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헤메이던 하수 닭쟁이의 입맛은 결국 순살로 향했고,
그 도착지는 후배의 강추에 힘입어 네네순살파닭으로 결정되었었더랬죠.
잠시 피자와 분식 등의 외도를 거쳐 다시 치킨으로 돌아오려는 요즘
네네 순살 파닭은 제 미천함을 알라는 듯 등돌린채 다시 제게 안기질 않습니다.
고시준비와 오랜 면식으로 피폐해진 제 위장에 기름칠의 계절이 다가옴을 알린 이 가을 어느 날
저는 최첨단 21세기 테크놀러지의 집약체 배달 어플을 실행시켜 잊고 있던 옛 연인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늦은 시간(11:30)에 연락하는 것은 양반의 도리가 아니라며 매몰차게 저를 돌려세웠죠.
저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녀의 신설동과 안암동 친척집을 두들겨 사정을 해보았으나,
다들 그럴 수는 없는 일이라며 저를 돌려보냈습니다.
미련한 놈이 배곯는 일은 참지 못하는 지라,
"흥 네 이년, 하찮은 미물 한마리가 나를 능욕하려 드는게냐?" 하며
그 날 굽네네를 찾은 것이 원흉이었을까요..
그 날 이후 제 방탕한 야식행보는 지칠 줄을 몰랐으며,
다시 악몽 같이 빈곤했던 월말의 나날을 잊게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늘같은 주상아버님전하마마 천세천세천천세 만세만세만만세 께옵서
금이십만냥을 일시 하사 하시어 몸둘바를 모르던 바,
재물이 악의 원흉인지라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놈이
허세를 부리겠다며 지난 날 떠나버린 연인을 다시 찾겠다며 나섰습니다.
하지만 아아.. 님은 갔습니다.. 사랑하던 내 님은 영영 가버리신 겁니다.
오실 길이 차다하여 친히 행사하시지는 아니하실 거라 말씀을 해버리십디다.
말없이 보드람네를 뜯으며, 저는 오늘의 이 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뼈 하나에 추억과
뼈 하나에 사랑과
뼈 하나에 쓸쓸함과
뼈 하나에 동경과
뼈 하나에 시와
뼈 하나에 순살이, 순살이,
딴은 밤을 새워 먹는 딴닭은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이 달이 지나고 나의 지갑에도 봄이 오면
뱃살 우에 파란 기름자국 피어나듯이
내 손바닥 묻힌 뱃살우에도
자랑처럼 기름이 무성할게외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7 12:1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