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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8-11-08 00:56:58
조선이 누르하치의 제안을 오랑캐라 거절한 이유는 맞습니다만, 그게 유교적 이유인 것은 아닙니다. 조선과 여진족은 지속적으로 국경분쟁을 벌여온 사이고 임진왜란 발발 불과 10년 전인 1583년에도 근 3만에 달하는 여진족이 침공해서 치열하게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게 니탕개의 난이고, 충무공 이순신도 이 때 공을 세워 선조의 눈에 들게 됩니다.
임진왜란 개전 3년 전인 1589년에는 누르하치의 건주위에서 귀순해온 여진족들이 누르하치의 야망에 대해서 보고하고 조선 조정은 이걸 심각하게 논의하기에 이릅니다.
“만포진(滿浦鎭)의 보고에 의하면, 건주위(建州衛)의 피인(彼人) 동평자(童坪者) 등 18명과 동해고(童海考) 등 16명 및 동다지(童多之) 등 48명이 귀순해 와서 말하기를 ‘좌위 추장(左衛酋長) 노을가치(老乙可赤, 누르하치) 형제(兄弟)가 건주위(建州衛)의 추장 이이난(李以難) 등을 휘하(麾下)로 만든 뒤에 노을가치는 스스로 왕(王)이라 칭하고 그 아우는 선장(船將)이라 칭하면서 궁시(弓矢) 등의 물건을 많이 만들고 그 군사를 4운(運)으로 나누었는데, 제 1은 환도군(環刀軍), 제 2는 철퇴군(鐵鎚軍), 제 3은 곶치군(串赤軍), 제 4는 능사군(能射軍)이라 하여 가끔 연습을 하고, 군호(群胡)를 협제(脅制) 하여 그 명령에 복종하는 자는 술을 주고 명령을 어기는 자는 머리를 베면서 장차 중국을 상대로 보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였는데, 소위 군호(群胡)의 말이 다 똑같습니다. 모린(毛麟)은 이미 건주위를 거느리고 와서 복종하였고, 온화위(溫火衛)는 복종하지 아니하여 서로 공격을 가하고 있으니, 노을가치의 사나운 상태를 여기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호인(胡人)들이 총병관(摠兵官)에게서 많은 금은(金銀)을 받았으니 중국에 보복하리라는 설은 무리인 듯하지만, 우리로서는 사전의 준비에 유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도(本道)가 오랜 태평 속에 모든 방비가 극히 허술하니 조정은 십분 상량해서 서쪽 변방을 굳건히 해야 합니다.”
번역하자면 "이번에 건주여진에서 귀순해온 오랑캐들의 보고를 종합해 보면 누르하치가 건주여진을 통합해 군사력을 증강하면서 공공연하게 '중국으로 쳐들어 가겠다'는 야망을 밝히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얘네가 중국을 공격해서 이길 가능성은 없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리로서는 유의해야겠습니다."라는 이야기입니다.
누르하치는 참전 제안을 조선에 직접 상신한게 아니라 명 요동부를 통해 단 한번 찔러봤을 뿐이고, 이게 받아들여졌다면 조선이 임진왜란 전까지 최대의 안보위협으로 간주했던 바로 그 여진족들이 "천병" 타이틀을 달고 조선 국경 내로 들어오게 되는 겁니다.
조선 조정이 누르하치의 제안을 거절한 게 그렇게까지 비웃음 당할만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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