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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3
익명
2019-06-15 19:31:06
정신건강복지센터 현직자입니다. 조현병 환자가 아닌 사람을 입원시키는 폐해와 조현병 환자임에도 입원을 못시키는 폐해 두 가지가 부딪히는 것으로 얘기가 되는데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법의 개정 과정에서 정신과 의사를 포함한 정신보건 전문가나 현직자들의 의견 개진 기회가 없이 너무 성급하게 법이 개정되어 14플님이 말한 이 판단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법안개정안 통과시점이 16년 12월쯤이었을텐데 한창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집회로 인해 정신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국회도 개정안을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급하게 통과시켰습니다. 보통은 개정에 앞서 전문가집단이나 현직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적합성 등을 확인했어야 했는데, 의사나 현장직원들에게는 이미 개정안 통과 이후에야 해당 내용이 전달되었지요.
아무튼 앞서 언급한 이 충돌에 대해서는 실제 현장에서는 후자의 폐해가 훨씬 큽니다. 개개인의 문제만 놓고 본다면 전자가 더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하실 수 있으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전자는 해당 케이스가 매우 적은데 반해 후자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문제 케이스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저는 재원 관리라고 하여 입원 환자들 방문 면담 등을 진행하기도 하고, 정신과 간호사들과 얘기를 하면서도 질환이나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이 가족들에 의해서 억울하게 입원을 하는 경우는 개인적으로는 (법 개정 이전에도) 단 한번도 보거나 직접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아마 10플님이 보여준것처럼 그런 경우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분명히 그런 경우가 극히 적고, 환자가 억울하게 입원했다고 주장하더라도 대부분은 피해망상의 증상이 있는 환자가 병인식이 없어 억울하다 주장하며 실제로는 명백한 증상적 문제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면, 명백한 증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입원이나 약물치료는 고사하고 병원에 데리고 가서 의사 진료도 못 보고 있는 경우는 한 시군구에서만도 수십건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정신건강법 개정 이후 지금까지 저에게 의뢰된 케이스임에도 경찰에 의한 응급입원, 행정긴관에 의한 행정입원, 보호자에 의한 보호입원 중 어느것에 대한 법률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문제상황이 심각함에도 차마 입원이나 병원치료 및 진료를 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수십건은 족히 된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조현병은 짤에도 있듯이 유병률이 약 1% 가량입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발병하고 있으며, 제가 근무하는 기초자치단체에서도 1천명이 훨씬 넘는 정신과 환자들이 장애등급을 받은 상태이며, 장애등급을 받지 못한 환자들이나 혹은 아예 발굴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환자들까지 합치면 수천명 이상의 정신질환자들이 거주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들 중 다수는 정신과적 증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가족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경제적 문제, 본인 뿐 아니라 가족의 병식 부재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생각보다도 훨씬 많은 환자들이 자의,동의,보호,행정,응급 입원 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예컨대 증상으로 인해 가족에게 버림받은 환자가 있는데 수십년째 연락이 두절된 가족들이 있고 이들의 신원이나 소재 등이 파악되지 않아 보호입원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되는 경우 들이 있지요.) 이들 중 칼부림을 하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이들이 극소수여서 그렇지 결코 그 수가 적지 않습니다.
개정법안을 보았을 때 절차상 차이가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는 것이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신데, 정신질환자의 수가 많음을 고려할 때 법적 절차가 복잡해져 그로 인해 입원치료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는 확률이 낮더라도 그로 인해 입원치료가 중단되는 환자의 수 자체는 충분히 지역사회에서 많은 물의를 야기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법적 절차 자체가 복잡해진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강제적 입원을 극도로 제한하는 것이 법의 취지이고, 실제로 정신과 의사들이 기소되는 등의 일이 있다 보니 유관기관(경찰이나 행정기관, 병원 등)이 조금이나마 법률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절대로 입원시키려고 하지 않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현장 분위기가 상당히 많이 변화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경찰의 경우 조금이라도 응급성에 부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할 경우 응급입원을 시키지 않는다거나(예컨대 명백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직접 타인을 향해 칼을 휘두를 경우에는 응급입원을 시킬지라도 짱돌을 들고 행인들에게 욕설을 내뱉는 사람은 증상적인 문제가 분명해도 응급입원을 시키지 않는 식으로), 행정기관에서도 보호입원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을 경우 행정입원 진행을 거부하거나, 정신과 병원들도 병원 후송의 형태에 조금이라도 위법성의 여지가 있는 환자는 진료를 거부해버리는 경우와 같이 유관기관들이 매우 소극적으로 대처하며 서로 책임만을 떠넘기려는것을 저는 상당히 많이 겪었습니다. 법에 명시된 절차 뿐 아니라 법 취지를 이해하느 기관들의 태도 변화와 같은 명시되지 않은 현장에서의 변화도 야기됨을 이해해주시면 좋겠어요.
요약)
1법 개정이 너무 급하게 진행되어 충분히 논의와 그로 인한 적절한 판단이 되지 않았음.
2조현병을 필두로 한 정신질환자 매우 많으며, 법 개정 이후 환자 아닌데 입원되는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환자임에도 치료 못받는 경우가 많음.
3법에 명시된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법의 개정으로 국가가 요구하는 의도나 목적, 취지가 있으므로 각 기관들이 그에 맞춰 매우 환자 치료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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