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아아 이거 너무 재밌죠.
처음 봤을때 정말 배잡고 웃었고, 볼때마다 웃기고, 지금도 가끔씩 한번 켜면 끝까지 보곤 합니다.

코미디를 만드는건 대하 사극을 만드는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배우, 연출, 각본, 시대 흐름 모든 조각이 조화롭게 짜맞춰져야만 제대로 된 코미디가 나오죠.
너무 과해도, 너무 허술해도 긴장이 흐트러져 웃음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코미디의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있으며 정말 치밀합니다.
대사 하나하나 고심한 흔적이 보이고,
몰아치는 연출력도 돋보이며,
배우들의 호연도 빛이 납니다. 주연보다 조연이 더욱 빛나고요.
적당한 완급조절 속의 웃음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영화가 끝나있죠.
2006년 이후, 이보다 더 훌륭하고 재밌는 한국산 코미디 영화는 없는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훌륭한 이 영화의 화룡정점은 러닝 타임인데,
실험적인 작품일수록 신선한 자극에 대한 관객의 흥미가 오래 지속되기 힘들기 때문에 짧게 끊어주는게 중요합니다.
이 영화는 딱 필요한 시점에 간결하고 깔끔하게 영화를 끝마쳐 마지막까지 만족감을 줍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개봉한 하정우, 공효진 주연의 '러브픽션'은 러닝타임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초중반의 탄탄한 극의 흐름이 영화가 길어지면서 늘어집니다.)

다른 영화 제작비의 절반도 안되는 7억을 가지고 만들었다는데, 가격대성능비 최고입니다.
오히려 이보다 더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어 공간과 인물을 확장시켰더라면 재미가 반감되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제한된 공간 내에서의 미묘한 심리묘사가 이 영화의 백미거든요.
천하의 졸작, 돈낭비 '마이웨이'보다 백배천배 훌륭한 작품이며
허명에 사로잡혀 작가 깔아뭉개고 밑도끝도 없이 영화 찍은 강제규 감독은
'달콤살벌한 연인' 보면서 좆잡고 반성해야합니다.

2000년에 '너무 많이 본 사나이'라는 독립영화로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데뷔하여
2006년 '달콤살벌한 연인'으로 성공적인 흥행 성적을 거두었던 손재곤 감독은
2010년 '이층의 악당'에서도 보기 좋은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저는 '이층의 악당'도 무척 재밌게 보았고, 흥행 성적도 나쁘지 않았는데, 막상 아는 분은 별로 없더라구요.)
영화제 출품이나 흥행으로 주목받는 감독은 아니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감독입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07:0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