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우연히 본 바나나.. 너무나 싼 가격이 눈에 띠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이 노점상의 과일 가격이 너무 쌌다. 품질들 결코 떨어져 보이지 않는다.

시간도 남아서 바나나 한 봉지를 사들고 까 먹으며 노점 사장님과 좀 너스레를 떨어 보기로 했다.

" 아니,, 어째 이리 과일들이 싼가요?"
헉.. 근데 이 바나나 무지하게 맛있네.

" 연구하면 다 방법이 있지요"
노점상 사장님은 한 눈에 범상치 않아 보였는데..

" 오래 하셨어요?"
" 오래는 뭘요..3개월됐어요"
" 에?"

노하우가 궁금했다.

" 인터넷을 뒤지면 소스가 다 나와요. 왜 바나나가 올해 비싼지 등등.."

무슨 소리일까..
눈치를 챘는지 싸장님이 설명을 한다.

"원래 바나나 하나도 안비싼 과일입니다. 그런데 이게 비싼 게 중국이 거의 수입을 해가죠. 중요한 건, 중국인들도 인식이 높아져서 델몬트나 뭐 이런 걸 선호하고 필리핀 바나나 같은 것을 안 쳐다본다는 거에요"

그러고 보니 내가 산 바나나는 필리핀 산이었다.
5개 1천원..

"그래도 너무 싼데.."

" 원래 이거 5개 2천원 받는 거에요. 그런데 남들같이 팔면 내가 많이 팔 수 있겠어요? 그래서 공부를 하는거죠. 인터넷으로 찾아 보면 도매 수입상들이 다 나와요. 그러면 사전에 딜을 하죠"

"어떻게요?"

" 완숙직전.. 그러니까 상품가치가 며칠 지나면 없어지는 제품들을 골라 후려쳐요. 어차피 그들로서는 버려야 하는 것들이거든..지들이 어쩔건데.."

이게 갑이야 을이야?

잉?? 그렇다면 맛가기 직전의 바나나를? 근데 하나같이 멀쩡한데..
내 의문은 여지없이 풀렸다.

" 3일이 지나면 이 바나나들은 상품성이 없어져요. 지금은 아무 문제 없죠. 그래서 내가 남들보다 싸게 사 온 바나나를 남들 보다 싸게 파니 상품이 될 때 다 팔려 나가는 거에요"

아하!!!!!!!!
머리속에 번개가 쳤다.

이 싸장님은 타인의 기회비용을 이용해 장사를 하는 것이다.
바나나 수입 도매상들은 상품성이 지난 바나나를 폐기처분 해야 하니..

그것도 돈이 드는 일이다. 그러니 이런 싸장님이 달라면 그저도 주어야 할 판..
이런 것이 말로만 듣던 기업가 정신이다.

"그래도 너무 싸서 1천원 한 봉다리 팔아도 남는 것이 없겠어요"

" 왜 안남아요. 한 봉지 팔아서 200원이나 남는데.."

언뜻 이해가 안갔다.
열 봉지 팔면 2000원 남고, 백봉지 팔아야 2만원?

그런데 알고보니 이 바나나는 미끼상품이었다.
대화중에 쉴 새없이 과일들이 팔리는데.. 수박, 토마토, 등등..
싸장님은 카드도 받았다.

" 카드를 받아야 손님들이 사기 편하죠"

그러니까, 이 싸장님은 수박이든, 뭐든 직접 도매상을 찾아 한계에 이르려는 상품을 아주 싸게 사서, 그걸 다시 싸게 파는 유통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카드를 받으니... 손님들이 많을 수 밖에..

그런데 대화중에 이상한 상황을 봤다.
냉차 아주머니가 오더니, 돈다발을 꺼내 세고서는 3만원을 내어 준다.

삐리릿! 나도 눈치는 있다.

이 과일 노점 싸장님은 이문이 적은 대신 매출이 많으니, 그 돈으로 일수를 찍어 주는 거다. 즉 캐시플로어를 이용해 금융업을 하는거다.
결국 본업은 대부업(?)이라 할 수 있다.

금산융합은 이래서 일어난다.

진정한 기업가다.
모두가 이 싸장님으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으니....

시장은 참 묘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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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4 15: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