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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익명
2018-01-24 03:37:10
19/ 그게 뭐 내공이 부족하다거나 그런 문제는 아닐 겁니다. 루크의 캐릭터 붕괴가 팬덤 분노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텐데, 그 팬들이 다 내공이 부족한 사람들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잖아요? 그냥 영화를 즐길 때 어떤 것을 중요시하느냐의 취향 차이일테죠.
그런데요, 사실 저는 이 일련의 사태들이 새 트릴로지를 시작하면서 이미 예견되었다고 생각해요. 공화국이 절멸하고 퍼스트 오더가 은하계를 장악했는데, 우리가 아는 그 루크가 제다이 마스터가 되어서 버티고 있는 한 그걸 곱게 두고 볼 리가 없으니 죽거나 실패해서 은둔해 있다는 설정이 필요했을 겁니다. 애초에 새로운 트릴로지가 시작되지 말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애초에 원작자가 여섯 편으로 완결을 낸 시리즈를 다시 꺼낸다는 건, 올드 팬들을 배신하거나 실망시키거나 하지 않고서는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마치 터미네이터가 두 편의 완벽한 시리즈로 완결이 났음에도 무리하게 시리즈를 이어나가려다 두고두고 욕을 먹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다만 저는 이왕 다시 시작한 거라면, 그냥 과거의 영광에 묻어가는 것보단 새로운 이야기를 해주길 원했기 때문에 8을 좋아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사실 과거의 영광에 묻어가는 게 더 쉬워요. 레이가 루크 쫄랑쫄랑 따라다니다가 그 정성에 감복한 루크에게 수련을 받고, 퍼스트 오더랑 맞짱뜨러 갔다가 시리즈 전통대로 손목 하나 날아가고 나서 사실 카일로 렌이 자신의 배다른 남매라는 걸 깨닫고 노오오오!! 하면서 울면서 도망가고, 포 다메론이 어쩌다 스타 디스트로이어 하나 부수면서 환호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걸 선택한 겁니다. 물론 그 방법이 생각보다 급진적이었지만요.
확실한 건 본문에서 암시하는 바와 달리 라이언 존슨이 갑자기 깽판을 쳐서 시리즈를 망치고 JJ에게 폭탄을 돌렸다는 건 사실이 아니란 겁니다. 트릴로지의 제작자는 계속해서 JJ입니다. 관객의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이 모든 게 JJ의 계획 안에 있다는 거고, 이제 대체 어쩔 건가 싶어도 이 이야기를 계속해나갈 자신이 JJ에게는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이 시리즈가 다소 걱정되면서도, 여전히 기대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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