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의 기숙사 수용률을 보이는 본교 일대에서는 원룸 임대에 대한 전단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숙사 신축 두고 계속되는 갈등
본교는 기숙사 신축을 위해 2014년 12월 11일 성북구청에 개운산 일부 부지의 공원계획을 변경하는 내용의 계획안을 제출했다. 해당 부지는 본교의 사유지이지만 서울시 공원계획에 포함돼 성북구청의 허가가 있어야 기숙사 건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성북구청은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는 이유로 본교의 계획안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2014년 10월 성북구의회는 ‘개운산 근린공원 내 고려대학교 기숙사 건립 추진 철회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고 본교의 기숙사 신축계획이 성북구의 자연을 훼손하고 주민의 휴식처를 빼앗는다고 주장했다. 성북구청 장용수 공원녹지과장은 “고려대의 기숙사 신축에 대한 반대 민원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이에 고려대에 주민 여론을 수렴해 계획안을 보완하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교는 지역 주민이 제기하는 문제점에 대해 보완책을 제시했는데도 타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설부 권진택 주임은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설명회를 개최하고 자료를 배포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며 “당시 구민이 환경파괴와 여가권 침해를 문제 삼아 산책길 정비와 체육공간 마련 등을 기숙사 계획에 포함시켰지만 여전히 맹목적인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고 말했다.
47대(2015년) 안암총학생회(회장=서재우, 안암총학)는 성북구청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서재우 안암총학생회장은 “구청이 학교와 학생에게 문제해결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이는 지역사회 내부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하는 행정기관의 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안암총학은 지역주민과 구청을 설득하기 위해 ‘기숙사 신축을 위한 우리들의 움직임 : 도토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결국 피해보는 것은 학생들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기숙사 건립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은 본교뿐 아니라 여러 대학에서 발생하고 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기숙사 신축을 추진하자 신촌 일대의 임대업자들은 단체를 구성해 이를 반대하기도 했다. 경희대 역시 지역주민의 반대로 기숙사 건립에 어려움을 겪다 2014년 12월 건축허가를 받았다. 홍익대는 마포구청을 상대로 기숙사 건축불허가 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지역주민에게 기숙사 신축에 대해 소를 제기당하는 등 지역주민과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는 지역주민의 이기심에 의해 학생이 피해를 보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청년주거권네트워크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대표는 “지역마다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이유는 다를 수 있지만 대개 원룸업자들이 공실률 증가를 우려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주민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행동에 따른 부담은 온전히 학생이 지게 된다”고 말했다. 본교 산업경영공학부의 한 교수는 “이는 결국 상업주의 논리로 학생의 교육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상권의 활성화 계기 돼
본교의 신축 기숙사가 학교 구성원과 지역주민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숙사 건립을 통해 학생의 주거여건이 향상되고, 이를 통해 주변 상권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기숙사 신축이 학업·생활적 측면에서 질적 향상을 가져온다고 입을 모았다. 2015년 1학기 기숙사 입사신청에서 탈락한 권재윤(국제학부14) 씨는 “기숙사의 공급이 학생들의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여학생의 경우 보안과 안전을 이유로 기숙사를 선호해 높은 ‘학점 커트라인’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5년 1학기 여학생의 안암학사 재입사 학점 커트라인은 구관과 신관이 각각 3.86과 3.93으로 공지돼있다. 권 씨는 “통학에 3시간 이상이 소요돼 학업적인 부분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기숙사 공급이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본교의 기숙사 건립이 성북구 상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본교 근처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수희(36·여) 씨는 “프런티어관 건립 이후 개운사길 내부에 카페 등의 상권이 활성화됐다”며 “개운산 부지에 기숙사가 신축된다면 근처에 새로운 상권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주거구역이 밀집된 지금의 형태에서 벗어난다면 본교 일대는 고대의 특성이 반영된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홍익대 일대와 같이 청년문화와 지역상권이 상생하는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 김범석 기자 conan@kukey.com
사진 | 차정규 기자 regular@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3 09:5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