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순 작가에게 가장 낡은 콘텐츠, 글을 묻다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독서의 계절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버스와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들이 흔했는데, 스마트폰을 하나씩 갖고 있는 요즘엔 그런 이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세태에서도 아직 글을 쓰는 저자와 그것을 읽는 독자가 있다. 영상, 오디오와 같이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매체들이 많은데, 어째서 글을 쓰고 그걸 읽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기자가 만난 사람들>에서는 다수의 수필집, 시집을 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계순 작가를 만나봤다.

문학계에 등단하게 된 이유?

어릴 적에 어두운 밤, 언니가 등잔불 밑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봤다. 그 때 그 모습에서 한국문학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학에 대한 꿈을 키운 것은 아니었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때는 글쓰기에 관한 강좌를 들었을 때였다. 강좌가 너무 재밌어 과제가 아무리 많아도 빠짐없이 해 갈 정도였다. 그 강좌를 들으면서 문학에 대한 꿈을 본격적으로 키우게 됐고, 몇 년 후 출간한 수필집을 통해 문학계에 등단했다.

오디오, 영상 등이 콘텐츠의 주류인 오늘날 ‘글’을 쓰시는 이유?

오디오와 영상이 줄 수 없는 정서를 줄 수 있다는 점이 글의 매력이다. 일회용적인 기타 콘텐츠들보다 책으로 낸 글은 다시 읽으며 그 느낌과 새로운 생각을 계속 떠올리게도 할 수 있는 점도 또 하나의 글을 쓰는 이유다. 또 주로 쓰는 수필들은 스스로의 과거 체험을 바탕으로 한 것들이 많아, 그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른 매체들보다 더 서정적인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고 싶다.

뿐만 아니라 글은 작가 스스로에게도 행복을 준다. 글을 완성하는 것보다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작가의 삶은 그 글 속에 있다. 그럴 때면 내가 그린 그림 속에서 사는 기분이 들어 행복하다.

글을 쓸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

작품의 흥행과 작가의 인기도 얻으면 물론 좋다. 이걸 원하지 않는 작가는 없으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작품을 쓸 때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진정성’에 기반을 둔 정서다. 과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지금보다 사람 사이의 정과 같은 향토적인 정서가 짙게 배어있다. 작품을 쓸 때 이런 정서를 전달하고 싶어 항상 염두에 둔다. 얼마 전엔 고향에 관련한 책을 쓴 적도 있다.

문학인으로서 어려운 점?

작가는 사유를 해야 하는 과정이 많다. 같은 대상에 대해서도 일반 사람들과 다른 시각을 갖고 면밀히 관찰해 의미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을 쓰는 과정에서 글이 막힐 때도 많다. 이때마다 글이 술술 풀리면 얼마나 좋겠나. 이런 경우가 정말 작가로써 겪는 어려움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닥칠 때마다 내가 쓸 수 있는 만큼만 쓸 수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만큼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영상과 오디오 같은 매체가 없던 옛 시절의 텍스트는 어땠는가에 대해 궁금하다. 또, 과거에 비해 현재의 ‘글’ 콘텐츠의 위치는?

오늘날의 텍스트 콘텐츠는 이전보다 훨씬 상업화됐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듯이 콘텐츠 역시 시대에 따라 그 성격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오늘날 독자의 흥미를 주되게 염두에 두고 쓴 글들을 뭐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한편으론 진정성 있는 글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쉽다. 텍스트란 것은 독자에게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엔 그게 사람, 정과 같은 따뜻한 정서이다.

독자에게 주고 싶은 따뜻함이란 메시지를 주로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시는지?

나에게 있어 메시지란 먼저 정해놓고 독자들에게 훈계하는 게 아닌, 말 그대로 작가와 독자가 공감하는 것이다. 독자 역시 저자가 훈계하려고 한다면 그것을 알아차리고 거부한다. 그래서 내가 주고 싶은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식, 내가 좋아하는 방식은 ‘공감’이란 키워드로 표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인,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요즘 대학생들이 똑똑해서 무슨 말을 해줘야 할 지 모르겠다(웃음).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선 흔히 재능이 필요하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묻는 이들에게 재능은 다른 게 아니라고 말해준다. 재능은 열정이다. 문학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그것은 재능이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하고 싶은 말은 주변에 대상들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주변에 사물들을 관찰하고 색다른 의미를 이끌어 내려면 그것을 사랑해야 가능하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과연 그런 지속적이고 힘든 사유의 과정이 가능할까.

가장 하고 싶었던 마지막 말은 인간적인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항상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하고, 인간에 대해 보다 사색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글을 쓰는 것은 한 장의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는 김계순 작가. 그림을 어떻게 그릴까 구상하고, 그에 필요한 소재를 찾는 스케치의 과정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김계순 작가는 말했다.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때까지 있었던 한계는 더 이상 제약이 아니다. 40대라는 늦은 나이에 등단해 지금까지 집필활동을 하며 열정적이고 꾸준히 글을 써온 김계순 작가. 앞으로도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글들을 쓰기를 기대해본다.

작성자 최시영(dpthtm09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