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술의 전당 토요콘서트 짤막한 후기입니다. 사실 의식의 흐름대로 쓸 거라 분량은 모르겠습니다.

일단 예술의 전당 토요콘서트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하면 예술의 전당에서 클래식 대중화 등을 위해 매달 1번씩 토요일 오전 11시에 콘서트를 합니다. 특징은 신세계에서 후원을 해주기 때문에 신세계 vip 분들은 초대권이 오는 것 같고, 지하 1층에 가면 공연 보는 분들에게 기본적으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제공됩니다. 토요콘서트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해마다 다른데 올해는 KBS 오케스트라가 하고, 이번 지휘는 최희준(현 전주시향 지휘자)였습니다. 협연자는 클라리넷 채재일이었습니다.

  오늘 프로그램은 베버 클라리넷 협주곡 1번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이었습니다. 연주에 들어가기 앞서 최희준 지휘자가 나와 쇼스타코비치 10번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해주었고 3,4 악장에 나오는 이름 테마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동기부(motive)를 오케스트라 분들이 연주해주었습니다. 대중화를 표방하는 공연이니만큼 중요한 것들을 미리 알려주는 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희준 지휘자 님 목소리가 생각과는 달라 조금 놀랐습니다.

  베버는 마탄의 사수로 유명한 그 베버 맞고 이 곡이 클라리넷 레퍼토리에서는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과 함께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채재일이라는 연주자 자체에 대한 생각은 믿고보는 채재일이라 기대를 많이했는데, 기대한만큼은 보여주었던 것 같습니다. 2악장에서 웨스트라이프의 you raise me up 도입과 같은 뽕기가 들어있는 멜로디에서 목가적인 분위기까지 같이 펼쳐내는 것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2악장 같은 경우 구성이 크게 3개 정도로 되어 있는 것 같은데 각 부분의 분위기 등을 잘 살렸습니다. 글로 치면 글의 한 문단 한 문단이 참 좋았달까요. 3악장은 협연자와 오케스트라 모두 곡을 상당히 리드미컬하게 연주했고 객석을 보니 앞에 보이는 몇분은 열심히 리듬타면서 듣고 계셨습니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은 1악장은 첫 부분의 첼로와 베이스의 멜로디부터 시작해서 어둠이 오고 조심스레 빠져나가려하지만 어둠이 덮치려하고 또 도망가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치 쇼스타코비치와 공산당과의 관계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1악장에서 드라마틱한 멜로디들이 많이 나와서인지 양념을 많이 쳤지만 잘 버무려진 음식 같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3악장은 allegro, Largo, Piu mosso 세 부분으로 나뉘어있습니다. Largo에서는 암운이 가득한 모습, 호른 솔로에서 전쟁 후 폐허와 같은 모습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piu mosso에서 축제와 같은 느낌, 탬버린에서는 비제의 카르멘 같은 열정적인 모습에서 더욱 축제의 모습을 보이는데 동시에 쇼스타코비치 이름을 독일식 계이름으로 읽어낸 테마가 나옵니다. 장면들이 묘사됨에 있어 음악적 롱테이크 기법(영화에서 촬영시 커트하지 않고 진행하는 기법)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에서 쇼스타코비치가 자기 스스로를 메시아로 녹여낸 듯한 부활의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4악장은 1악장처럼 첼로와 베이스의 어두운 음색으로 시작해 수미상관 같은 느낌을 받았고 기쁨과 어지러움이 공존하다가 쇼스타코비치의 대학축전서곡과 비슷한 멜로디가 전개되며 끝납니다. 하나의 일대기, 또는 대하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본 공연 외에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하자면, 최희준 지휘자는 제가 참 좋아하는 지휘자입니다. 공연을 볼 때마다 만족스러웠기 때문이기도 하고 큰 키에서 나오는 시원시원함과 포디움을 앞뒤옆으로 사용하는 모습도 좋아해서입니다. 전주시향도 최희준 지휘자 부임 이후 상당이 평이 좋아졌던데 오늘 공연도 좋은 기억을 들고 갈 것 같습니다.

  KBS 사태 직후 KBS의 연주를 보고 KBS는 늘 거르고 있었는데 이번 연주는 KBS 교향악단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게 해주었습니다. 연주는 전후반 너무 깔끔했고 준비도 철저하게 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희준 지휘자와의 케미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과 관 파트 모두 도중도중 개인 기량 자체의 문제 등을 느낄 수 있어서 그런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다음에 KBS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연주한다면 볼 의향이 생겼습니다. 예전의 경험으로 KBS 교향악단을 일괄되게 평가절하한 것 같아 많이 반성했습니다.


다음 달 공연은 9월 10일이고 손열음 협연이라 사람들이 꽤 몰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30 00: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