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눈이
새하얗게 와서
눈이
새물새물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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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 떨어진 데

　밤이다.
　하늘은 푸르다 못해 濃灰色농회색으로 캄캄하나 별들만은 또렷또렷 빛난다. 침침한 어둠뿐만 아니라 오삭오삭 춥다. 이 육중한 氣流기류 가운데 自嘲자조하는 한 젊은이가 있다. 그를 나라고 불러 두자.
　나는 이 어둠에서 胚胎배태되고 이 어둠에서 生長생장하여서 아직도 이 어둠 속에 그대로 生存생존하나 보다. 이제 내가 갈 곳이 어딘지 몰라 허우적거리는 것이다. 하기는 나는 世紀세기의 焦点초점인 듯 憔悴초췌하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내 바닥을 반듯이 받들어 주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내 머리를 갑박이 내려 누르는 아무 것도 없는 듯하다마는 內幕내막은 그렇지도 않다. 나는 도무지 自由자유스럽지 못하다. 다만 나는 없는 듯 있는 하루살이처럼 虛空허공에 浮遊부유하는 한 点점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하루살이처럼 輕快경쾌하다면 마침 多幸다행할 것인데 그렇지를 못하구나!
　이 点점의 對稱位置대칭위치에 또 하나 다른 밝음(明명)의 焦点초점이 도사리고 있는 듯 생각된다. 덥석 움키었으면 잡힐 듯도 하다.
　마는 그것을 휘잡기에는 나 自身자신이 鈍質둔질이라는 것보다 오히려 내 마음에 아무런 準備준비도 배포치 못한 것이 아니냐. 그리고 보니 幸福행복이란 별스러운 손님을 불러들이기에도 또 다른 한 가닥 구실을 치르지 않으면 안될까 보다.
　이 밤이 나에게 있어 어릴 적처럼 한낱 恐怖공포의 장막인 것은 벌써 흘러간 傳設전설이오. 따라서 이 밤이 享樂향락의 도가니라는 이야기도 나의 念頭염두에선 아직 消化소화시키지 못할 돌덩이다. 오로지 밤은 나의 挑戰도전의 好敵호적이면 그만이다.
　이것이 생생한 觀念世界관념 세계에만 머무른다면 애석한 일이다. 어둠 속에 깜박깜박 졸며 다닥다닥 나란히 한 草家초가들이 아름다운 詩시의 華詞화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벌써 지나간 제너레이션의 이야기요, 오늘에 있어서는 다만 말 못하는 悲劇비극의 背景배경이다.
　이제 닭이 홰를 치면서 맵짠 울음을 뽑아 밤을 쫓고 어둠을 짓내몰아 동켠으로 훤히 새벽이란 새로운 손님을 불러온다 하자. 하나 輕妄경망스럽게 그리 반가워할 것은 없다. 보아라, 假令가령 새벽이 왔다 하더라도 이 마을은 그대로 暗澹암담하고 나도 그대로 暗澹암담하고 하여서 너나 나나 이 가랑지질에서 躊躇躊躇주저주저 아니치 못할 存在존재들이 아니냐.
　나무가 있다.
　그는 나의 오랜 이웃이요, 벗이다. 그렇다고 그와 내가 性格성격이나 環境환경이나 生活생활이 共通공통한 데 있어서가 아니다. 말하자면 極端극단과 極端극단 사이에도 愛情애정이 貫通관통할 수 있다는 奇蹟的기적적인 交分교분의 한 標本표본에 지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처음 그를 퍽 不幸불행한 存在존재로 가소롭게 여겼다. 그의 앞에 설 때 슬퍼지고 惻隱측은한 마음이 앞을 가리곤 하였다. 마는 오늘 돌이켜 생각건대 나무처럼 幸福행복한 生物생물은 다시 없을 듯하다. 굳음에는 이루 비길 데 없는 바위에도 그리 탐탁지는 못할망정 滋養分자양분이 있다 하거늘 어디로 간들 生생의 뿌리를 박지 못하며 어디로 간들 生活생활의 不平불평이 있을쏘냐. 칙칙하면 솔솔 솔바람이 불어 오고, 심심하면 새가 와서 노래를 부르다 가고, 촐촐하면 한 줄기 비가 오고, 밤이면 數수많은 별들과 오순도순 이야기할 수 있고───보다 나무는 行動행동의 方向방향이란 거추장스러운 課題과제에 逢着봉착하지 않고 人爲的인위적으로든 偶然우연으로써든 誕生탄생시켜 준 자리를 지켜 無盡無窮무진무궁한 營養素영양소를 吸取흡취하고 鈴瓏영롱한 햇빛을 받아들여 손쉽게 生活생활을 營爲영위하고 오로지 하늘만 바라고 뻗어질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幸福행복스럽지 않으냐.
　이 밤도 課題과제를 풀지 못하여 안타까운 나의 마음에 나무의 마음이 漸漸점점 옮아오는 듯하고, 行動행동할 수 있는 자랑을 자랑치 못함에 뼈저리는 듯하나 나의 젊은 先輩선배의 雄辯웅변에 曰왈 先輩선배도 믿지 못할 것이라니 그러면 怜悧영리한 나무에게 나의 方向방향을 물어야 할 것인가.
　어디로 가야 하느냐 東동이 어디냐 西서가 어디냐 南남이 어디냐 北북이 어디냐. 아차! 저 별이 번쩍 흐른다. 별똥 떨어진 데가 내가 갈 곳인가 보다. 하면 별똥아! 꼭 떨어져야 할 곳에 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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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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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거리

으스름히 안개가 흐른다. 거리가 흘러 간다. 저 電車전차, 自動車자동차, 모든 바퀴가 어디로 흘리어 가는 것일까? 定泊정박할 아무 港口항구도 없이, 가련한 많은 사람들을 싣고서, 안개 속에 잠긴 거리는.

거리 모퉁이 붉은 포스트 상자를 붙잡고 서 있으려면 모든 것이 흐르는 속에 어렴풋이 빛나는 街路燈가로등, 꺼지지 않는 것은 무슨 象徵상징일까? 사랑하는 동무 朴박이여! 그리고 金김이여! 자네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끝없이 안개가 흐르는데.

'새로운 날 아침 우리 다시 情정답게 손목을 잡아 보세.' 몇 字자 적어 포스트 속에 떨어뜨리고, 밤을 새워 기다리면 金徽章금휘장에 金금탄추 삐었고 巨人거인처럼 찬란히 나타나는 配達夫배달부, 아침과 함께 즐거운 來臨내림.

이 밤을 하염없이 안개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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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지난밤에
눈이 소─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04:3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