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방학이 왔습니다. 게다가 날씨가 추워졌다고 집에서 뒹굴거리기 보다는 사고의 근육을 단단하게 키워보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독서 수준이 아주 미천한 제가 이런 글을 철판깔고 써봅니다. 서로 이 책 저 책 추천도 해보고, 서로의 짤막한 감상이라도 쓰면서 의견을 공유하고 발전하는 호랑이들이 되었으면 하는 취지입니다.
1. 국화와 칼
2차 세계대전 이후, 베네딕트가 일본에 대해서 분석을 한 책입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일본은 매우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와 상당 사고체계가 다릅니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런 일본인의 사고의 기틀을 잘 분석해주었습니다. 이는 일본 옆에 사는 우리에게 지피지기의 자세로 독도, 위안부 등의 문제를 볼 수 있게 도와주는 틀이 될 수 있기에 추천합니다.
2. 넛지 -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인센티브와는 다르게 사람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방법 '넛지(nudge)'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급식순서를 바꾸어 비만도를 낮추어보려고 하는 이야기 등등 실제적 예시들을 많이 들어 설명합니다. 넛지라는 재밌는 아이디어를 배웠지만 솔직히 아직 이를 제 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해볼까 라는 수준까지는 접근을 못하겠더라구요... 시간날 때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중 하나입니다.
3. 선비답게 산다는 것 - 안대회
옛 선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인생관을 보면서 옛 사람들이 오히려 더 지혜롭고 뛰어난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끝없는 자기반성과 자기 수양을 보면서 선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요새 인터넷에서 'x선비' 등등 선비에 대한 부정적인 비꼼 등이 많지만 부정해서는 안 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유사한 책으로 '책만 읽는 바보(안소영 저)'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만 읽는 바보가 더 재밌었습니다.
4. 교양있는 엔지니어 - 새뮤얼 C 플러먼
공대생이라면 한 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책입니다. 엔지니어라는 직업의 등장과 그 교육과정의 변천사 등을 속시원하게 알 수 있는 책입니다. 저자도 물론 공과계열 출신이라 좀 더 공대생들의 현실에 대해 잘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졸업 직후에는 기술적 교육, 졸업 10년후에는 경영, 경제에 대한 교육, 20년 뒤에는 리더쉽, 삶의 의미, 인문학이 학창 시절에 받았어야할 교육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갓 졸업한 선배들이나 아버지께 들은 이야기들이 오버랩되어 기억에 남습니다. 결국 기술적 세계와 인문적 세계로 이원화되고 있지만 엔지니어링은 '사회의 요구'에 의해 나왔다는 걸, 돌아가야하는 것은 사회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줍니다. 원제는 'Civilized Engineer'입니다.
5. 레너드 번스타인 - 배리 셀즈
20c를 대표하는 지휘자 중 한 명인 번스타인의 평전입니다. 음악적인 면에 비해 정치적인 면이 부각되어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번스타인 하면 대부분 '지휘자'로만 생각을 많이들 하시던데 번스타인은 '작곡가'로도 큰 재능을 가지고 있던 사람입니다 ㅠㅠㅋㅋ 그리고 카라얀은 '황제'라는 별명이 강한 카리스마로 인해 붙었지만 번스타인은 그보다는 단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어서 카라얀 평전과 비교해 읽어보시면 더 재미있을 듯합니다. 클래식쪽에 관심이 많다 번스타인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하시면 읽어보셔도 좋은 책이라 소개합니다. (사실 정말 소개하고 싶었던 책은 말러 평전인데... 너무 두꺼워서 제가 읽다말아서...구스타프 말러-현대 음악의 경계를 걸어간 작곡가-옌스 말테 피셔 지음 이정하 옮김 을유문화사 입니다. 참고로 고대 선배님이 번역하셧다죠)
6. 유토피아 - 토마스 모어
리영희의 '대화'와 함께 '과거로부터 배운다'라는 말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해 준 책입니다. 일반적으로 고전이라고 분류하지만 소크라테스나 다른 사상가들과는 다르게 매우 직관적이고 쉽게 자신의 의견과 사상을 풀어내고 있는 토마스 모어를 보며 '글은 이렇게 써야하는데'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산주의에 찬한다는 이야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비평이 있지만 소련의 공산주의와 모어의 공산주의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저에게 상당히 재밌는 주제로 다가온 내용이 두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쾌락의 도덕성'과 그 반대편에 있는 '고통의 부도덕성'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내수를 채우고 잉여자원만 수출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과거의 사람들의 생각에서 현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잠시라도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7. 부분과 전체 - 하이젠베르크
이 사람은 천재다! 라고 책 읽는 내내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이젠베르크가 철학, 음악 등에도 뛰어난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분야안가리고 깊은 사고의 폭을 가진 사람이라 경이롭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양자역학을 수박을 핥아보니 저 대단하게 느껴져서 읽은 책입니다. 고등학생 때 한 번 읽었는 데 뭔말인지 잘 모르겠다란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다시 읽어보니 천재 천재 라는 말밖에 안나옵니다... 이지성씨가 쓴 '리딩으로 리드하라'라는 책을 읽으면 하이젠베르크와 아이슈타인에 대해 짤막하게 나오는 데 다방면으로 깊은 독서를 한 분들이더라구요.. 전 아직 미적분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은데 이 분은 어린 나이에 미적분을 떼버리셧죠.. 사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교양있는 엔지니어'와 비슷합니다. 사회와 공학을 떼고 생각하려하지말자 라는 것이죠..
다 읽으신 분들은 올해 읽은 책 중 함께 나눠보고 싶은 책 한권씩이라도 소개해주고 가세요 ㅋㅋㅋ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19 13:38: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