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에 자부심을 갖고 계시더라'는 추천글들에 이끌려 학교 온 김에 개운사길까지 올라가서 도전해 본 정만 팥빙수. 개운사 바로 앞 옛날 썬치 자리에 있고요.

'얼음이 빨리 녹아요' 등등의 후기를 보면서 나름대로 어떻게 하면 직접 만든 팥을 음미하며 먹을 수 있을까를 수없이 고민하며, 이미지트레이닝하며 방문한 팥빙수의 신 명소인데요.

주문을 드리면 바로 그 자리에서 얼음을 가시고 스텐레스 쟁반에 받쳐서 가져다 주시는데요. 그릇은 무려 두꺼운 유리로 유명한 뭐시기 계량컵!을 쓰시더라고요. (제가 브랜드명은 잘 몰라서 생략;;)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요리프로그램에 나오는 그 유리계량컵입니다. 누구나 '계량컵'을 생각하면 거의 반강제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바로 그 계량컵.

그래서 왠지 더 신뢰가 갔어요. 스텐레스 쟁반과 두꺼운 유리그릇의 조화! 얼음 빨리 녹지 말라고 신경 좀 쓰신 듯한 :)

팥은 확실히 직접 익히셔서 그런지 좀 투박한 맛이 납니다. 너무나도 익숙한 깡통제 시럽맛이 아니었어요. 투박하지만 싫은 투박함이 아니라 뭔가 잔잔하고 소박한 느낌? 마치 어릴적 할머니댁에 놀러가면 작은 제빙기로 드륵드륵 갈아서 쌓아주시던 그런 투박함입니다.

구대륙과 신대륙의 중간지점에서 이베리아 반도의 춤추는 여인의 치... 아... 아닙니다!

얼음은 캔모아의 눈꽃빙수같은 그런 고운 갈림이었습니다. 12년간 정만 팥빙수를 녹기 전에 먹기 위해 수없이 상상을 거듭해 왔는데, 이건 내가 상상한 그 팥빙... 아... 아닙니다!

아마도 얼음 갈림이 너무 곱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너무 빨리 녹는 것 같네요. 그런데 그런 고운 갈림이 투박한 팥이랑 어우러져서 소박하고 보드라운 식감을 더욱 살려주는 요인이 되는 것 같으니 불만을 할 수 없는 부분이고요.

고명은 떡은 아쉽게도! 안들어가고, (저는 팥빙수 떡매니안데...ㅠ.ㅜ) 수박 두 다이스, 바나나 세 절편 정도 들어가는데 특히 수박이 들어간게 좋았네요.

음미해서 먹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약 1/4 먹은 지점 이후로는 얼음이 급격히 빨리 녹기 시작해서 약 절반이 남은 가운데 우유에 팥 말아먹는 기분으로 훌훌 마시고 나왔네요 ㅠ.ㅜ

제가 초반에 너무 휘저어서 그럴지도 모르니, 아마 곱게 사분작 사분작 (마치 일본 아해들이 카레 먹는 방법대로) 섞지 않고 조심해서 먹으면 덜 녹을지도 모르겠네요.

가격 (1인 2,500원/2인 4,500) 대비하면 정말 고급스러운 맛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근데 왜 분식집엘 가서 분식을 먹지를 못하니! 왠일인지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위치: *** (개운사길 깊숙이 배달치킨집이나 성업할 자리에 분식집이 있기에 호불호가 갈릴 위치)
가격: ***** (이런 팥빙수를 이 가격대에 맛볼 수 있다니!)
서비스: **** (아직은 개업빨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으므로 별 하나 뺐습니다)
양: ***** (장정 한 사람 먹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양입니다)
맛: ***** (다시한번 가성비를 강조하게 됩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 천편일률적인 당통팥 깡통빙수에 질린 분들. 너무 단 것은 싫다거나 좀 점잖은 맛의 빙수를 드시고 싶은 분들
이런 분들께 비추: 위 진술의 逆

스무자평: 부드러운 수제팥과 보드라운 간 얼음의 최적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