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故 정인철 교수의 아내 명정애 씨를 만나고 오다

우리학교 수학교육과 교수인 정인철 교수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얼마 전 중앙운영위원회에서는 학교 당국에 우리학교 수학교육과 교수였던 고(故) 정인철 교수의 자살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학교당국에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양성평등센터 측은 정보 열람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번 [기자가 만난 사람]에서는 (故) 정인철 교수의 아내인 명정애씨를 만나고 왔다. 사건이 일어난 지 5개월 후 만나본 명정애씨는 고(故) 정인철 교수의 아내이기도 했지만 세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 지난 10월 교수님이 돌아가신 이후 학교 측과의 대립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는지.

남편이 굉장히 억울해 하는 부분이 많았다. 양성평등센터에 진술서를 냈어야 했는데, 분명 진술서에 대해서도 자신의 결백함에 대해서도 주장 했다. 유서에 따르면 양성평등센터의 조사과정에서 조사가 너무 편파적이었고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는 내용이 있다. 그래서 양성평등 센터에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를 했다. 요구한 정보들은 피해자가 냈다고 하는 진술서와 조사 위원회에서 회의 진행 중에 녹취록들 이었고 그러한 사실들이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결국 11월 25일에 양성평등센터 소장으로부터 정보 열람이 불가능 하다는 통보를 받았고 현재 소숭 중인 상태이다.

- 양성평등 센터에서 정보 열람을 거부했을 때 심경은?

정말 수도 없이 부탁을 했다. 현재 상황이 납득되지 않으면, 나와 이 세 아이들은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한 가정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를 납득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납득할 수 있도록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애원했는데 규정들을 들며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한 가정이 무너진 상태고 배우자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 상황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 한 사람의 아내로써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는 느낌이 온다. 유서를 언론에 공개하고, 심지어 여러 언론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가?

나 혼자 힘으로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일에 대해서 뜻을 같이 모아주시는 분들과 함께, 진상규명 위원회를 만들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유서를 언론에 공개하기 시작했고 인터뷰도 하게 되었다.

- 혹시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문제에 관련된 당사자들은 만나 보셨는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김 모 조교와는 연락이 되지 않았고, 남편을 신고한 황 모 교수와는 11월 11일 날 만남을 가졌다. 막상 만남을 가졌는데 굉장히 방어적인 태도로 나오더라. 그리고 피해자라고 하는 분을 굉장히 옹호하더라. 나는 배우자를 잃고 찾아갔는데, 정말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찾아가 진실이 듣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방어적인 태도만을 보였다.

- 앞으로의 생활은? 교수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가장이 없어졌는데...

지금도 울고 있다. 스스로 자립을 준비해 나가면서 여러 가지 일 처리들을 해야한다. 또한 내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기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가야 되는 일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지방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원래는 아이들과 같이 지방으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아이가 이제 고2, 중 3 초등학교 2학년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두 아들은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나와 딸은 지방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 기성 언론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주제 있게 다루면 학교 측에서도 조금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1월 27일 MBC 뉴스에서도 보도 되었고 28일 생방송 오늘 아침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보도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연락이 없다. 정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학교 관계자들의 태도에 대해 정말 너무너무 실망하고 상심했다. 인간적인 도리 차원에서도 보여주실 수 있는 것들이 있을텐데 전혀 그런 것들이 없다.

- 성희롱에 관련된 문제 뿐만이 아니라 교수 사회 내에서의 문제도 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유서를 확인해 보았다. 유서에 이러한 내용이 담겨있다. ‘고려대학교가 그렇게 위대한 학교인가요? 그렇게 사람을 비참하게 짓밟아버려도 그렇게 잘난 듯이 고개를 꼿꼿이 들고 다닐 수 있는 그런 학교인가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지방대 출신 고려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정인철은 이렇게 갑니다’라고 적혀있다. 이런 내용들을 보면, 나에게는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본인이 겪었던 고초가 있는 것 같다.

- 마지막으로 2만 고려대학교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고려대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한 미망인이 어떻게 이런 판국까지 치닫게 됐는지 그 정황을 알고 싶어서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데 학교 측에서는 묵묵 부답이다. 마음을 같이 해 주셔서 학교 측에서 저의 요청을 받아 줄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