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표현한다. 고로 존재한다. 표현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내가 걷는 것도, 내가 그리는 것도, 내가 입는 것도, 심지어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 조차 표현인 것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도 그런 이유다. 나는 존재하고 싶다. 나의 감정, 나의 사상, 나의 가치관, 나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 이고... 나의 이고는 복잡하며 단순하고 그것을 나는 표현하고 싶다. 내가 존재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 나는 예술을 통해 그것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생각도 어찌 보면 표현이지 않을까. 나는 경험론자이며 합리론자이다. 하지만 둘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전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나는 경험에서 사변을 만든다. 현실에서 도피하는 내 습성은 이 점에서 생겨난 것일지도 모른다. 경험은 내가 지금 듣는 노래에서도 생기지만 그 감상은 사변적인 것일 지도 모르겠다. 이 색소폰 소리는 나의 머리를 강타한다. 나는 이 타격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찾아내 알아내고 싶다. 알아내는 것, 심지어 알아내려 노력하는 것도 표현일지라. 현실 도피는 결국 나에게 표현의 시간을 더 할애하려는 것이다. 물론 경험도 중요하다. 나는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이다. 나는 나의 경험, 나의 이야기 이외에는 아무것도 쓰지도 그리지도 못하겠다. 경험도 표현이 분명하지만 나는 결국 다시 내 방에 돌아온다. 그리고 문장을 만든다. 그림을 그린다. 그건 나의 하루를 돌아보는 일기가 아니다. 나의 이야기를 표현해 나를 더욱 더 존재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다. 예술은 표현의 끝이라 본다. 아직 나의 이야기를 그리 잘 담아내지는 못하지만, 언젠가는 해내고 싶다. 일기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정의에 따라선 내가 하고있는 것도 일기가 아닐까. 그림조차도 말이다. 오늘 나는 사진 속 내 모습을 그렸는데, 나는 그 날의 일기를 붙잡으려는 애처로운 몸부림이 나의 예술일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나를 그렸다. 이제 나는 나를 그리고 싶지 않다. 어쩌면 나 이외의 것들을 표현 하며 나를 표현하는 것이 더 고위의 행동이지 않을까 싶다. 내일 내가 무엇을 그릴지는 모른다. 갑자기 사슴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래, 내일은 사슴을 그리리라. 나는 사슴이 아니지만, 나는 사슴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롯이 존재하리라. 다른 무엇보다도. 심지어 사슴보다도, 사슴인 채로... 그리고 최민성인 채로...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19 05:5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