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불빛 속을 헤매거나 창문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볼 때, 아득히 깊은 호수에 가라앉은 기억이 물위의 안개처럼 부유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아름다웠기에 추억이 된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아름답지도 즐겁지 않은 기억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눈꺼풀에 힘을 풀고 지긋이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서, 그것들은 추억이 되는 것 같다. 아마 꿈꾸는 아이의 눈이 그러할 테니까. 지금보다 더 순수했고, 해맑았던 시절이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추억이라고 떠올리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어른의 몸을 한 채로 바람을 두 볼에 가득 스치우는 유년기 아이가 되어 자리에 앉아있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요지경을 보고자란 세대가 아니기에 모르겠지만, 아마 스물셋-혹은 그 이상-이라는 나이를 먹은 청년이 요지경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도시의 명멸하는 불빛과 통통거리며 떠가는 배 안에 가득 찬 양떼들은 시대의 중간을 가로지른다. 마치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아니, 어른이 아이의 추억으로 가는 길처럼. 도시를 오가는 길쭉한 차들의 경적과 라디오 전파의 소리에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지만 더 이상 모자 속에서 토끼를 잡아들고 허리를 굽혀 우아하게-혹은 우스꽝스럽게-인사하는 이들의 모습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 그네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쇼윈도에 비춰지는 볼 것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쪽의 쇼윈도에서는 마술-거짓인-을 하지만, 한쪽의 쇼윈도에는 라디오와 TV가 번쩍거리고 있다.


아마 도시의 아이들은 아무도 마술을 믿지 않을 거다. 믿지 않기보다는 ‘마술’이 없다는 것을 아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마술을 믿고 있는 아이는 도시를 벗어나, 큰 호수의 안개너머의 저 세계에는 작은 마을을 찾으면 그곳에 한명쯤 있지 않을까. (안개는 영화관의 스크린이 나를 가로지르듯이 이쪽의 도시와 저쪽의 마을을 가로지른다.)


이상하기도 하지. 어른의 눈에는 종종 순수라는 때 묻지 않은 마음이 얄밉게 보이기도 하나보다. 그래도 나는 순수한 아이가 신발과, 코트와, 옷을 갈망하는 것을 허영보다는 동경이라고 생각한다. 동경하는 데에는 죄가 없다. 하지만 물질을 동경하려면 이 세상은 어른이 되기를 요구한다. 그래서, illusionist가 다리가 되어준다. 어른의 세계에서, 아이의 세계를 조심스럽게 연결하는 이 사람은 magician은 아니다. 하지만 illusion이라는 눈속임을 통해 마술과 현실의 세계를 나약하지만 조심스럽게 연결한다.


아마 illusionist는 아이가 어른의 세계를 알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본다. 하지만 아이는 놓인 다리를 통해서 이쪽의 세계를 조금씩 알아간다. 어른의 세계는 말한다. ‘작은 동전 한 닢으로 목걸이를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단다.’ 결국, illusionist는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어른이 된다. 아니, 어른들의 세상을, 마술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려줄 수밖에 없게 된다.


이제 그 시대의 아이들은 마술을 믿지 않는다. 그네들에게 그것은 magic이 아닐뿐더러 illusion도 되지 못한다. illusionist들은 이제는 더 이상 머물 곳이 없다. 쇼윈도의 공짜물건이  되어도 그들은 주목받지 못한다. 커튼은 내려오고 공연은 막을 내린다.


illusionist는 마지막에 찻간에서 만난 아이의 몽당연필을 자신의 기다란 연필로 바꾸어주지 않고 그대로 돌려준다. 도피였을까. 혹은 아주 찰나의 망설임이 있었을까.(아마 망설였던 것 같다.) 하지만 혹시 magic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illusion은 그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하기에, 어른은 원더랜드에 갈 수 없다.


그것이 우리-내-가 서있는 발판위의 한계이고 어찌보면 전부 인 것이다. 동화가, 유년의 원더랜드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현실은 그와는 반대로 차갑게 식어간다. 아마 illusionist는 마지막순간에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아이들의 세계에서 magic을 보여줄 수 없다면 illusion은 누구에게 보여줘야 하는것일까?’

그래서, 나는 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가슴속에 피터팬이 되어보고 싶었던 기억을 갖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은 불 꺼진 공연장의 차가운 돌바닥만큼 딱딱하지만 그렇기에 추억이, 환상이 아름다울 수 있지 않는가. 자막은,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대사가 있음에도 깔리지 않는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무슨상관인가. 아이의 세계는 자막같은것을 통해서 들여다 볼 수 있는 세상이 아니란것을, 당신도 이미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머리로 이해하기보다는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것이 멋지고도 우아한 illusionist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환상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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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코미디계의 거장으로 손꼽히며 프랑스의 찰리채플린이라고 불린 자크타티가 쓴 원작의 시나리오를 영화화 했습니다.
참고로 2006년에 개봉했던 영화 illusionist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친구가 리메이크라고 해서 낚였....)





우선 영상(보통 작화라고 하나요?)이 상당히 좋네요. 특유의 수채화느낌같은 배경은 전체적으로 굉장합니다.
마지막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중간중간3D효과가 섞이는데, 과하지는 않고 좋았네요.
덧붙여서 음악이 상당히 수작입니다. 애니메이션의 특성일지도 모르겠지만, 줄거리 외에도 영상 + 음악에 상당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전반적인 줄거리가 잔잔한편이기 때문에 지루하다고 느끼실수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상영하는 영화관은 제법 있지만 시간대가 그리 많지 않기에 알아보고 가심이 좋을듯 합니다.


으아아아...img태그가 제가 못쓰는건지 미리보기는 되는데 안올라가네요 일단 업로드로!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18 09:2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