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ANSCOPE는 생소한 정치·경제 개념에 대해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뉴스레터입니다. 본 HOANSCOPE는 김하열 교수의 헌법 강의를 바탕으로 쓰였으며, 강의 수강생 및 정치에 한 발짝 다가가고 싶은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다들 오늘(5일) 김하열 교수님의 헌법 수업은 잘 들으셨나요? 강의 도중 준연동형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워낙 복잡한 선거제도이다 보니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 역시도 이해에 많은 시간을 들였답니다. 그래서 The HOANS에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으로, 현 21대 국회를 기준으로 지역구 의원 253명과 비례대표 의원 47명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우선 지역구 의원은 전국의 각 선거구에서 가장 표를 많이 받은 1명이 당선되는 방식입니다. 즉, 우리나라의 선거구는 총 253개가 있는 셈이죠. 비례대표제는 조금 방식이 다른데요, 우리나라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어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정당의 이름이 쭉 적혀있습니다. 유권자는 정당 중 한 곳에 투표하고,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을 기준으로 47석을 나눠 갖는 형태죠. 그래서 지역구 의석을 하나도 차지하지 못한 소수정당이라도, 비례대표 투표를 통해 국회에 의석을 얻을 기회가 생깁니다.

이렇게 지역구 투표 결과와 비례대표 투표 결과가 서로 관련이 없이 독립적인 선거제도를 ‘병립형 비례대표제’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죠. 우리나라는 거대양당이라고 불리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거의 모든 의석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비례대표제로 47석을 채운다고 해도 소수정당이 국회에 많은 의석을 차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그 대안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만들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말 그대로 지역구 투표 결과와 비례대표 투표 결과를 ‘연동’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하면 지역구에서 당선인을 많이 배출할수록, 비례대표 의석을 많이 가져가지 못하도록 페널티를 주는 겁니다. 비례대표 선거로 확보한 의석에서 지역구 투표 결과를 반영한 의석수만큼을 빼는 거죠.

한국에서도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소수정당이 국회에 더 의석을 많이 차지할 수 있도록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부분 도입합니다. 비례대표 47석 중 30석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고, 17석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한 거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일부분의 의석에만 도입됐기 때문에 이 제도를 두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부르게 됩니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기형적인 제도가 등장한 이유는 거대양당의 욕심 때문입니다. 17석이라도 페널티 없이 의석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죠. 자세한 내용은 위의 그림과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20년 제21대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채로 치러졌습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미래한국당을 창당합니다. 국민의힘이 지역구 선거에서 의석을 많이 차지할수록, 비례대표 의석 중 국민의힘이 차지할 몫은 줄어들기 때문이죠. 이를 막고자 국민의힘 의원 일부를 탈당시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입당시키죠. 미래한국당과 국민의힘은 법률상 다른 정당이기에 의석이 연동되지 않으니까요. 더불어민주당도 이에 질세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합니다. 거대양당이 비례대표 선거 전용 정당을 만들어 ‘꼼수’를 부린 겁니다.

결과적으로 거대양당의 의석 독차지를 막고자 만들어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혀 효과가 없었고,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은 비례대표 47석 중 36석을 차지합니다. 이에 소수정당인 정의당은 위성정당 등록을 취소해달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죠.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정당이 정당법에서 정한 형식적 요건을 구비하는 한 이를 중앙선관위는 반드시 수리해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각하합니다.

김하열 교수님의 헌법 수업으로 돌아와 봅시다. 교수님께서는 이 사례를 언급하시며 위성정당은 ‘그 목적에 있어서 헌법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존재해 위헌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 않느냐’며 고민해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정당은 등록 당시 정당법에서 규정하는 요건을 갖추기만 한다면 정당으로 등록될 수 있다고도 말씀하셨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김하열 교수의 헌법 강의를 듣는 분께 이 뉴스레터를 바칩니다. 다음 주 중으로 발행될 The HOANS 4월호의 취재 기사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개혁하려는 국회의 현황을 담았으니, 후속 기사로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부디 유익한 시간이 되셨길 바라며,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주제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 뵙겠습니다.


유성규 기자
ysg6013@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19:5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