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물 밑 이야기들이 많죠.
제 블로그에 해 놓은 음악 이야기를 같이 나누어 봐요 :D
즐감 ^^
- - -

WJ SJ 와 즐거운 하루를 보내면서 물 밑 음악이야기를 나누다!



게오르규로 말문을 열다!

"지휘자 한명만 추천해주세요" 블로그 주인장(이하 친구)이 한마디 건내자 주저없이

"게오르규!"
SJ(이하 S)가 짧고 확신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 러시아 억양을 살짝 섞은 그의 말투에는 프로정신이 깃들여 있었다. 
"그렇지. 게오르규 정도면 추천할만하지. 그렇고말고."
WJ(이하 W)도 자신이 직접 만든 또띠아를 우적우적 씹으며 만족스러움에 가득 찬 한마디를 던졌다.

친구: "음? 게오르... 뭐라고요?"
'러시아 발음은 어려워....' 나름 클래식 애호가라고 자부하던 친구지만 처음 듣는 이름 앞에서는 그저 예민한 귀를 쑥쓰럽게 어루만지는 수밖에 없었다.
S: "규"
그렇다, 뉴규할 때 그 규다. [gyu:]

게오르규. 이 애매모흐한 발음의 주인공은 누구란 말인가? 조금 더 설명을 들어보자.

S: "마린스키 극장이라고~ 상뜨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악단이 있어. 그 악단 음악감독이지. 요즘 들을만한 악단은 마린스키 정도야." 특유의 지적인 어투.

친구: "음? 들을만 하다라..?"

W: "활을 나정도 쓴다는 말이지. (고개를 끄덕이며) 음 그렇고 말고." 특유의 자신감 찬 몸체.

친구: "엥? 바이올리니스트 모두가 W처럼 활을 쓴다고? 상상이 도무지 안가!"
*각주: W은 참고로 현재 솔리스트로 활동하며 극악의 테크니션이다. 그가 활을 쓰는 모습은 마치 야생의 황제인 암사자가 시원스레 앞발로 어깨부터 허리까지 훅훅 휘젓는 기품을 연상시킨다. 암사자 주법이라고나 할까.

W: "90년대 베를린 필 정도면 그정도 했지. 요즘은 다 죽었어." 살짝 아쉬운듯한 여운.

S: "그치. 그 때는 한음이라도 삑사리 나면 다음 날 바로 OUT! 이었어. 오죽 연주자들이 긴장을 했으면 당시 바이올리니스트 중에는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지. 긴장 안하려고."

'음주운전, 음주강의 까지는 들어봤어도 음주연주는 또 처음이군.' 친구는 속으로 신기해했다.

친구: "음.. 헐.. 그러면 우리나라 요즘 악단들은 어때요? J아저씨가 지휘하는 S오케는 요즘 많이 좋아진거 같던데요."
친구는 머리속으로 지난번에 J씨의 S오케가 연주한 말러의 거인 교향곡을 떠올리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 때 연주는 현악파트가 괜찮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J씨 자신도 악단을 재편성할 때 가장 먼저 신경쓴 부분이 현악파트라고 하지 않았던가.

S: "나아진게 그거야? 예전에는 그럼 도대체 어땠다는거야?" 어이없음이라는 고도의 정신적 공황상태의 외적 몸부림.

W: "도저히 들어줄 수 없었다는 거지 뭐." 특유의 냉소성을 잃지 않은 도도함을 유지한 음성.

친구: "엥? 그 정도인가요? 그래도 S오케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악단 가운데 하나인데..."
그렇다. J씨나 S오케는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 악단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S: "J씨가 가만히 보면, 해외 나가서 지휘할 때랑 우리나라에서 지휘할 때는 또 달라. 여기서는 해외에서만큼 열심히 안하거든."

친구: "음.. 그러면 혹시 BFO는 어떤가요? 현악이 장난이 아니던데.. "
친구는 아직도 BFO의 서울 실황을 잊지 못하는 듯 두 눈동자를 반짝이며 기대에 찬 물음을 던졌다.
*각주: BFO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말하는데 현악 파트의 강력한 선율을 매일같이 몸소 받아냈기 때문인지 앞머리가 시원하게 벗겨진 이반 피셔가 지휘하는 악단이다.

W: "음..." 평소답지 않게 꽤나 깊은 고민을 하더니 W는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그래봤자 내생각엔 마린스키 정도나 들을만해. 직접 한번 보면 알거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친구는 궁금한게 늘어갔다. '나는 듣는귀가 없는건가?' 자괴감에 빠진 친구는 급기야 유튜브 사이트에 들어가 게오르규를 검색하기에 이르고... 이내 말할 수 없는 탄식을 터뜨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