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출범선언문

박종찬

세대교체 공동대표 / 고려대학교 제41대 부총학생회장

날씨가 꽤 쌀쌀합니다. 여러 대학에서 들려오는 등록금 인상 소식은 많은 사람의 가슴을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날카롭게 후비어팝니다. 바로 오늘, 세상을 바꾸어 교육 권리를 찾아내자는 의지 하나로 젊은 우리들의 힘을 이 자리에 모았습니다.

세대교체는 ‘세상을 바꾸는 대학생들의 교육권리 찾기 공동체’라는 뜻으로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교육권을 찾고자 만들어진 사립대학교 총학생회들의 모임입니다. 세대교체는 지난 12월, 17대 대선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의 연합 성명서 발표를 계기로 구성되었습니다. 우리는 나날이 치솟고 있는 등록금문제를 보다 새롭고 근본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나아가 대학생들의 교육 권리를 완연히 찾기 위해 앞장서고자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가 완연히 정착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한국 사회 안에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고, 서로 다른 가치관에 대한 관용 또한 깊어졌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급속한 정착으로 인해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고, 이는 개인주의, 나아가 공동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 ‘공동체’ 혹은 ‘연대’라는 개념은 낯선 것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사회 안의 개인이 파편화되고, 정치에 대해 개인의 무관심이 팽배해질 경우 결국 역사는 다시 한 번 개인을 배반하는 민주주의 발전의 후퇴를 낳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은 자신의 지역 혹은 지향하는 가치관에 관심을 갖고, 공동체에서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공론을 만들어 내어 이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의 방향과 대안을 생성, 이끌어가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세대교체는 국내 사립대학 총학생회들이 갖고 있는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갈 것입니다.

세대교체는 그 이름에 기존 총학생회 연합들이 지니고 있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성균관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단국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의 5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였습니다. 앞으로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총학생회가 계속하여 합류하게 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전국을 아우르는 공동체로 발전하여 세상을 향해 큰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우리가 서로 손을 잡은 것만으로도 큰 힘이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에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가 더해진다면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불합리한 교육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커다란 계기가 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리는 바이며 우리 세대교체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보다 나은 교육 환경에서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계속하여 노력할 것임을 밝힙니다.

2008년 2월 4일

세상을 바꾸는 대학생들의 교육권리찾기 공동체

세.대.교.체

열정에 찬 그대여, 세대교체를 위해 모여라!

- 비정상적인 등록금 인상 문제에 관한 차기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위한 세대교체의 요구안 -

- 매년 1,2월, 각 대학들의 총학생회는 학교와 등록금인상에 관한 협상을 진행합니다. 학교 측은 매년 학교발전을 위해 등록금을 인상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총학생회는 학교 측이 학교발전을 빌미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지나치게 금전적인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을 반대하면서, 그렇게 등록금투쟁은 매년 반복됩니다. 이렇게 등록금과 관련된 학생들과 학교 측의 싸움은 20여년이 넘도록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항상 진행되어왔고, 양쪽 모두 많은 비용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2008년 현재, 특정 단과대학의 등록금이 연 천 만원을 넘은지는 오래고 이제 평균 등록금마저 ‘연 천 만원’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 많은 대학들이 예년에 비해 높은 등록금 인상률 안을 제시했고, 또 다시 학생들과 학교의 끝나지 않는 싸움은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지금, 우리는 학교 측과 학생 양자 간의 문제인식을 뛰어 넘어 교육부, 더 나아가 정부에게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정부는 이렇게 매년 발생하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왔습니까? 학문과 배움에 매진해야할 학생들이 높은 등록금에 신음하고 있는 동안, 국가는 대학생들의 기본적인 학습권을 보장하고 지나친 금전적 부담을 해소시키기 위해 어떠한 제도적 지원을 해왔습니까? 저희 세대교체는 학교와 학생들의 끝나지 않는 싸움에 대한 책임과 해결을 차기정부에 촉구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 이제는 진정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물가상승률이나 경제 성장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등록금 인상은 매년 반복되어왔고, 그럴 때 마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 측에, 그리고 정부에 그 원인과 책임을 물어왔습니다. 그러나 변화는 없었습니다. 등록금 문제 해결 방안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고자, 우리 세대교체는 작년 12월 대선후보들을 상대로 등록금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듣기 위해 8개의 질문이 담긴 질의서를 보냈었습니다. 8개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해주신 다른 후보님들과는 달리, 이명박 대통령당선자께서는 한나라당의 고등교육정책이 담긴 달랑 한 페이지짜리 문서를 보내주셨습니다. 거기에서 당선자께서는 ‘돈이 없어서 학교를 못 다니는 학생은 없게 하겠다.’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현재 학교를 다니고 있는 수많은 학생들은 결코 돈이 있어서 학교를 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집에서 빚을 내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아니면 무리한 과외나 시급 아르바이트를 통해 겨우겨우 학비를 마련하여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매년 치솟는 등록금은 이러한 학생들의 의지마저 꺾어버리고 맙니다. 이것이 이명박 당선자께서 말한 ‘돈이 없어서 학교를 못 다니는 학생이 없는’ 대학 사회의 모습입니까? 이러한 학생들을 위한 차기정부의 국가적 해결책은 과연 마련되어 있기는 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 이제 대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와 과외는 필수요소가 돼버렸습니다. 약간의 용돈을 벌기위한 과외나 사회 경험을 위한 아르바이트는 자신의 용돈을 스스로 벌어서 생활하는 좋은 경험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현재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생활수준 이상으로 무리하게 많은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심한 경우 5개 이상의 과외를 하며 학비를 버는 학생도 있습니다. 일주일에 20시간 이상을 ‘돈을 벌 수 밖에 없어서’ 소비하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이 과연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까요? 매년 각 대학들은 세계 순위권 대학으로 가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그러한 목표를 위하여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따라서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 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학교 측의 재정 확보를 위해 학생들의 부담을 이토록 지나치게 가중시킨다면, 과연 그들의 말처럼 학교수준이 세계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을까요? 학생들은 높아가는 등록금으로 인하여 전공공부에 투자하는 시간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돈벌이’에 시간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 일류대학의 학생들이 학업이 아닌 돈을 버는 일에 이만큼이나 투자를 할까요? 대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열정을 짓누르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대학의 발전도, 국가의 발전도 있을 수 없습니다.

- 사립대 총학생회들의 모임인 우리 세대교체는, 대학생들이 배움의 터전인 대학교에서 본연의 임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기위하여 아래와 같은 사항을 대통령직인수위에 요구합니다.

하나. GDP대비 고등교육비 공부담비율을 OECD평균인 1%수준까지 올릴 것

대학의 장기적 발전과 대학 교육 여건의 개선을 위해서, 그리고 학생들의 지나친 등록금 부담을 해소시키기 위해서, 세대교체는 차기정부에게 GDP대비 고등교육비 공부담비율을 OECD평균인 1%수준까지 올릴 것을 요구합니다. OECD국가, 특히 주변의 일본, 미국에 비해서 현저히 낮은 현 사립대학교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확대하는 것만이 세계화시대에 발맞춘 대학 경쟁력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하나. ‘대학 등록금 인상률을 물가인상률의 1.5배 이내로 제한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

이 법안은 2006년 9월 열린우리당 정봉주의원 외 11명에 의해 발의되었던 법안으로, 학교의 설립·경영자가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을 당해 연도 직전 3개년 물가상승률 평균의 1.5배 이상 인상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사유서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을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킬 것을 한나라당을 비롯한 각 정당과 의회에 요구하며, 차기정부 역시 본 법안의 통과를 적극 지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하나. 고등교육발전을 위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정기적 토론의 장을 마련할 것.

고등교육의 당사자, 즉 교육의 주체는 바로 학생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법안의 개정과 같은 고등교육과 관련된 논의는 오로지 교육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진행되고, 결정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논의에 대학생들이 함께 참여하여 현실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대통령당선자 혹은 교육담당자와 대학생 대표단이 함께 하는 정기적인 토론의 장을 차기정부에서 마련할 것을 요구합니다.

- 해마다 치솟고 있는 등록금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긴급한 사안이 되었습니다. 정부는 ‘세 자녀 이상 낳아 키우기’를 출산정책으로 장려하고 있지만, 세 자녀가 모두 대학생인 부모는 이제 연 3천만 원 이상의 등록금을 혼자 감당해내야만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볼 때, 현재 각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경쟁은 서민들의 생활수준을 무시한 비정상적인 행태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등록금 문제가 전 사회적으로 이슈화 된 지금이야말로, 학교와 학생, 그리고 정부가 올바른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따라서 우리 세대교체는, 대학생들의 교육비 부담을 해소시키기 위한 위의 방안들을 차기정부에서 적극 수용할 것을 간곡한 마음으로 요구하는 바입니다. 더 이상 ‘돈 없어서 제대로 대학을 못 다니는’ 이 사회의 젊은이들이 늘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이와 더불어 모든 국민들이 대학생 등록금 문제에 대해 저희 세대교체와 충분히 공감하고 의식을 공유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