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병맛같은 상황에서 등장한 아메리칸 코믹스 역사상 가장 악랄한 희대의 빌런이 바로 프레데릭 웨덤(Fredric Wertham) 박사되시겠다.
그는 독일 출신의 정신과 의사로 1954년, 그의 한 저작으로 인해 코믹스계와 관련된 사람들 거의 전부 다와 척을 지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그 악명 높은 "Seduction of the Innocent"
책 내용은 그냥 단순하기 그지없다. 당시 EC Comics라고 뱀파이어, 늑대인간, 좀비 등과 같은 괴물들이나 연쇄살인마 같은 그로테스크한 범죄등을 다루는 약간 선정적인 만화사가 있었는데(물론 그때 기준으로 그로테스크하단거고, 그냥 지금보면 심슨가족의 할로윈 에피소드가 훨씬 더 잔인할 정도..)(그리고 이런식으로 적어놔서 그렇지 이래뵈도 얘들이 미국 역사상 최초로 코믹북을 출판해낸 애들이었다.) 이런 만화들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코믹스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그 여파로 현재 미국 내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그 주요 내용이다.
뭐 어쨌든 단순하면 받아들이기도 쉬운 법. 현재에도 무려 어딘가의 모 국가부처 중 하나가 요런 비슷한 주장을 하고 다니는 마당에 1950년대에 이런 주장이 안 받아들여질리가 없다. 오히려 자신들의 보육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믿기보다는 그냥 모든 책임을 코믹스로 떠넘기고 싶어하는 부모들에 의해 센세이셔널을 일으키게 되고 코믹스에 대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한다.
만화잡지들을 태우는 그 당시의 사진. 분서갱유가 따로 없다.
이런 광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코믹스의 출판인들은 제 몸 사리기에 바빠 그 당시 할리우드 영화 제작의 윤리 규정을 대충 베낀걸 토대로 "Comics Code Authority"를 만들고 당시 뉴욕시의 판사이자 청소년 범죄전문가였던 어떤 판사놈을 그 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그냥 말이 만화 윤리 어쩌고이지 사실은 그냥 자체검열기구. 이새퀴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진짜로 코믹스판이 미쳐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런 처사에 광분하고 반발했던 EC Comics의 사장이 얘들 엿먹으라고 흑인 우주조종사가 주인공인 만화를 내기도하고 어쩌기도하고 한 스토리도 있지만 그거슨 다른 주제의 이야기.
점점 "코믹스의 역사"처럼 되어가는 글을 다시 주제로 돌려, 이제 이런 일들이 배트맨 시리즈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자
웨덤 박사가 그의 악마적인 작품을 완성하기 전에도 앞서 말했듯이 이미 코믹스의 인기는 시들해졌었다. 그런 가운데 배트맨은 그나마 잘 팔리던 시리즈 중 하나에 속했고, 그래서 딴 작품들이 다 자취를 감출때도 꿋꿋하게 계속 연재되던 시리즈들 중 하나였다. 이후 슈퍼맨 시리즈의 이슈에서 배트맨과 슈퍼맨이 서로 팀을 이루게되고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된 후, 기존의 "World's Finest' 시리즈는 슈퍼맨과 배트맨이 팀을 이루어 활동하는 내용의 코믹스로 바뀌게 되었고, 그 당시의 몇 없었던 코믹스 시장에서 거둔 대박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런 기쁜일도 잠시, 웨덤박사가 그 악명높은 불쏘시개를 발행하게 되고, 배트맨 시리즈는 그 직격탄을 맞게 되는데...
바로 웨덤박사가 그의 책에서 배트맨 시리즈를 직접 거명하면서 배트맨과 로빈과의 관계가 청소년들에게 동성애를 부추긴다는 주장을 펼친것이엇따!(사실 지금 관점에서 저 컷을 봐도 존나 붕탁스럽긴하다...)
뭐 지금이야 옛날의 그 병맛같은 코믹스 컷들을 봐도 이게뭐얔ㅋㅋㅋㅋㅋㅋㅋ하고 넘어가지만 1950년대의
분위기는 절대 그런것이 아니었고, 더군다나 코믹스 혐오자들에게 바이블로 여겨지는 책에서 그런말이 나왔으니 그야말로 사형선고와도 같은 것. 이로인해 배트맨과 로빈은 실로 난처한 처지에 이르게 되는데...
DC Comics는 이런 사회의 악조건 속에서도 Show Case라는 타이틀에서 새로운 버젼의 플래시를 선보이면서 성공을 거두고, 이후 "실버 에이지"로 불리는 제 2의 전성기 속에서 그린랜턴, 아톰, 호크맨 등과 같은 새로운 히어로들을 내보이면서 슬럼프에서 다시 빠져나오는듯 했지만, 배트맨에게 실버에이지 시절은 너무나도 가혹했으니...
얼마나 가혹했는지는 다음 편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0 11:2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