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우리학교 학우들의 페이스북을 뜨겁게 달군 사람이 있었다. 라디오스타에 나와 연세대학교를 소위 ‘디스’하며 많은 학우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은 샘 해밍턴씨다. 사실 라디오스타에 나오기 전까지 그가 고려대학교 어학당을 나온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그는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우리 학교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기자 : 라디오 스타에 나오면서, 학우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것은 봤지만,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반응이 좋을지는 몰랐다. 내 주변에 이제 학교를 다니는 학생도 없고, 직접 학생들의 반응을 볼만한 연결고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선배니깐 후배들은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만 했다. 고대 다녔던 시절은 아직도 정말 좋은 추억이다.

기자 : 고려대학교 어학당 시절에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샘: 추억이 정말 많다. 좋은 추억, 안 좋은 추억 모두 있다. 고대 다닐 때 미식축구 동아리를 했다. 그 때 소주로 사발을 먹고 그 뒤로는 너무 창피해서 밖에 나가지 못했다. 또 외국인 기숙사에 살다 보니 재밌는 일이 많았다. 제일 기억나는 것은 어학당에서 1학기에 성적이 안 나와서 잘릴 뻔했는데 2학기엔 반에서 2등을 한 것이다. 다시 갈 수 있다면 다른 마음으로 공부할 것이다.

기자 : 라디오 스타에서 ‘고대에 대한 자부심‘을 많이 표출했다. 본인의 삶에 있어서 고대란?

샘: 일단 한국에서 SKY하면 알아주는 것처럼 고대, 정말 좋은 학교다. 역사도 깊고, 전통적인 느낌도 많다. 특히 연대랑 비교하면 전통적인 느낌이 강하다. 내가 어학당 다닐 당시에 연대에는 영어 잘하는 교포들이 많았다. 만약 연대에 갔다면, 교포들과 어울려 한국말을 배우긴 힘들었을 것이다. 또한 그 당시 고대에는 지방학생들이 많았는데 그것도 큰 도움이 됐다. 연대생들은 맨날 홍대에서 술 먹고, 춤추고 노는 것을 많이 봤다. 나도 안암동에서 먹긴 했지만 고대 와서 그래도 덜 논 것 같다.

샘 해밍턴씨를 인터넷에 검색하면,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인 개그맨’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지난번 라디오 스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사람들을 웃기는데 재능이 있다. 이번에는 그가 어떻게 개그맨을 하게 되었고, 그의 개그맨 생활은 어떤지 알아봤다.

기자 : 어떻게 개그맨을 하게 되었나?

샘: 사실 개그맨을 할 줄은 몰랐다. 처음에 개그맨 김진철과 함께 옹달샘 쇼를 보러갔었는데, 거기에 개그콘서트 작가들이 있었다. 나중에 진철이한테 연락이 와 개그콘서트 출연을 부탁받았다. 그 당시 김준호랑 김대희가 하는 하류인생이란 코너를 한번 출연하게 됐고 2주 뒤 준호한테 또 다시 연락이 왔다. 그 때는 이렇게 방송활동을 많이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옛날에 호주에서 친구들이랑 이홍렬 쇼를 보며 “나중에 한국 가서 방송에 나갈 거야”라 그랬더니 모두 비웃었던 게 생각난다. 이렇게 될 줄은 진짜 몰랐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기자 : 개그맨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

샘: 솔직히 한국과 호주의 개그코드도 굉장히 다르고, 선후배 관계 때문에 어려웠다. 또한 개그맨들은 말발도 장난이 아니다. 말을 워낙 잘하기도 하지만 말하는 속도도 빨라서 힘들었다. 개그맨들이 쓰는 방송용어도 이해하기 힘들고. 처음에는 다른 개그맨들도 나를 그냥 외국인으로 보고 개그맨으로 인정해주지 않아서 어울리기 힘들었던 것 같다.

사실 그가 우리나라에서 지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의 남다른 한국 사랑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페이스북에 “독도가 일본 땅이면, 일본은 한국 땅이다.” 등의 글을 올리기도 했고 지난 대선 당시 “투표를 하려고 했는데 교육감 투표밖에 못해서 아쉽다“며 인증샷을 올렸다. 이번에는 그가 생각하는 한국에 대해 들어보았다.

기자: 한국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샘: 한국 사람은 성격이 강한 것 같다. 새벽까지 술 먹고 그 다음날 회사가고. 또 한국 사람들은 애국심이 강하다. 호주는 이민국의 나라이다 보니 한국처럼 애국심이 강한 호주인은 드물다. 2002년 월드컵 때 같이 응원하고 이런 모습이 굉장히 보기 좋았다. 또 정도 많은 것 같다. 한번 친구 사귀면 10년 뒤 다시 봐도 친구다.

기자: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데.

샘: 한국에 11년 동안 살다보니. 점점 한국인이 되어가는 거 같다. 꾸준히 책도 보고, 한국에 대해서도 공부하다보니 이제 거의 반한국인 수준이다. 가끔 나도 호주에 들어가면 “호주사람들 왜 이러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국음식도 매우 좋아한다. 김장은 못하지만 김치는 잘 먹는다.

기자: 2013 년 목표는?

샘: 요즘 계속 바라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방송도 많이 들어오고. 한번 정도는 영화 출연이나 CF 출연을 하고 싶다. 로버트 할리 씨는 많이 찍는데 사실 나는 하나도 안 찍어서 섭섭했다. 결혼도 하고 싶은데 올해는 힘들 것 같다. 저번에 점 보러 갔는데 38살에 결혼 한다 그래서 내년까지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대화를 나눠본 샘 해밍턴씨는 외향적인 모습 빼고는 전혀 외국인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인터뷰 요청에도 ‘고대 후배라면 당연히 해줘야지’라며 흔쾌히 응할 만큼 고대 사랑이 대단했다. 인터뷰 할 당시에도 그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을 만큼 현재도 활발한 방송생활을 하고 있는 그. 그의 바람대로 앞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기를 응원한다.

김하연 기자(hykim92@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