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연에 관련해서는 길게 쓸 맘도 없네요.

2001년 돌연 해체 이후에 보컬인 빌리를 중심으로 재건되었기 때문에
중심을 다시 잡을 필요가 있었다는 점과 새출발을 알려야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전의 스매싱펌킨스와 선을 그을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래서 엉망진창인 셋리스트 꾹 참고 보러갔습니다.

스매싱펌킨스는 4인조의 감수성 넘치는 얼터너티브 밴드였습니다.
곡이 하드하든, 혹은 하드하지 않든 스매싱펌킨스는 어쨌든 그 특유의 감수성을 녹여냈기 때문에
사운드가 강렬하거나 강렬하지 않아도 인상깊은 노래가 되고, 공연이 되었습니다.
2000년의 내한이 그랬습니다.
이번의 스매싱펌킨스의 공연에서는 무엇인가 컴플렉스가 느껴졌습니다. 조급함 같은 것이지요.
어차피 세션 없이 4명이 얼터너티브로 낼 수 있는 사운드의 강력함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한계를 이펙터와 스피커의 볼륨으로 메울 생각을 하다니요...
멤버 소개를 전후로 좀 나아지면서 tonight, tonight까지 괜찮아지나 했더니 앵콜가서 똑같아졌습니다.

앵콜까지 정해진 2시간을 절묘하게 채우는 비인간적인 치밀함.
진짜 팬들에 대한 애정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시큰둥한 퍼포먼스와 제스쳐들.
(자기들은 한다고 했겠지요. 근데 공연 여러번 다녀오면 딱 드는 느낌같은 것이 있습니다)
정체와 역할과 비중을 알 수 없는 바비인형 같은 베이시스트.

보고 나오니 간단한 기념품이나 앨범 부스, 간단한 프로그램 페이퍼조차도 안 만든 무성의함이 새삼 더 와닿았습니다.

간만에 본 아주 기대 이하의 공연이었습니다.

p.s 매우 허접했던 공연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한 3-4만원이었으면 나름 뭐 그려러니 하고 재밌게 보고 왔을 수도 있었겠네요.
     하지만 제가 보러간 공연은 '스매싱펌킨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