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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쓰다보니까 갑자기 떠오른 우리 참의사 대빵군의관센세 얘기임. 이번편은 '의사의 직감'
여름은 아주 좆같은 계절임. 특히 초여름/늦여름.
왠고 하니 그 시발롬의 유격이 아주 많이 벌어져서 의무대가 미어 터짐.
그와중에 우리부대도 아니고 공군 모 부대가 우리사단 유격장을 빌려서 유격훈련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옴. 거기까지는 뭐 그럴수 있지 했지만 그 부대가 의무지원없이 왔다고 우리한테 파견나가라그래서 기분이 아주 좆같아졌음.
시발시발거리면서 남의부대 유격의무지원을 하는데, 온도가 25도도 넘어가는 마당에 유격을 진짜 미친듯이 빡세게 굴리는것임. 저러다 애들 죽지 않을까...할 정도로
결국 열실신이 발생하기 시작함. 정말 시작함. 진짜 미친 한시간만에 열몇명이 열탈진/열실신 해서 앰뷸 세대로 계속 의무대에다 날랐음. 수액 풀드랍으로 두시간만에 꽂고 정신차리면 맛스타나 하나씩 물려서 돌려보내고.
결국 베드가 부족해서 우리 침상에까지 환자를 눕히고, 여분 앰뷸 베드카 다 빼다가 베드카에 환자들 눕혀놓고 아비규환이 따로없었다.
근데 유난히 조용히 잠들어있는애가 있는것임. 진짜 분위기가 묘하더라. 표정도 평온하고 숨도 그냥 고요하게 쉬고.
대빵군의관이 한차례 순시 돌고 걔를 봤다.
근데 진짜, 흠칫. 하는거다.
그리고 뭐 만져보고 불비춰보고 쳐보고 그러더니 지금 당장 19호 대기시키라고. 시간없다고 그러더라.
뭔진 모르겠지만 대빵군의관센세에 대한 무한한 믿음으로 아 정말 급박한 상황이구나 싶어서 3분만에 응급후송준비/행정처분/출입허가 끝마치고.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3cc 실린지 두개랑 에피네프린 주사액을 두앰플 의무백에 넣었다.
에피네프린 주사액은 내가 잘 아는건 아니지만 급성으로 심정지가 오거나 할때 쓰는 약이다.
그리고 이번엔 다행히 20분만에 대형병원 도착해서, 인수인계를 했다. 그리고 신경외과였나 무슨 의사가 보더니, 응급수술에 들어간다고 했다.
근데 아직도 그게 안잊혀진다. 의식을 차렸던 애가, 오른쪽은 눈도 못뜨고 표정도 안움직여지는데 왼쪽은 끔뻑. 끔뻑. 끔뻑. 해가면서 입이 말려 올라가는 모습이.
그리고, 그 친구는 전역을 했다고 한다.
병명은 급성 뇌졸증이었나 그랬을거다.
근데, 원자력병원이었나 여튼 우리가 걔를 데리고 간 병원에서 우리 사단 의무대에 감사장을 보냈다.
그친구 정확히 10분만 늦었으면 평생 반신불구로 살았을거라고.
다행히 신경접합술이었나 수술 성공해서 후유증 없이 정상적으로 살 수 있었다고. 같은 의사로서 그 판단력과 통찰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여튼 그렇게 한명이 또 살아났다. 그리고 군의관은 투스타 상장을 받아서 놀러갔다.
끝.
두개씩 쓰고싶었는데 왜이렇게 쓰는데 오래걸리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0 14: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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