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Mozart - Requiem in D Minor K.626 (Beyer 판)

Marie Mclaughlin
Maria Ewing
Jerry Hadley
Cornelius Hauptmann

Leonard Bernstein (conductor)
Chor des Bayerischen Rudnfunks
Symphonieorchester des Bayerischen Rundfunks


III. Sequenz
6. Lacrimosa

"삶과 죽음 다 자연의 한조각 아니겠는가?"

  故人 이 되신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유서에 대미를 장식하는 부분인데, 죽음이라는 것이 자의건 타의건 사람은 결국 사람의 목숨은 유한하고, 언젠가는 자연 속으로 다시 회귀하는 것이 모든 생명체의 섭리이리라. 뭐 죽음에 대해서 살아있는 사람이 논한다면 몇 글자로 쉬이 정의해버릴 수도 있고, 어렵게 풀이하면 수십권의 책을 써내려갈 정도로 방대할 것이다. 다만, 아직 젊디 젊은 내가 '죽음'에 대해 드는 순간적인 생각은 두려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모차르트는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모차르트 죽음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說)들이 공존하고 있는데,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제기한 살리에리 독살설과 그의 마지막 오페라 '마술피리'에 관련한 프리메이슨의 암살설도 전해지고 있고, 가장 사실이라고 전해지는 발제크 백작의 청탁설도 존재한다. 어찌하였건 모차르트는 1791년 12월 5일 열병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하였고, 그의 흔적은 마지막 작품 Requiem의 'Lacrimosa'의 첫 구절까지만 음악의 언어로서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유명 작곡가들의 최후기 작품들은 작곡 기법상의 원숙함을 넘어 작곡가가 가진 기량 이상으로의 절대적 가치를 향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가령, 베토벤의 후기 현악4중주나 브루크너의 9번 교향곡, 쇼스타코비치의 후기 현악4중주 와 후기 교향곡들을 보면 작곡가가 이전까지 써왔던 곡들과는 달리 음악적 우수성에 범우주적 숭고함이나 자연적 장엄함을 투영시키려 한 점이 포착된다. (물론, 사후 기록가들에 의해 우상화 신격화 된 면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이 같은 곡들을 만들어낸 작곡가의 원동력은 자신의 기력이 쇠하는 것을 정신적으로 넘어서려는 정신-육신 간의 상호보완적 힘이 작용한 것임은 분명한 것 같다. 살아 생전 종교음악과는 큰 흥행 맛을 보지 못한 모차르트도 이 진혼곡 만큼은 현재까지 사랑받는 것을 보면, 그리 독실하지 않았던 그의 종교생활도 결국 죽음을 앞둔 상황에선 절대자에 자신의 육신을 의탁한 '정신' 으로 이 곡을 써내려가지 않았을까 조심히 떠올려본다. 

  1988년 7월 독일의 디센에 있는 클로스터파르 성당에서 녹음된 번스타인의 레퀴엠은 먼저 세상을 떠난 번스타인의 아내 *Felicia를 추모하기 위한 미사였다. (이 음반의 표지도 Felicia의 살아생전 모습임.)

  곡의 해석에 있어서 번스타인의 레퀴엠 음원은 듣는 이에 따라 이견이 분분하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 녹음은 Felicia 추모 미사기도 했지만, 번스타인 자신도 죽음에 직면한 쇠약한 상태였기 때문에 가히 극한의 Romantism을 담은 '말러스런' 레퀴엠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만큼, 곡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감정의 기복이 매우 크고, 템포의 완급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들쑥날쑥 하다. 이것이 작곡가 본연의 원하는 의도였을지는 악보상으로는 나와 있지 않겠지만, 최소한 번스타인의 레퀴엠은 지상의 생명체로 태어나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죽음' 앞에 무기력한 '만물의 영장'의 모습을 처절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이 음원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적어도 그러한 번스타인의 의도가 충분히 설득력을 갖았다는 것이다.

  반면 번스타인의 레퀴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연주를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신파적이라 폄하한다. 천주교에서의 죽음은 하느님의 아들로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라고 하는데, 시종일관 엄숙하여야 할 장례미사와는 부적절한 감정에의 호소를 언급하기도 하며, 평소에도 드러내기를 좋아하는 20세기 미국인의 Symbol인 번스타인의 '쇼' 라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고 한다. (아마 이 음반의 표지도 이 의견의 한 근거로 제기한 듯 싶었다.)


  고로, 감상자의 취향과 선호도에 따라 이 음원은 최고가 될 수도 있고 최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Felicia는 코스타리카 출신의 여배우로, 번스타인과의 결혼 후 수많은 결별설과 불화(대부분은 번스타인의 독특한 성적취향(?) 탓)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결혼생활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Felicia가 죽음에 임박해서야 번스타인은 자신의 동성애를 반성하고 그만큼의 사랑을 베풀지 못한 자책감에 괴로워했다.)

Mozart - Requiem.zip (274.7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