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재학생이라면 한번쯤 ‘전공지도교수’ 제도에 대해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직접 교수님을 만나 전공에 대해 실질적인 면담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예 자신의 지도교수님이 누군지도 모른 채 학교생활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천차만별로 운영돼 다수 학우들이 불만을 제기했던 전공지도교수제도. 이에 대한 대책으로 학교는 이번 년도부터 전공지도교수제도 대신 ‘교수멘토링’ 제도를 도입했다. 과연 ‘교수멘토링’제도는 그동안의 전공지도교수제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을까?

체계적인 전공지도제도 프로그램의 필요성

현재 재학생의 경우 2학년은 학부생이 절반을 넘기 때문에 전공에 대한 혼란을 빚기 쉽다. 또한 전공을 배정 받은 후에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진로에 대해 갈팡질팡하고 있을 학우들도 많을 것이다. 더욱이 실업난과 취업 준비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할 진정한 ‘멘토’가 필요하다. 물론 대학생이니만큼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멘토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효율적인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해준다면 학생들에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전공지도제도는 학생들에게 큰 혜택을 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조윤영(역사교육 11) 학우는 “전공을 정할 때 완벽하게 그 전공에 대해 알고 정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나아가 구체적인 진로를 정할 때 그 분야의 전문가인 교수님에게서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기존의 전공지도제도에서는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기존의 전공지도교수제도는 어땠나?

기존의 전공지도교수제도는 학생 1인 당 2만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만약 교수별로 약 7명 안팎의 전공지도학생을 데리고 있다면 교수 1인 당 14만원정도가 지급된다. 문제는 이만큼의 비용에 상응하는 전공지도를 받지 않은 학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안식년을 맞은 전공지도교수가 외국에서의 연구로 1-2년씩 자리를 비워 학생은 전공지도를 받지 못한 채 기다려야 했던 경우도 있었다. 이를 위한 학교 측의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렇게 교수의 재량에 따라 운영되는 기존의 제도는 실효적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교수멘토링, 전공지도교수제도와 차별되는 점은?

가장 크게 바뀐 점은 교수가 사전에 전공지도계획서를 작성하고 전공지도주간과 내용 등을 명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기존의 제도는 교수의 재량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면 교수멘토링 제도는 체계적인 계획을 꾀하는데 그 목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전공지도의 대상에 포함이 안 됐던 신입생들도 전공지도의 일환으로 ‘1학년 세미나’ 과목을 필수로 들어야 한다.

그 외에도 학부마다 권장하는 프로그램과 인턴십과 학부 적응도, 오픈강좌와 교수학습개발원과 연계하는 학업코칭프로그램 등 다양한 강좌가 마련되어 있다. 학적수업지원팀의 김귀숙 주임은 “구성면, 체계성 면에서 차별화하기 위해 교수님들에게 일괄적으로 ‘교수멘토링’ 가이드와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안 등을 확립했다”며 이 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교수멘토링’ 제도, 학생들에게 진정한 ‘멘토’가 될 것인가?

전공지도교과목이 개설됐던 기존의 제도와는 달리 교수멘토링 제도는 과목이 개설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학부차원에서 교수멘토링 제도의 도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 제도의 도입 여부가 학부차원의 선택사항이 되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아무리 체계적이고 구성이 좋은 제도를 학교에서 기획하더라도 학부 전공 교수님 간의 회의에서 교수멘토링 제도를 채택하지 않는다면 학우들은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3월에 학부 차원에서 논의를 하고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4월부터 본격적인 전공지도가 시작되기 때문에 모든 학부가 현재 결정을 마친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문제점을 제기한 교수도 있었다.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최석무 교수는 “우리 과는 ‘교수멘토링’ 제도를 채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교수가 프로그램을 직접 계획하고 재학생에게 전공과 관련한 워크숍 등에 참여해서 일일이 체크하는 방식의 제도는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렇게 학부 차원에서 교수멘토링 제도를 채택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아예 전공지도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나마 전공지도 교과목을 필수로 지정했던 기존의 제도보다 혜택을 받는 학생들이 적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교수멘토링 가이드에서 제시한 프로그램이 전공지도의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수멘토링 가이드에 포함돼 있는 프로그램은 생활에티켓, 전문가 초청 토론 프로그램, 와인, 커피, 패션 특강 등 생활 교양 강좌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룬다.

‘교수멘토링’ 혹은 ‘전공지도교수제도’ 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우리학교가 전공지도교수제에 변화를 준 것은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다. 전공제도교수제도를 처음 도입한 2008년 당시 본래 제도는 ‘전공지도학점제’였다. 교수들로 하여금 학생지도에 대한 보고서를 학교에 제출토록 하고 소홀히 하는 교수에 대해서는 승진이나 재임용에서 불이익을 주고 것이 방침이었다. 특히 학생들도 참여정도에 따라 '통과'와 '낙제'를 받게 되며, 8번 이상 '통과'를 받지 못하면 졸업을 할 수 없게 해 교수와 학생에게 모두 의무감을 갖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교수의 재량권으로 이 제도가 넘어가면서 ‘전공지도교수제’로 변화됐다.

다른 학교에서도 역시 전공지도가 이뤄지고 있다. 다른 학교의 참고할 만한 예로는 홍익대학교 SDP 자기계발프로그램이 있다. 홍익대학교 학사지원부 이수진 직원은 “한 학기에 한번은 꼭 필수로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것을 교수에게 제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담을 한다” 며 “교수와의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장학금을 신청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참여율이 높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숙명여자대학교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숙명여자대학교의 평생지도교수제는 학기마다 전공지도에 열의를 다해 참여한 우수지도교수를 선정하여 공개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한 멘토링을 받은 우수학생에게도 상을 내리는 등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을 내세웠다. 참여 면에서 부족한 우리학교에게 있어 참고할 만한 사항이다.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교수멘토링’에 대한 학우들과 교수들의 우려와 기대가 크다. 하지만 실제로 살펴본 ‘교수멘토링’제도는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아직 개선해나갈 점이 많았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학생들에게 ‘멘토’가 필요할 때이다. 물론 교수들과의 면담을 원하는 학생의 열의와 제자의 고민을 해결해주려는 교수의 의지가 있다면 전공지도제도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교수와 학생들에게도 전공지도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끔 학교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할 때이다.

심지윤 기자 (jiyoon604@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