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는 오는 2020년경 '우울증'이 모든 연령에서 나타나는 질환 중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울증 발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한국인의 「질병 부담 보고서」에서도 20대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 질병 1순위가 우울증으로 나타났다.

이번 [기자가 만난 사람]에서는 정신과 전문의 송형석 원장을 만나 대학생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무한도전에 나왔던 '그 정신과 의사'라고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사실 우연에 우연이 겹쳐 출연하게 됐다. 원래는 친구에게 출연제의가 갔었는데, 그 친구가 거절해서 나에게 넘겨졌다. 무한도전 출연하고 1년 동안은 조증이 올 정도로 바쁘게 살았는데 지금은 간간히 책이나 쓰며 산다.

우울증이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대학생 우울증에 대해서도 우려할 만한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원인이 무엇인가.

사실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불안하니까 우울하고, 정신건강이 당연히 안 좋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단지 취업불안감이 대학생 우울증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지금 20대는 자율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하려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한다' 라는 최적의 길만을 배워왔다. 세계적으로 지금은 전쟁 이후에 호황이 끝나고 침체기에 접어든 역사적인 시대다. 20대가 불안하고 초조한 건 이런 시기를 겪는 첫 세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자살률이 엄청 높다. 다른 나라도 경제가 어려운 사정은 다 똑같은데, 왜 유독 우리나라에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은 것인가를 살펴봐야 한다.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은 자기가 사는 방식을 단순화한다. 따라서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좌절되면 자살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온 국민이 한 가지 길만 배우고, 목표로 삼는 것이 경제 호황시기에는 엄청난 파워로 보이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경제가 더 이상 발전되기 힘든 시대에 한 가지 길만을 배워 온 20대는 자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

대학생의 정신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조사결과는 많이 나오지만, 그에 대한 대책이 체계적으로 되어있지 않은 실정이다.

대학생은 중, 고등학생보다 상담을 통한 이성적 접근이 훨씬 쉽다. 현재 대학생에게는 적절한 상담이 필요하다. 취업 때문에 불안해 하는 사람에겐 다른 길과 경험도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그리고 사회 초입 단계의 대학생은 사회에 나가면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두려움이 있는데, 꼭 그렇게 무섭지는 않다는 것, 그것들을 적절히 알려주기만 해도 대학생 정신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정신과치료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다. 대학생은 진료기록이 혹시 남을까, 취업 때문에 상담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국정원과 파일럿이 그런 걸로 안다. 하지만 일반 기업들은 진료기록을 당사자가 직접 가져가지 않는 이상 기업이 먼저 절대 알 수 없다. 인터넷을 보면 정신과 상담기록을 기업들이 다 확인할 수 있다는 글이 많은데 절대 아니다.

정신과 치료는 일반 진료와는 달리 쉽게 찾아가기 어려운 느낌이 든다. 실제 상담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지금 진행하는 인터뷰와 비슷하다. 원래 정신과 상담을 인터뷰라고 하기도 하지 않나. 구체적으로 상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하자면, 우선 무엇이 힘든지 뭘 고치고 싶은지부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두 번째는, 그렇다면 그 문제가 왜 생긴 것 같은지를 찾는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원인과 증상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이야기 하거나, 혹은 환자의 의견을 같이 주고받기도 한다. 상담기간은 짧으면 3일, 길면 9년 동안 꾸준히 치료를 받기도 한다.

실제 병원에서 상담을 할 때, 20대가 많이 찾아오는 편인가?

그렇다. 요즘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주로 20대 연령층이 많이 온다.

주로 어떤 문제를 상담하는가?

우선 대학생인 만큼, 연애문제를 많이 상담한다. 그리고 학교에 가면 ‘사람들이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내 주장을 펼치지 못하겠다’고 하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상담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부차적으로 개인적인 가족관계에 대한 상담이 20~30%정도 된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상담할 때,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조언하는가?

다른 것 없이 상대방의 마음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의 마음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나의 마음을 보면 된다. 예를 들어, ‘같은 과 친구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거꾸로 물어본다. “너는 과에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이 있니?”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사람을 대하면 훨씬 자신감 있게 사람을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인간관계를 잘하려면 기술이 아니라 올바른 목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대인관계를 정말 잘 하는 것 같이 보이는 사람도 뜯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실제로 대학교 때, 과대표를 하고 활동도 열심히 했지만 30대가 되어 친구가 없다고 병원에 찾아오는 경우가 있었다. 사람은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 취직하고 나서 각각 사람을 잘 사귈 수 있는 방식이 달라진다. 결국 모든 나이에 걸쳐 인간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는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취업이나 앞으로 진로에 대해 불안해하는 많은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이런 말하면 약 올라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긴 한데,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 20대의 상황은 7,80년대의 상황과 많이 다르다. 예전에도 불안함을 가진 청년들은 많았지만 어쨌든 그 시절은 경제가 계속 발전했던 시절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궁극적으로 현재 대학생들이 정신적으로 계속 안정되게 살기 위해서는, 돈 없이도 100살까지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를 궁리해야 한다. 문제는 그런 방법들을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그런 세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우리가 ‘첫빠따’인 셈이다. 지금부터 마음을 편하게 하는 일에 몰두해야만 평생 정신적으로 안정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 중 ‘한 가지 길 밖에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다’라는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현재 대부분의 20대가 학창시절엔 대학을 목표로, 대학 땐, 취업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대학생 정신건강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만으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송형석씨와의 인터뷰가 정신적으로 안정된 앞으로의 삶을 위해 진지한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서주은 기자(joo1058@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