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사립학교법 개정 이후 대학평의원회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고려대학교는 지금까지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지난 11월 28일 소송에서 패소하자, 대학평의원회 설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지난 2월에 열린 2014년도 시무식에서 김재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과 김병철 총장은 신년사를 통해 대학평의원회의 도입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학본부는 3월 5일 대학평의원회 운영규정을 제정했다.

하지만 새로운 운영규정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대학본부가 공포한 규정에는 기존의 대학평의원회 교수대표를 교수의회에서 추천하는 대신 단순한 ‘대학단위 회의체’를 통해 선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교수의회는 교수의회 권한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개정을 요구했고, 결국 지난 달 13일, 의장단 전원 사퇴라는 선택을 했다. 오늘 에서는 전 교수의회 의장 윤호규 교수를 만나 사퇴하게 된 배경과, 이번 운영규정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보았다.

교수의회는 어떤 단체인가.

교수의회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대학본부의 전횡을 견제하는 것이다. 또한 교수 개인의 권한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대학평의원회 교수대표 추천,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 교수대표위원, 교원윤리위원회에 위원을 추천하는 등의 여러 가지 권한들이 있다. 교수 의원들은 각 단과대에서 인원비례로 해당 인원을 선출한다.

3월 10일 이후로 교수의회 의장단이 일제히 사퇴했다. 사퇴하기까지 배경이 궁금하다.

정확히 말하면 13일에 전체교수의회 정기회의때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어윤대 총장시절인 2006년 9월에 교수의회 규정이 대학의 규정으로서 자리잡게 됐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3월 5일에 교무처장으로부터 ‘대학평의원회 운영규정을 만들고, 제정작업을 마쳐서 이를 발표하겠다’라고 거의 반 협박성으로 연락이 왔다. 교수의회 규정 제12조를 보면 ‘대학평의원회 교수대표를 선발,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이 (교수의회에) 있다’고 나와있다. 바뀐 운영규정은 교수의회의 권한을 무시한 규정인 것이다. 공문을 통해서 시정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총장면담을 실시하기도 했지만 개정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학평의원회와 교수의회를 대학본부에서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판단했고, 따라서 대학 전 구성원에게 대학본부의 횡포를 알리고 본부를 저지하기 위한 최후수단으로 사퇴를 했다.

총장면담을 두 차례나 진행했는데 성과가 없었나.

정확히 총장면담은 3월 10일 15시 30분에 진행됐다. 하지만, 면담하고 나서 운영 규정을 개정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최후의 수단으로 의장단이 사퇴를 한 것이다. 대학평의원회 설치에 있어서 이런 식으로 강행하는 것이 총장께도 전혀 좋을 것이 없을 텐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고집을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바뀐 운영규정이 교수의회와 관련이 있는 내용인데, 교수의회의 허가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은 전혀 없는 것인가.

그것도 역시 큰 문제점이다. 당연히 새로운 규정이 교수의회의 권한에 반하는 규정이기 때문에 교수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대학평의원회 운영규정 중 특히 5조는 교수대표를 선출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떠한 승인도 없이 학교에서 독단적으로 발표했다.

기존의 교수의회에서 교수 평의원 5명을 추천하는 것과 대학단위회의체에서 추천한다는 규정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정확히 말하면 교수 평의원 5명이 아니라 4명이다. 한 명은 교수의회 의장이나 부의장이 교수대표로 참여한다. 대학단위회의체에서 교수대표를 추천할 경우, 교무위원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즉, 이미 본인들이 결정한 규정을 그대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심의의 기능인 대학평의원회를 무력화 시킬 수 있게 된다. 규정을 보면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참석으로 심의할 수 있기 때문에, 교수의회 의장이나 부의장 한 명이 참여해봐야 대학평의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다.

최근 대학본부가 교수의회의 개정요구에 대해 “교수의회와 평의원회의 기능이 다른데, 교수평의원회 피선거권을 교수의회 임원으로만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다양한 학내 구성원의 의견 반영을 막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교수의회 의원은 총 36명으로 구성된다. 그분들은 각 단위대학을 대표하는 분들이다. 이미 각 대학을 대표하는 대표성을 가진 분들이 참여하는 상황에서 본부에서 반박한 내용은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본부가 제시한 ‘다양한 의견 반영이 되지 않는다’는 반박은 말이 되지 않는다.

대학평의원회 교수대표를 교수의회가 아닌 대학단위회의체를 통해 추천한다는 규정 이외에 이번에 새롭게 제정된 대학평의원회 운영규정의 문제점은?

그 외에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16조에 비밀유지라는 조항이 마음에 걸린다. 심의된 내용 중 몇몇 사항을 비밀로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크게 민감한 사항이 아니라 한다면, 이미 대학의 구성원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심의하는 기구인 만큼 비밀유지라는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의장단이 선출됐다. 앞으로 대학평의원회 운영규정에 대한 목소리는 계속 내는 것인가.

그렇다. 앞으로 똑같이 교수의회 권한을 유지하고 확보하는 데에 노력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수의회 의장으로서 학교본부를 상대로 비판을 목소리를 내왔다. 학교를 상대할 때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나.

무엇보다도 총장을 비롯해서 교무위원들이 교수의회 규정이 대학규정인지도 모르고 대학을 운영했다는 것이 가장 우스운 상황이었다. ‘설마 모를까?’ 했는데 그것이 현실이었다. 학교 측이 교수의회 자체를 임의 단체로 인식하고 거의 형식적으로 교수의회 권한에 대해 접근했다는 것이 아쉽다.

예를 들어 학과통폐합 관련해서 교육조직혁신특별위원회 규정도 교수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인데 학교는 그러지 않았다. 이러한 배경에는 아마도 교수의회 규정이 대학규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총장이나 처장이 전혀 모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취지에 맞는 대학평의원회 도입을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일단 교수의회에서는, 정치에서도 여야가 상호견제가 이루어질 때 정치가 발전하듯이, 대학운영도 본부의 전횡을 막기 위해 교수의회가 견제라는 역할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본부는 교수의회 규정이 대학규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교수의회를 존중해주고 상호 협력 하에 대학을 운영해야 한다. 대학 본부는 대학평의원회 운영규정을 개정해서 교수의회 권한을 인정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교수의회 의장단 사퇴는 다시 한번 학교측의 소통없는 행정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교수의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규정을 수정하면서 관련 기관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고, 이후 여러 차례 공문을 보냈을 때 협의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평의원회는 사립학교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위한 것이다. 취지대로 되기 위해서는 학교 측이 하루 빨리 제대로 된 규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서주은 기자(joo1058@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