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18시 30분 본교 정경관 506호에서 유승민 전 의원 초청 강연 ‘위기의 한국 정치,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가 개최됐다. 본 강연은 본교 정경대학 학생회 [ON:政]이 주최했다. 사회는 강성덕(행정 22) 씨가 맡았다. 1부는 유승민 전 의원의 강연으로 진행됐고 2부는 사전·현장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강연 시작에 앞서 정경대학 학생회장 장형공(행정 21) 씨는 “현재 한국 정치권을 보시면 갈라치기라든지 증오와 혐오의 정치로 가고 있는 위기에 점점 더 빠져들고 있다”며 “유승민 의원 말씀 잘 들어주시라”고 서문을 열었다.

다음은 1부 강연의 주요 내용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정치가 중요하다는 것은 좋은 의미로, 나쁜 의미로 다 중요하다”며 “좋은 의미로 중요하다는 것은 나라의 문제, 여러분의 문제,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정치다”고 설명했다. 또한 예기(禮記) 〈단궁하편(檀弓下篇)〉의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를 인용하면서 “정치가 개판이 되면 여러분이 얼마나 고통을 겪는지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고 정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후 시대적 문제로는 ▲저출산 ▲저성장 ▲양극화를 뽑았다. 경제성장률, 출생아 수 및 합계 출산율 추이가 하락 중인 현황을 밝히면서 “그냥 2,200만 명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인구 구조 자체가 엄청나게 바뀐다”며 “나중에는 늙고 병든 할매, 할배들만 많은 그런 나라가 이제 되는 거”라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편 우리 정치의 문제로는 ▲무능 ▲진영이라는 독재 ▲Winner Takes It All-Democracy 등을 뽑으며 “우리 동네 독재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하고 있고, 저쪽 동네의 독재는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지금 하고 있다”며 자조를 금치 못했다.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공화국의 원리를 답으로 내놓았다. “공화주의 헌법 가치에 보수든 진보든 시비 걸지 말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 ▲인간답게 살 권리 ▲자유와 평등 ▲공정과 정의 ▲인권과 법치 ▲생명과 안전 ▲환경과 평화가 진보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사회가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정치의 수준이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며 비르투(virtue)를 가진 시민이 많아지길 소망했다.

다음은 2부 간담회의 주요 내용이다.

[사전 수합 질의응답]

Q1. 임명직 관료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전문성이 선출직 정치인의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행사할 수 있다면 과연 어느 범위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A. 막스 베버에 의하면 영혼 없는 관료가 옳다고 했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부당한 명령에 따르지 않아도 밥줄을 끊지 않아야 한다. 공무원이 임기와 자리가 보장돼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소신에 따라 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있었던 해병대 박정훈 대령을 생각해도 그렇다. 영혼 있는 공무원, 영혼 있는 관료 또는 시민으로서의 비르투(virtue)를 생각하면 누군가는 정치에서든 행정에서든 그런 일을 해야 한다.

Q2.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저는 찬성론자다. 다만 통일하면 미국의 상원·하원처럼 양원제와 내각제로 가는 게 바르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제를 하는 것은 박정희, 전두환 시대의 군사 독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단임을 한 것인데 87년 헌법처럼 대통령제가 유지되는 한 4년 중임제가 낫다고 생각한다.

Q3. ▲합계 출산율 0.78이라는 숫자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저출산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저출산 해결의 실마리를 어디에서부터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A. 아까 말씀드렸는데 시간적·경제적 여건이 되고 직장에서의 불평등이 해소가 돼야 한다. 그러면 아이도 낳고 싶고 키우고 싶어 한다. 거기에서 행복을 찾고 싶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을 도와주는 게 저출산 대책이다. 출산율을 보면 여러분의 미래가 진짜 어렵다. 출산율을 OECD 평균인 1.5~1.6으로 갈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정책과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를 노무현 대통령이 만드셨다. 살아계실 때 인기는 없었는데 중요한 일을 많이 했다. 다음 정권들도 그렇게 했으면 지금하고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그런 과감한 개혁을 해야 한다고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현장 질의응답]

Q1. 대한민국의 보수 정치가 조금 더 나라를 위한 바람직한 비전을 그려 나가기 위해서 어떤 문제들을 극복하고 또 앞으로 어떤 방향성으로 끌어나가야 할지.

A. 보수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보수의 지평을 넓히자는 것은 선거 전략으로 중도 무당층에 표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까지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보수는 이런 이야기 하면 정의당이나 민주당이 알아서 풀어야 할 인권의 문제라 말하니 이게 어떻게 보수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보수가 바뀌면 진보도 바뀌지 않을 수 없고 서로 바뀌는 경쟁을 하게 된다. 지금은 빌런 두 사람 때문에 굉장히 답답한데 이 답답한 상황이 그대로 가서는 안 된다. 보수 정치와 함께 진보 정치도 변화해야 한다.

Q2. 유승민 의원이 소속돼 있는 국민의힘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A. 윤석열 대통령이 잘못했으면 우리 안에 있는 사람들이 문제를 지적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능을 하지 않고 전부 보수만 쳐다보고 있으니 대화가 안 된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의석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야당 총재를 이렇게 오랫동안 한 번도 안 만나준다.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 미국 대통령처럼 공화당 대통령이 민주당 상원의원한테 매일 전화해서 “이 법안, 이 예산 꼭 좀 통과시켜 달라”고 “내가 이런 정책을 하는데 꼭 필요한 거다”고 이야기하는 정도의 대화나 소통이나 협치도 실종된 상황이다. 그래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비판을 해야 한다.

오정태·정상우 기자
jeong3006@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19:4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