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리뷰게시판에 유럽여행기 쓰다가
반 고흐 미술관이 너무 길고 파고드는 것 같아 문화교양 게시판에 따로 씁니다. (여행기에는 간략히 줄임)

미술 + 음악이란 발상 자체가 무척 신선하게 느껴져서
빈약한 수준의 감상이나마 써봅니다.
감상이라고 할지 단순 소개라고 할지도 고민될 정도로 민망하나 신선하실지도.

생각보다 적었던 고흐의 그림보다도, 옆에 있는 쿠로카와 관이 더 흥미로웠어요.
일본이 후원했나 보다 하고 왔는데,
지금 찾아보니 일본의 건축가 쿠로카와 키쇼라는 사람이 디자인한 신관(Exbition wing)이에요.
지금 쓰는 이야기는 주로 여기에서 본 것입니다.

안네의 집처럼, 반 고흐 미술관도 학생할인이 없어서 입장료가 많이 들었어요.
가이드북에는 고흐 그림은 2,3층에 주로 있다고 했는데
그림의 배치가 바뀐 건지, 1층에도 고흐의 초기작품 몇 점이 있었어요.
벌써 한 층 끝인가 하다가, 2층 안가도 지하 1층으로 오니
고흐 미술관(상설전시)에 연결된 별도의 건물 쿠로카와 관(특별전시용?).


상징주의 - 자연의 꿈 : 고흐에서 칸딘스키까지
symbolism - dreams of nature : symbolism from van gogh to kandinsky
라는 이름의 전시에 겸사겸사 갔어요. 입장료 본전 좀 뽑아보려고.

엄청 신선한 것이, 그림 몇 점을 뽑아서 같은 제목(주제)의 음악 작품을
그림을 보면서 들을 수 있게 되어 있었어요!
두 곡씩 묶어서, 클래식 곡 하나, 현대곡(노래) 하나에요. 다 들었습니다.

그림 앞에 의자가 있고, 그 옆에
아이패드가 있고 헤드폰이 두 개씩 달린 곳이 몇 곳 있었어요. 아이패드를 이렇게 활용하다니!!
그림을 보러 온 것인지 음악 들으러 온 것인지. 어쨌든 그렇게 있었어요.

처음에는 시벨리우스의 곡 Aallottraret, op.73(The oceansides, 1914)과 어떤 노래(!)를 들었어요.

다음에는 Arnold Bocklin의 The island of the dead(1886)이란 그림을 보며
라흐마니노프의 '죽음의 섬(op.29, 1909)', 노래 하나 들었어요.
전부터 이름만 아는 정도의 곡이었는데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노만 치지 않고
관현악에도 꽤 몰두했구나 하는 느낌이었어요. 교향시다운 분위기?
라흐마니노프의 이 곡은 '캐리비안 해적' 등의 영화음악으로 써도 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래는 Rykarda Parasol이란 사람의 Isle of the dead(O mi, o my, 2012)라는 곡이었어요.

다음에, Alphonse osbert의 Evening poem(1897)이란 그림을 보며
에릭 사티의 Prelude de la porte heroique du ciel(The heroic gate of heaven, 1894)라는 피아노곡과
Elfin Saddle의 unshroud(2012)라는 곡을 들었어요. 저녁 풍경같이 고요하고 사색적인 느낌.
노래 쪽은 의외로 가사가 일본어여서(전반부) 깜짝 놀랐어요. 여기까지 듣고 다시 본관을 마저 보고 왔습니다.

배고파서 나가서 간식 사먹고 다시 들어와서 마저 봤습니다.
Mikalojus Konstantinas Ciurlionis(1875-1911)의 Prelude in G VL 338이란 피아노곡,
Akward i의 Rock is the road(2012)라는 노래를 같이 들었어요.
놀라운 것이, 이 음악들이 묶인 그림과 피아노곡이 같은 사람 작품이에요!
한 가지 테마에 대해 이 사람의 생각이 음악으로 표현되면 이렇고, 그림으로 표현되면 이렇구나 하고 신기해 했어요.
하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다 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되고 묻히겠구나'하는 씁쓸한 생각도 들었어요.

Jens Ferdinand Willumsen의 Sun shining on the southern mountains(1902) 그림을 보며
Frederick Delius의 On the Heights(Paa Vidderne, 1892)란 관현악곡,
House of cosy cushions의 Mountain(2012) 들었어요.

칸딘스키의 Cossacks(1910-11) 그림을 보며
쇤베르크의 Five pieces for orchestra - colours(Funf orchesterstucke - Farben, 1909) 들었어요.
'무려' 사이먼 래틀 지휘로 듣는데, 처음부터 음산한 불협화음. 짧아서 다행이었어요.
노래는 Bird on the wire의 Le petit prince(2012).

마지막으로 James abbott McNeil Whistler의 Nocturne : blue and silver - Chelsea(1871)라는 그림을 보며
드뷔시의 'Nuages', part 1 of Nocturnes(1897-99),
Ormonde의 wrestler(2012)를 들었어요. 목소리 괜찮았어요.

어머니는 노래를 더 좋아하셨지만, 저는 이쪽이 더 어려웠어요.

고흐 미술관인데 정작 고흐 그림은 얼마 없어요.
여기 없는 고흐 그림이 많은 것 같아 약간 실망이지만 '까마귀가 나는 보리밭'이 강렬했어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0 16: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