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일요일 한 낮에 점심식사를 하는 것은 언제나 까다로운 일이었다.
주말에는 같이 식사를 할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많은 음식점들이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헛걸음 하기 십상이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미련없이 학생회관 식상으로 가서 메뉴를 고르는 골치아픈 일을 하지 않고 값싸고 빠르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지만,
주말이라는 이름은 내게 있어 주말이니 별미를 먹어보라고 유혹하는 것만으로도 내 지갑사정을 위협하는 위험스러운 녀석이었다.

 고민끝에 감성(별미)을 이성(지갑)이 누르고, 한솥도시락에 가기로 결심한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과연 공부를 한 뒤에는 감성보다는 이성적 부분의 대뇌피질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런데 일요일에 영업을 안하는 가게 말고도 내가 간과한게 하나 있었다. 그것은 안암의 상권은 항상 변화한다는 것.
오래간만에 찾은 한솥도시락 점포는 내부공사에 한창이었다. 설마하니 영업을 하지 않게 된 것은 아니리라 생각했지만,입학식 날에 수업을 한다는 이야기처럼 한솥도시락이 주말영업을 안한다는 소리는 내 머릿속에서 상정한 적이 없었기에 한껏 이성으로 무장한 내 머리(와 지갑)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어디로 갈 것인가, 무엇을 먹을 것인가...
 자장면과 짬뽕, 프라이드 치킨과 양념치킨, 닭과 달걀처럼 끝없는 논쟁이 다시금 시작되려는 찰나, 내 이성은 재빠르게 합의점을 도출해 내었다.

'더우니까 냉면.'


마침 교양관 쪽문 쪽으로 나온 터라 거리도 멀지 않은 터라 발걸음을 움직이기는 간단한 일이었다.

7월 4일 일요일. 정오 무렵이었다.




  -1-

 사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나서는 더위 때문에 냉면은 곧잘 먹은 음식이었기 때문에, 메뉴선정 자체는 만족스럽지 못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기호가 뭐 그리 중요하랴, 어찌되었건 빠르고 값싸게(그리고 별식은 별식이라는 조건도 충족시킨)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며 A+의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하니 일요일이라 영업을 안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 헬멧을 쓰고 철가방을 든 아저씨가 내 앞을 서둘러 나가면서 내 아찔한 상상은 가볍게 부숴지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입구에서 배달하면 4500원이라고 적힌 종이를 본 것 같았다. 배달은 시켜먹은 적이 없으니 알 턱이 있다.

가게로 들어간 순간 시원한 바람이 '과연 냉면집!'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굉장히 쾌적하게도 손님이 달랑 혼자만 있는게 아닌가.

그래 바로 '나' 말이다.


시험직후의 백주년 기념관 대열람실의 C열을 혼자 독점하고 앉은 것 마냥 나는 가장 가운데 테이블에 앉고 주문을 시켰다.

"비빔냉면 하나 주세요."


  -2-

주문을 기다리면서 아이스크림 통으로 가서 콘 하나를 만들어 먹으면서 와이드 쇼를 보기 시작했다.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는 것은 이제 거의 관례처럼 내게 밴 습관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초코 아이스크림이 남아서 매번 딸기만 먹는 불상사를 피한 것을 새삼 기쁘게 생각하고, tv화면으로 눈길을 돌렸다.


축구선수 유상철 선수가 신나게 이야기 하고 있는게 보였다. 주제는 골 세리머니 때 선수들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

너무나 지겹게 봐서 현기증이 날 지경인 2002 월드컵 골 장면을 다시 보여주는 것을 멍하니 보다보니 음식이 나왔다.

칡냉면 위로 벌겋게 고추장 양념이 올라와진 모습이 약간은 부담스럽지만, 달걀 반쪽을 날름 집어 먹으면서 위장에게 준비태세를 갖추게 한 다음 생각했다.


'먹자.'



  -3-

다 먹었다.

맛은 귀찮으니 묘사를 생략하겠다.(수없이 시식글에 내가 한 줄 덜 보탠다고 해서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묘사라고 해야 후륵후륵 얌냠이고)

내가 고른 선택이긴 하지만, 언제나 물냉면>비빔냉면>>>>>>>부대찌개 라는 부등식은 아직까지 견고한 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냉면은 며칠 전에도 먹었으니 그다지 불만은 없었다.

부대찌개만 아니면 된다. 전문점에서는 전문으로 하는 왜 전문으로 하는 음식을 먹는게 정석인지 알려준 A+ 부대찌개 같으니..



식후에 소화도 시킬 겸 적당히 tv를 보다 계산대로 향했다.(이때까지도 tv에서는 2002 골 장면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아.. 그런데 지갑에 그것이 없었다. 돈.


정확히는 한국돈 그것도 지폐가 없었다. 달러도 있고 유로도 있고 하다못해 문화상품권도 있는데 그 흔한 파란종이 노란종이가 없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왜 내가 처음에 한솥도시락에 무의식적으로 가려 했는지를.

그곳은 카드결제 하는데 있어서는 전혀 무리없는 곳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은연중에 발걸음을 그쪽으로 향하게 한 내 이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어쨌거나 이성이고 자시고 간에 나란 손님은 3천원 짜리 냉면 하나 시켜 먹으면서 아이스크림은 그것대로 먹고, 한참이나 tv도 보다가 카드결제를 하려는 손님이 되려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달랑 손님 혼자인 식당(!)에서.

조심히 고개를 돌려 계산대 옆을 보니 죄송하지만, 물가때문에 카드는 1만원 이상부터 결제좀..'어쩌는 문구가 보였다.
평상시에 여기만큼은 미안해서라도 현금으로 계산을 해온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치다니, 아.. 이런 미안한 마음이란.....

그래도 돈이 없는 것은 없는 것, 뾰족한 수가 없기에 조심히 말을 꺼냈다(달러를 낼 수는 없으니..).

'저기요, 제가 지금 현금이 없어서...' 하면서 슬그머니 나오는 카드.



   -4-

밖은 아직도 햇볕이 쨍쨍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바로 엊그제까지 비가 줄창 왔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양손에 든 아이스크림 콘(흰색 바닐라맛과 분홍색 딸기맛)을 번갈아 핥으면서, 모종의 책임감과 함께 나는 종종걸음으로 열람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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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요. 이거 왜 쓴거지..

어쨌건 간에 그냥 씁니다.


안암 근처에는 옷집이 별로 없습니다. 방학에는 절대적인 (학생)손님이 줄기 때문에 영업을 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죠.

(소위 계절탄다, 시즌탄다고 하죠)

그래서 음식점도 무난~ 한 것들이 대개 입점합니다.



그런데 이 빈약한 안암상권에서 옷가게보다 더 슬픈 음식점이 있습니다.

바로 '냉면집'


겨울음식은 대개 따뜻하니 4철 아무때나 먹어도 되지만(여름철에도 이열치열이니 하고 먹으니 말이죠)

냉면 이것만큼은 상당한 애호가 아니면 겨울철이나 봄철에는 먹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매니악한 음식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은 드뭅니다. 더우기 '괜찮게' 파는 곳은 더욱 드뭅니다.


그런데 A+라는 (냉면)음식점은 여러모로 합격입니다.

가격? 훌륭합니다.

맛? 나쁘지 않습니다. 괜찮습니다. 가성비로는 정말 A+입니다.

서비스? 좋습니다. 솜사탕과 아이스크림이라는 후식도 구비해 두었으니 이것도 충분히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3천원 현금이 없어서 카드결제 하려고 해도 모 음식점처럼 타박하지도 않습니다. 다음부터는 양해해 달라고 하면서 결제도 다 해줍니다.



(컬투쇼 스타일로)

아~ 그런데
아, 그.런.데.
그! 런! 데!


손님이 정말 정말 없습니다. 왜!! 없는지 정말....;;;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계절을 타는데다 장소도 약간 외지기 때문에 그런 것 같지만..

그래도 냉면은 여름철 한낮 장사인데, 평일에도 손님이 많지 않습니다(설마하니 엄청난 주문배달을 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더우면, 별미가 먹고 싶으면 좀 가서 먹어주세요;;

배달도 됩니다. 4500원이면 다른 배달음식에 비해서도 나쁘지 않습니다.

여기 TV도 되게 큽니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어줍니다. 아이스크림 막 먹어도 뭐라고 안합니다.




원래 저는 추천이 많이 된 음식점에 대해서는 별로 가타부타 안하는 편인데요.

이곳은 그렇게나 추천글이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이...(하아..;;) 없어서 적습니다;;;;;;;;;;;;;;;;;;;;;

여긴 망하면 안돼요 ㅠㅠ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7 19:2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