나 멀었다. 이래서 내가 면허 있으면 거기 있던 자기 차 쓰라고 한거였구나..도착해보니 내가 생각한 리조트의 규모가 아니었다. 사방팔방에서 골프 치고 있고 무슨 차로 한참을 들어가..리조트 단지에는 콘도도 있었는데 주인이 휴 헤프너란다..세상에! 그 콘도에 있는 클럽 하우스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는데 버거가 맛있다고 해서 버거를 시켰다. 버거 주문하는데 How's your steak는 왜 물어보나 했더니 나중에 보니까 이게 내가 먹어본 그런 버거가 아니더라. 아 완전 미친 맛의 버거였다. 역시 여행은 사람의 시야를 넓혀준다 (병신). 점심을 먹고 내가 묵을 뻔 했던 그의 별장으로 가보았다. 아 진짜 개넓더라..세상에..차고에는 내가 면허가 있었다면 몰 수 있었던 차가 있었는데 BMW 335i 였다. 차에 대해선 지식이 전무했지만 왠지 좋아보여..터보도 2개인가 달았다고 하던데..그 차로 갈아타고 시속 100km 까지 3초 약간 넘게 걸리는 그런 인생 최초의 경험도 해보고 무교인데 신에게 기도도 해보고..흑인이랑 같이 BMW타고 힙합음악 볼륨 맥스로 (차가 울림) 틀고 드라이브도 해보고....아 나의 간지지수가 덩달아 같이 상승하는 기분이었다. 드라이브도 좀 하고 (리조트 돌아보는데만 한참이 걸렸다.) 피터 형의 별장 거래 때문에 변호사 만나고 계약자 만나고 집 보러 온 사람 만나고..그의 말을 빌자면 '비즈니스 트립' 을 하였는데 뭐 지루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첫인상이 중요한건데 미안하다고 엄청 사과했지만 나름 색다른 경험이었기에 괜찮다고 했다.
문제의 리조트 단지의 극히 일부분
문제의 BMW
슬슬 워싱턴으로 출발하였다. 저녁을 먹고 가려고 했는데 클럽하우스에 사람이 꽉차서 피터형이 아는 근처 음식점으로 가기로 했다. 차로 약 30분을 달려서 '근처' 음식점에 도착하였고..무슨 브리또인가 하는 멕시코 음식을 먹었다. 뭐 메뉴를 봐도 뭔지 알아야 주문하지..대충 시켜서 먹었는데 꽤 맛있었다. 이것 역시 얻어먹었다 (점심도 얻어 먹었었음) . 그렇게 저녁을 먹고 지옥의 긴 여정을 시작했다..미국 도착 하자마자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이동이라니..시차에 5시간 밖에 못자서 중간에 기절했었는데 깨워서 일어나보니 2시간이 지나있더라. 밤 10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다. 내가 운전을 못해서 그냥 조수석에 깡으로 앉아있으니 졸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뭐 피곤해 보여서 냅뒀지만..자기도 졸면 큰일나니까 이제 계속 깨어있으랜다. 그렇게 하아아아안참을 달려 어느새 시간은 흘러 8월 10일이 되었다.
----다음편으로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0 01:46: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