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에겐 대학생을 위한 연대체가 필요”

한대련 정용필 의장, 전총모 한양대 ERICA 캠퍼스 장지호 총학생회장 인터뷰

13일 안암총학생회(회장=박종찬, 안암총학)의 21C한국대학생연합(의장=정용필, 한대련) 탈퇴 정책투표가 89%의 지지로 통과됐다. 이로써 안암총학이 대안으로 제시한 전국총학생회모임(전총모)의 행보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대련 정용필 의장과 전총모를 주도하는 한양대 ERICA 캠퍼스 장지호 총학생회장을 만나 대학생 연대체의 현재에 대해 들었다.

>>한대련 정용필 의장 인터뷰

-안암총학의 한대련 탈퇴 정책투표 통과가 한대련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까

“한대련의 대의체계에 큰 타격이 있을 것 같진 않다. 다만 고려대의 한대련 탈퇴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타 대학보다 큰 것은 사실이다. 보수언론은 학생 사회 내의 분열이라고 크게 보도하기도 했다. 고려대가 학생 사회 발전을 위해 앞장섰던 역사와 상징성을 볼 때 영향이 전혀 없진 않을 것 같다”

-정책투표 기간 동안 한대련이 본교에 붙인 대자보가 논란이 됐다

“안암총학이 배부한 홍보책자 ‘한대련 파헤치기’를 보니 많은 오해가 있었다. 고려대 학생들에게 안암총학이 주장하는 것들이 한대련의 전부가 아님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 현 안암총학은 처음부터 한대련에게 반감을 표했기 때문에 소통을 많이 못한 것이 아쉽다”

-안암총학은 한대련이 비상식적이고 대학생 중심이 아니라고 말한다

“동의할 수 없다. 어떤 활동이 상식적이고 비상식적인지 기준 자체가 애매하다. 반값등록금 운동도 처음엔 비상식적으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반값등록금을 상식으로 만들기 위해 투쟁하지 않았다면 현 정권에서 이 정도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고 본다. 또한 한대련의 공약들은 기성회비 폐지 등 상식적인 것들도 많다”

-한대련이 대학생 연대의 모범 모델이라 생각하나

“한대련이 지향하는 방식에선 그렇다. 우리는 학우들의 의견을 아래에서 위로 반영하는 확실한 대의체계가 있다. 한대련이 상명하복 식으로 일을 한다는 말은 오해다.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모든 대학의 의견을 검토한 후 회의를 거쳐 결정한다. 다수의 의견 수렴에 용이하단 점에선 한대련이 모범적이라 본다”

-통합진보당 폭력사태 개입, 김정일 추모발표 및 사절단 파견시도, 해군훈련을 전쟁도발 행위로 규탄하는 등 다분히 정치적이고 편향적인 행위를 했다는 지적이 있다. 한대련의 활동이 소속 대학 중 다수의 뜻이라 볼 수 있나

“소수의 시도가 한대련 전체의 의견으로 과장됐다. 통합진보당 폭력사태에 개입한 학생들은 한대련뿐 아니라 다른 단체에도 소속돼 있어 당시 그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해군 훈련 규탄과 김정일 추모발표 또한 소수의 시도였다. 하지만 이 부분은 한대련 내 모든 대학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점은 인정한다”

-고려대 총학이 대안으로 제시한 전총모를 평가한다면

“전총모 역시 하나의 대학생 연대체라 생각한다. 가장 좋은 대학생 문제 해결 방법은 전총모와 한국대학생포럼, 학생행진, 다함께 등의 노선이 다른 연대체가 하나로 뭉치는 것이다. 현재 학생 연대는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 함께 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가입 총학생회 수가 전총모보다 적다. 총 학생회 가입 숫자 확대 계획은 없나

“단과대 학생회 단위로만 가입된 학교까지 합치면 48개 대학에 이른다. 한대련 소속은 아니지만 뜻이 비슷해 함께하고 싶어 하는 자치단체도 있다. 2011년 등록금 투쟁 땐 90여개 대학까지 가입했다. 하지만 한대련 활동을 지향하는 계열의 선본 당선 여부에 따라 각 학교의 활동 참여도가 좌우되는 한계가 있다”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학우들의 관심이다. 학생회 단위, 총학생회장 단위의 목소리가 뭉쳐진 연대체보다 학우들의 목소리가 더 큰 힘을 가진다. 총학생회 선본위의 성향에 따라 뒤바뀌는 대학의 목소리가 아니라, 학우들 간에 형성돼 있는 공감대와 연대가 필요하다”

>>전총모 한양대 ERICA 캠퍼스 장지호 총학생회장 인터뷰

-안암총학은 한대련의 대안으로 전총모를 내세운다. 전총모는 한대련과 무엇이 다른가

“전총모는 특별한 가입절차가 없다. 현재 회의 창구 역할을 하는 카카오톡 채팅방에 50명의 총학생회장이 참여 중인데 이들이 공식적인 전총모 소속 총학생회이다. 어느 총학생회장이 기획안을 제안하면 뜻이 맞는 총학생회가 참여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전총모는 한대련이 채택하고 있는 1인 의장제가 아니라 위원회 운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재정은 주로 총학생회장들의 사비로 충당한다. 정기 회의가 없고 특정 사건에 대한 사회활동 참여의 강제성이 없다”

-뚜렷한 대의 체계를 지닌 한대련과 달리 결속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힘을 분산시키는 데 의미를 둔다. 전총모가 추구하는 상임 위원회 체제, 지역별 특별 위원회 체제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또 평균적으로 한 달에 두 번 회의를 통한 교류를 하고 있어 이를 통해 결속력 부족 우려를 없앨 수 있다”

-물론 총학생회는 학교를 대표하는 단체다. 그러나 새로운 안건에 대한 학내 의견 수렴 없이 총학생회 단독의 판단으로 각 학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한대련의 과오를 또다시 범하는 것이 아닌가

“학우들이 각 학교 내 선거 과정을 거쳐 선택한 대표가 총학생회다. 따라서 각 학교 총학생회는 충분히 학외에서 활동을 할 수 있는 대표성이 있다”

-현재 한대련이 대학생 연대체의 모범 모델이라고 보나

“아니다. 현재 한대련은 편향된 당파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시위를 통한 직접적 운동 방식은 시대착오적이다”

-전총모는 한대련의 대안으로서 새로운 대학생 연대체가 될 수 있나

“한대련의 ‘대안’이란 단어는 달갑지 않다. 이제까지의 주요 연대체였던 ‘한대련만큼의’ 역할을 할 수 있느냐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전총모가 큰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향후 몇 년 내 한대련보다 훨씬 나은 연대체가 될 거란 자신감이 있다”

-자신감을 뒷받침 할 정책이 있나

“학생들이 연대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정치권을 통한 과도한 사회 참여 때문이다. 전총모는 우리 세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한다. 전총모가 정의한 현 세대의 정체성은 ‘소통세대’다. 이 개념을 대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전총모의 모든 총학생회가 참여하는 ‘연합 축제’를 기획 중이다”

-전총모는 스스로 정치색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얼마 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를 만나 일각에서 친여당 의혹이 제기됐다

“새누리당과만 접촉하는 것이 아니다. 야권과의 토론회 관련 미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10월내로 민주통합당과의 등록금 토론회를 실시할 것이다. 새누리당과의 토론회를 먼저 한 이유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른 당과의 소통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연스레 사라질 오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전총모는 특정 정당과의 연계 사실이 확인된 총학은 탈퇴시킨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전총모는 대학생이 필요한 것을 사회에 요구하기 전에 대학생의 역할을 다 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것을 지향한다. 예를 들어 재능 기부, 학문 정진, 사회 문제 참여 등을 제대로 이행한 다음 대학생 지원의 당위성을 사회에 보여주는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대학생은 기성세대가 만든 판에 끼여 고유의 색이 없다. 따라서 대학생만의 독립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전총모를 포함한 모든 대학의 총학생회, 단과대 학생회 등 대학생 연대체는 독립성 확립을 위한 청년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연대 활동에 대한 일반 학생들의 대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

문채석, 조유미 기자 gyu@kukey.com

기사원문 고대신문 9월 17일자 4면
http://www.kukey.com/news/articleView.html?idxno=18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