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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상>

나는 오늘도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룬 채, 오후 11시 40분경에 침대에 눕는다. 옆에 있는 핸드폰을 들어 홈 버튼에 엄지의 지문을 정확히 밀착시켜 잠금을 푼다. 첫 번째 홈 화면에 있는 유튜브 아이콘을 누른 후, 구독 창 상단에 작은 원으로 표시된 ASMR 채널을 누른다. 뒤이어 나오는 성형 애플리케이션 광고를 6초가량 보고 ‘한 시간 동안 깊이 들어오는 이어 클리닝’이 나오면 눈을 감는다. 귓속에서 들리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간지럽지만 편안하다고 느끼면서 어느새 잠이 든다.

이 생활이 당신의 일상이라면, 당신은 잠에서 깰 때부터 잠이 들 때까지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심심할 때마다 구독 중인 유튜버들의 영상을 찾아볼 것이다. 당신은 이제 일상에서 유튜브를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의 일상을 차지하는 유튜버 3명을 만나보았다.



1. 누구나 빠져드는 병맛 유튜버 고퇴경 씨

구독자 63만 명인 ‘퇴경아 약먹자’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고퇴경씨. 고퇴경씨는 노래를 틀어놓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거나 패러디 영상을 주로 만든다. 특히 디오니소스를 패러디한 영상이 유명하다. 별다른 꾸밈없이 자신의 자취방에서, 자신이 가진 소품으로 영상을 찍지만, 싱크로율이 높아 많은 사람이 감탄한다. 넘볼 수 없는 유니크한 표정과 동작은 고퇴경씨의 매력 포인트다.

Q. 자신의 채널의 독창성은?
대부분 영상을 자취방에서 찍다 보니 영상의 배경 자체가 하나의 독창성을 가지는 것 같아요. 또한, 여러 가지 노래를 섞어서 한 가지 영상으로 만드는 것도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스타일이라 이런 쪽에서 조금은 특이한 것 같아요.

Q. 패러디할 영상을 고르는 기준은?
뭔가 말로 표현하기엔 힘든 저만의 기준이 있는 것 같아요. 우선은 제가 가지고 있거나 구할 수 있는 의상과 소품으로 패러디할 수 있는지, 장소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지, 원본 영상 자체에 재미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요. 흔히들 각이 나온다고 표현을 하죠.

Q. 유튜브 채널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은 일은?
기억에 남는 일은 워낙 많아서 하나를 꼽기는 너무 힘든 것 같아요. 평소에 하는 일이 동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일이다 보니 그 일들로 인한 대외적인 활동들이 많이 기억에 남는 편이에요. 책을 썼던 일, 방송에 출연했던 일, 해외에서 팬 미팅을 했던 일, 강연을 했던 일 등등 촬영 외적인 일들이 많이 기억에 남아요.

Q. 자신만의 방송철학은?
꾸준히만 하자는 생각이에요. 예전보다 동영상을 제작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는데 단기간에 큰 인기를 끌려고 하다 보니 자극적인 소재들만 찾게 되고 또 그렇게 해서 반응이 좋지 않으면 금방 또 시들해지고 하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어요. 저는 본인이 영상 제작을 즐기기만 한다면 처음에는 조금 느릴지언정 결국에는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주변에 그런 친구들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확신해요. 저는 뭔가 거창한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지금 하는 일을 너무도 잘 즐기고 있어서 이렇게 꾸준히 영상을 찍으면서 활동하고 싶은 생각이에요. 이렇게 꾸준히 활동하다 보면 동영상 크리에이터로써 활동할 수 있는 영역들이 점점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Q.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들려는 대학생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제 영상이 그렇게 독창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하다 보니 저만의 개성이 영상에 녹아나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영상을 찍는 모든 분이 본인만의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혹여나 동영상 제작에 관심이 있지만 뭘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두려워하지 마세요. 막연히 뭐라도 찍다 보면 자연스럽게 본인만의 스타일이 잡혀가게 되니 일단은 시도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고퇴경씨의 약에 취하고 싶다면?
<퇴경아 약먹자> 유튜브 채널 : http://bit.ly/1IoPiX8



2.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자, 시사 코미디언 이용주

이용주 씨는 JTBC 콘텐트 크리에이터로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민주주의는 팬티다’라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이용주 씨는 방송에서뿐만 아니라 유튜브에서도 과감하고 직설적인 발언으로 타부를 건드린다. 쉴 새 없는 개그와 드립력이 정치적인 소재와 맞물려 눈과 귀, 뇌를 모두 즐겁게 해준다. 그는 국제 시사 코미디 <멋진 신세계>를 진행했고 유튜브 채널 <UPSET LAB>을 운영하고 있다.


Q.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린 계기는?
영상편집을 배운지 십 년이 넘었고 또, 그동안 꾸준히 영상을 만들어왔어요. 근데 마침 유튜브가 생기고 거기에 제가 뭔가를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건 날 위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사람들이 얘기하지 않는 타부를 건드려보고 싶었어요.

Q. 자신의 어떤 특징이 주목받았다고 생각하나?
일단 제가 업셋랩에 처음 올린 게 작년인데, 일 년 만에 채널에서 티비까지 갔어요. 이건 제가 겁이 없었던 게 컸던 것 같아요. 누구를 만나더라도 하고 싶은 얘기는 꼭 해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이게 영상에 녹으면서 좀 주목을 받았던 것 같아요. 또 시청자들께서 저를 ‘뭔가 아는 앤데 하는 짓 보면 못 배운 애 같단 말이야. 근데 또 웃기다? 근데 가끔 진지해. 얘는 뭐지?’라는 느낌을 받으셔서 더 흥미를 끌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Q. 자신의 채널의 독창성은?
일단 구독자 수가 적어요. 천도 못 넘고 있고, 그 이유는 뭐냐면 쉽게 가지 않아요. 쉽게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또 그런 콘텐츠를 만들면 사람들이 막 와요. 근데 하고 싶은 일이 있으니까 영상을 만드는 거예요. 저는 제 영상이 언젠간 엄청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Q. 자신의 방송철학은?
‘I do not ask for the permission.’ 이거예요. 나는 허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내가 이런 걸 해도 될까?’라는 허락을 누군가에게 받거나 그런 게 없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걸 해야 돼요. 제 인생이 그랬고. 그러니까 저는 뭐라도 하고 싶어요. 어차피 죽을 거 뭐라도 남기고 죽자.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만약 대기업 갔으면 좋은 차, 좋은 집 그런 거 다 있을 텐데 그런 걸 포기해야 해요. 그런 점이 단점이죠. 장점은 그래도 지금은 뭐라도 남기고 있는 것 같으니까.

Q. 영상의 주제를 고르는 기준은?
일단 매일 채널을 함께 운영하는 친구와 아이디어 회의를 카톡으로 해요. 얘기하면서 서로 논쟁이 되는 소재를 찾아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내용. 소재를 찾는 기본 태도는 ‘돌무덤에 돌 던지지 말자!’예요. 돌이 많이 쌓인 돌무덤에 돌을 던지기보단 그 대신에 돌이 없는, 잊힌 호수를 찾아서 물수제비 뜨자는 거예요. 그니까 그동안 논란이 없었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소재를 찾는다는 얘기죠. 그리고 평소에 기사랑 기사 댓글을 읽으면서 이상하다 싶은 것들도 많이 참고하긴 해요.

Q.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대학생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일단 해라.” 뭔가 하려고 그러면 기획 단계에서 망설여요. 그러지 말고 일단 앉아서 프로그램을 켜. 그리고 시작을 해. 저스트 두 잇! 뭐라도 하나 짧게 만들면 만들면서 많은 것을 배워요. 일단 무조건 해야 해야. 그리고 두 번째는 내려놔야 해요. 인간관계, 부끄러움, 학벌, 자격증, 스펙 등을 다 내려놔야 해요. 저는 유튜브를 하면서, 멋진 신세계를 진행하면서 뻔뻔해졌어요. 만드는 와중에 부끄러워서 이걸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많이 생겨요. 근데 그거를 견뎌야 해요. 그렇게 하나만 만들어도 기술적으로 엄청 큰 발전을 할 수 있어요.

이용주 씨의 풍자를 배우고 싶다면?
<업셋랩 UPSET LAB> 홈페이지 : www.upset.kr



3. 올리브영 알바생이 유튜버가 되기까지 : 서강대생 뷰티 유튜버 나예리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뷰티 유튜버 나예리씨, 올해 22살이다. 3일 만에 구독자 100명을 달성한, 빠르게 성장 중인 신인 유튜버다. 그녀는 화장품 드럭스토어 아르바이트 경력과 화장품 회사 서포터즈의 탄탄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콘텐츠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화장해야 할 중요한 날이 있을 때 그녀의 성형 메이크업을 참고해보자.


Q. 동영상을 올린 계기는?
제가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하고 싶었는데 학업 때문에 못 하고 있었어요. 근데 막상 대학에 들어와서는 창피하니까 제 꿈을 아무에게도 말을 못 하겠는 거예요. 또 크리에이터를 키워주는 회사에 오디션을 봤는데 계속 떨어지고 그래서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서강대 취업지원팀에서 면담을 했는데 거기서 영화배우를 하고 싶다면 영화관 청소부부터 시작하라는 말이 있지 않으냐고, 가장자리부터 시작해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시작한 게 올리브영 알바. 그러다가 운 좋게 뜨엘 화장품 인턴으로 들어가서 뷰티 유튜버나 블로거에게 연락하는 일을 맡았어요. 슬슬 그분들께서 하는 과정이 보였고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어요. 블로그가 생각보다 빨리 컸어요. 시작 1주일 만에 방문자 수가 천 명이 돼서 자신감을 얻고 서포터즈도 하다가 유튜브도 시작하게 됐어요. 아니면 말자는 심정으로 처음 올렸는데 3일 만에 구독자 수가 100명 넘어서 신기해요.

Q. 처음 영상을 만들면서 힘들었던 점은?
처음 영상을 찍을 때는 배경지가 없어서 문방구 가서 전지 사다가 붙이고, 방에 책상 하나 놓고 앞에 조명이랑 카메라도 놓고 찍었어요. 편집할 때도 프로그램이 없어서 체험판 쓰고 그러다가 쭉 하게 됐죠. 아직은 영상이 많이 부족한 거 같아요. 색 보정도 없고, 카메라 각도도 못 잡고 독학으로 하고 있는데 더 열심히 해야죠.

Q. 자신의 채널의 독창성은?
평범한 거요. 유튜버들 진짜 예쁘신 분들이 많잖아요. 근데 예쁘신 분들은 뭘 하셔도 예쁘시니까! 그래서 저는 오히려 쌩얼을 못생기게 잡고, 성형메이크업을 모토로 영상을 찍고 있어요. 그리고 영상을 찍을 때, 같은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어떻게 하면 내 색깔을 좀 더 입힐까 생각하면서 만들고 있어요.

Q. 자신의 방송철학은?
저는 외모 콤플렉스가 심했어요. 그 부분을 화장하면서 극복했는데, 그거처럼 평범한 사람도 예뻐질 수 있고 유명해질 수 있다, 미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예쁘다고 생각하면 그게 미잖아요. 많은 사람이 그런 걸 얻어갔으면 좋겠어요. 제 인트로 배경음악이 김윤아의 All night이에요. 단순히 신나서가 아니고 사람들은 개개인마다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제 채널을 통해 많은 분이 자신감을 얻으시고 동기부여를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Q. 영상 하나 만드는 데 투자하는 시간은?
원본 영상이 길면 길수록 편집시간이 오래 걸려요. 지금 찍고 편집하고 있는 영상은 찍는 게 한 두시간 걸렸고 편집은 밤새워서 이틀정도 걸렸어요. 3분 리뷰 같은 경우에는 자막틀 같은 거 만드는 게 어려웠고. 저번엔 색 조절을 잘 못 해서 아예 그 영상을 쓰지 못하고 다시 찍고 그랬어요.

Q. 추천하는 화장품은?
평소에 잘 쓰는 건 에뛰드 마스카라 픽서구요. 이건 워낙 유명해서… 특별한 날 많이 쓰는 거 같아요. 또, 키스미 롱앤 컬 마스카라 롱버젼이 좋은데, 섬유질이 들어 있어서 바르면 눈이 커 보여요. 그리고 블러셔는 네이쳐리퍼블릭 자몽솜사탕이 정말 예쁜데 핑크핑크하면서 여성스럽고 튀면서 소녀 같고 정말 예쁜 거 같아요. 틴트는 페리페라 틴트 새로 나온 2호 최애쁨템 그게 진짜 안 바른 거 같이 무겁지도 않고 색도 정말 예뻐요!

Q. 유튜브를 시작하고 싶어 하는 분들께 조언을 하자면?
하고 싶다면 일단 앞뒤 가리지 말고 시작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냥 영상을 찍어 올리기만 하면 유튜버예요! 근데 도전하기 무서우니까 선뜻 못 하는 거잖아요. 하고 싶으면 해봤으면 좋겠어요. 만약 소재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그 주변에 있는 것들이라도 차근차근 시작하셨으면 좋겠어요.

나예리 씨의 이중자아를 확인하고 싶다면?
<나예리의 이중자아 뷰티> 유튜브 채널 : https://www.youtube.com/channel/UCjJN0fe14BaSDCJ3NhKtbjA


<도전하고 싶은 대학생들에게>

부럽다. 이 기사를 읽고서 다들 이렇게 느꼈을 것이다. 우리도 인터뷰하고 나서 인생에서 뒤처지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앞으로 어떤 길로 가야 할지 고민만 할 때, 그들은 그들 앞에 놓인 길을 가며 성장하고 있었다. 우리도 앞에 길이 놓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나이에 성공하고, 취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길.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의 길을 만들고 있었다. 어느 길이 자신과 가장 잘 맞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그 길을 어떻게 가야 할지 진지하고 치열하게 성찰하고 있었다.

부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유튜버도 보통 사람이다. 그들이 우리보다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껴지겠지만, 우리도 그들만큼 특별하다. 그들은 그들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냈고 그게 특별함이 됐다. 우리도 분명 나름대로 특별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부러워하지 말고 일단 하고 싶은 분야에 도전했으면 한다. 고퇴경 씨도, 이용주 씨도, 나예리 씨도 ‘일단 해보라’고 했다. 두 사람도 같은 말을 하기 힘든데 무려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했다. 당신, 지금, 시작하라.


강아담 기자 (rkddkeka@naver.com)
김주현 기자 (juhyun1998@gmail.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4 05:2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