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로댕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남녀의 깊은 입맞춤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 외에는 어떠한 묘사나 설명도 없지만, <지옥의 문(Porte de l'Enfer)>을 위해 구상되었던 것이다. <지옥의 문>이 단테(Alighieri Dante)의 <신곡(La Divina Commedia)>에 등장하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이 작품 역시 <신곡>의 에피소드인 프란체스카(Francesca)와 파올로(Paolo)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프란체스카는 13세기 말 귀족의 딸로, 결혼을 했음에도 남편이 아닌 시동생 파올로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서로 마음을 애태우던 이들이 사랑의 첫 키스를 나누는 순간, 남편이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되고 그들을 활로 쏴 죽였다. 금지된 사랑을 나누던 남녀는 지옥에서 그 죗값을 치르고 있었고, 단테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여러 작가들에 의하여 회화나 조각 작품으로 표현되었다. 하지만 로댕은 여느 작품들과 다르게 이 인물들을 알 수 있는 어떠한 장치나 상세한 묘사를 하지 않았다. 단지 대리석을 깎아 인체의 사실적이고도 부드러운 곡선과 동세를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비록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이야기를 우리가 모른다고 할지라도, 연인이 서로를 갈구하며 겹쳐있는 모습을 통하여 인간의 사랑 그 자체를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로댕은 이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즉 죄악을 저지르는 순간을 표현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 사랑의 결실이 맺어지는 때라는 것, 그리고 이 모습이 너무나 완전한 인간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고통스럽기 보다는 아름답게 보인다. 이러한 점이 '지옥의 괴로움'이라는 테마와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후에 로댕은 이를 <지옥의 문>에서 제외하였다. 대신 이 작품은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 여러 번 전시되었고, 로댕의 다른 작품들처럼 여러 점으로 복제되었다. 특히 이 작품은 1898년 살롱전에서 <작가 발자크에 대한 경의(Honoré de Balzac, écrivain)>와 함께 전시되었는데, <작가 발자크에 대한 경의>는 혹평을 받았지만, 이 작품은 많은 이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엔씨미디어 (출처:네이버 미술)

-주저리-

왜 이렇게 남녀가 입을 맞대는 미술작품에 관심이 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입맞춤>은 분명 '구스타브 클림트'의 <키스>와 다르다.

우선 남자의 손은 여자를 감싸 안는다기 보다는 머뭇거리고 있다.
아직 키스를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남자의 왼손의 위치는
여자를 감싸지 않고 바닥을 짚고 있고 오른손만이 살포시 여자에게 얹어져 있다.
이는 형수에게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형수이기에 망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몸의 자세는 그저 평소 사람이 앉아있는 자세에서 많이 다르지 않고
그의 고개 역시 각도가 많이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 입맞춤에 대한 남자의 적극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나 남자의 고개가 여자쪽으로 숙여져 있고
여자가 몸을 눕혀들어가는,덮치는 바로 그쪽이 아닌
반대쪽,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기습키스를 당했을때의 각도가 아닌
어느정도 키스를 수용하는 각도라는 점을 봤을 때
그 역시 그녀에게 키스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다.

반면 여자는 한 팔은 남자의 머리를 감싸안는듯 하고
다른 팔은 남자의 팔을 붙잡으며 결과적으로는 남자를 끌어안듯이 입맞춤을 하고 있다.
여자의 왼쪽 발은 남자의 오른쪽 발 위에 놓여져 있고 마치 남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다리로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자는 어찌보면 남자의 무릎위에 살짝 걸쳐있는 듯 하다.
남자과 비교할 때 몸도 많이 비틀어져 있고 고개도 많이 돌아가 있는 것을 보면
이 입맞춤의 시작은 여자쪽에서 시작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자세로 보아 이 둘이 입맞춤을 시작한 것은 아주 방금 전이거나
아니면 불과 몇 초 지나지 않은 상태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그들이 앉아있는 자리 역시 <키스>의 배경만큼이나 주목할만 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자가 앉은 자리의, 여자의 다리가 있는 바위의 각도이다.
아랫부분이 윗부분보다 많이 패여있어 역삼각형의 느낌을 주며
보통 역삼각형은 안정된 느낌보다도 위태로운 느낌을 준다.
그들의 금지된 사랑으로 인한 입맞춤은 두 남녀의 아름다운 설레임의 느낌보다
뭔가 불안하고 위태로운, 사랑의 열정적인 순간이 아닌 조심스러운 느낌이 풍긴다.
그녀는 역시 편평하기 보다는 금방이라도 미끄러져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곳에 앉아있다.
머지않아 그들의 입맞춤이 끝날 것을 예고하듯이.
그리고 남자가 손을 왼손을 얹고 있는 곳을 보면 둘 사이에는 편평한 빈 공간이 아닌
돌이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형태이다.
둘 사이에 돌이 튀어나와있고 그것은 그들의 사랑에 대한 장애물,
부정한 짓에 대한 마지막 도덕성, 양심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자는 그 돌에 손을 대지 않고 남자만이 그 돌에 손은 얹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이 입맞춤의 주 행위자가 여자이고 남자가 머뭇거리고 있다는 것을 형상화했다고
조금 비약적이지만 말할 수 있겠다.

즉, '구스타브 클림트'의 <키스>에 나오는 그 상황과 전혀 반대되는 성별이 이 <입맞춤>을 시도하고 있지만
두 작품 모두에서 키스, 또는 입맞춤을 당하는 사람은 마찬가지로 회의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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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모자라지만 한밤 중에 주저리 주저리 적어보았습니다. 
아쉬운 것은  조각의 경우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면을 보고 해석하는 맛이 있는데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다보니 조각의 사진만을 올려 단면적인 모습만이 보인다는 것이네요.
하나 더 있다면 키스를 해보지 않아서 남자와 여자의 지금 몸의 형태에 대해서
어떠한 과정으로 들어갔길래 저 자세가 나오는지,
그리고 여자가 키스를 시도한 방향이 어디가 자연스러운지 잘 모르고
그냥 상상에 의존해서 서투르게 썼다는 점이네요.
"해보면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