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보건복지부는 대학 캠퍼스를 포함한 공공장소에서 주류 판매 및 음주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르면 내년 4월부터 대학가에 금주령이 내려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꼭 필요한 조치’라는 찬성 의견과 ‘지나친 구속’이라는 반대 의견이 팽팽하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캠퍼스 금주 법안 도입을 둘러싼 쟁점들을 취재해 보았다.

‘캠퍼스 금주령=건강증진법 개정안’이란?

이번 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따르면 초·중·고교와 대학교, 청소년 수련 시설, 의료기관 등에서 주류 판매와 음주가 금지되며 이 밖에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한 공공장소에서의 음주 또한 금지된다. 만약 이를 어기고 술을 팔 경우 500만원 이하, 술을 마실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가된다. 앞으로 중앙광장 잔디에서 술을 마실 경우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의 정책 기조는 ‘선진국 수준의 절주정책으로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든다’이다. ‘우리나라보다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선진국의 음주 문화가 더 자유롭지 않을까‘하는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대학 캠퍼스를 비롯한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호주와 러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학교 내 음주를 완전 금지하고 있으며 프랑스도 부분적으로 음주를 금하고 있다. 또한 한국과 미국 대학생의 음주와 폭음에 대한 비교연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대학생 4명중 3명이 폭음자로 분류되는데, 이것은 미국 대학생의 약 2배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술 먹는 대학생에게 관대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음주 문화의 폐해

최근 과도한 음주로 인한 피해와 한국 술 문화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대학교 축제나 신입생환영회 등 각종 대학 행사에서 과도한 음주가 문제가 되었던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대학생 음주사망사고는 매년 2~3명씩 발생하고 있다. 우리학교의 경우도 2001년 새내기 새로배움터에서 정경대 신입생 한 명이 술에 취해 난간에서 추락하면서 동사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또한 지난 26일 수원에서는 학교 축제에서 밤새 술을 마시고 차를 몰던 대학생 8명이 속도 경쟁을 벌이다 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캠퍼스 내 음주는 캠퍼스 전체를 쓰레기통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번 정기 고연전에서는 많은 학우들이 승리에 취한 나머지 지나치게 술을 마셔, 캠퍼스와 참살이길이 온통 술병과 토사물로 가득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고연전이나 대동제를 비롯한 학교 행사가 있을 때마다 반복된다. 특히 중앙광장 등에서는 밤늦게까지 술 먹는 학우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학교 중앙광장을 담당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이해석(60세)씨는 “학생들이 광장에서 술을 좀 덜 먹었으면 좋겠다”며 깨진 술병을 치우는 어려움과 함께 “이번 고연전 때는 쓰레기가 너무 많아 리어카로 실어내야 했다”고 전했다.

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9월 6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대학 캠퍼스는 대학생들만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청소년들과 시민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장소"라며 "잘못된 술 문화가 시작되는 대학의 술 문화가 바뀌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술 문화를 바꿀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대학 내 절주문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위해 전국 여러 대학의 절주 동아리들을 지원해왔는데, 이번 개정안은 대학의 술 문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대의 목소리도 높아...음주 시위를 벌이기도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25일 청년대선캠프 소속 대학생들은 캠퍼스 금주령에 항의하며 보건복지부 앞에서 음주시위를 벌였다. 서강대 총학생회장이자 청년대선캠프의 선대위원장인 고명우씨는 “정부의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며 “셧다운제 등 무슨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금지하려고만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학생도 청소년에 포함된다는 논리를 들어 당사자들과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인 금주령을 내린 현 정부의 권위적인 태도에 대해 지적했다.

이러한 반대의 목소리는 캠퍼스 금주를 학칙으로 만들고자 하는 대학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높다. 각 대학들은 학생사회와의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금주 학칙을 마련했고 최근에는 한국외대가 면학분위기 조성을 이유로 금주 학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혀 축제를 앞둔 외대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캠퍼스 금주령... 과연 그 실효성은?

그러나 학칙 혹은 법적으로 캠퍼스 내에 음주가 금지된다고 해서 과연 이것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이미 학칙에 금주를 규정하고 있는 이화여대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이화여대는 축제 때 캠퍼스 내에 주점을 여는 것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캠퍼스 내에서 개인적으로 술을 먹는 것 까지 일일이 단속할 수 없는 듯 보였다. 취재 당시에 캠퍼스 내에서 친구들과 술을 먹고 있던 이화여대 최한슬 학생은 “딱히 실효성이 없는 것 같다”며 “많은 학생들이 캠퍼스 내에서 술을 즐긴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물론 캠퍼스 금주가 매우 잘 지켜지고 있는 학교의 경우도 있다. 삼육대학교가 그 예다. 삼육대는 캠퍼스 내에서 술뿐만 아니라 담배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삼육대가 다른 학교에 비해 캠퍼스 금주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은 삼육대의 종교적인 특수성 때문인 듯 보인다. 삼육대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개교 이후 지금까지 전 교직원이 금주를 실천하고 있고 학생들도 음주예방교육 등을 통해 술 냄새 없는 캠퍼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부의 금주령을 바라보는 우리학교의 입장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사발식부터 다양한 캠퍼스 술 문화가 발달해 있는 우리학교에 캠퍼스 금주령이 도입될 경우 그 실효성에 심각한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양종오 학생지원부장은 “뜻은 좋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며 술 판매와 달리 음주를 일일이 단속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학교는 학생들의 의견 수렴과 함께 정부의 조치를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다.

우리학교 행정학과 윤견수 교수는 기자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번 개정안은 학교마다 상황이나 문화가 다른 점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 실효성을 살펴볼 때 법규만능주의적이며 행정편의주의적”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대학들이 이 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는지도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해주었다. 입법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대학들이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이 법을 만든 것이라면 앞뒤가 바뀐 일이라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의 내용처럼 대대적인 금주 정책이 시행되는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술을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캠퍼스 금주를 규정한 이번 개정안은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들 뿐만 아니라 정부의 강압성에도 문제가 있다. 분명 대학 내 과도한 술 문화는 어느 정도 규제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 잔의 술로 젊음의 낭만을 즐기는 모든 대학생들까지 규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작성자 송영서(voheavenv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