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교수 사건에 대한 학교 당국의 미온적 대응을 규탄하고,
H교수 파면 및 그 측근들에 대한 징계를 강력히 촉구한다


지난 3월 7일,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로 전화가 걸려왔다. 지도교수 H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력 및 금전적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어느 대학원생의 제보 전화였다. 이틀 뒤인 3월 9일, 제보자는 자신 이외의 다른 피해 대학원생 한 명과 함께 성폭력과 금전적 착취로 양성평등센터와 교원윤리위원회에 각각 H교수를 신고했다.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같은 날 피해자와의 면담을 진행했고, 그 자리를 통해 이 사건의 심각함을 인지할 수 있었다. 피해자들의 증언 대부분은 구체적인 증거자료 확보를 통해 진위 확인이 가능했고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피해자의 편에서 함께 노력할 것을 결의하였다. 이후 교내 자치단체들은 를 결성하였다. 그리고 11월 1일 오늘, 사건의 접수로부터 239일이 지났고, 피해자와 함께 우리는 지난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양성평등센터의 경우 사건 조사기간인 60일을 훨씬 초과한 뒤인 8월 11일 비로소 조사결과가 나왔고, H교수의 혐의는 대부분 인정되었으며 H교수에 대한 3개월간의 직무정지가 결정되었다. 교원윤리위원회의 사건 조사기간은 90일이지만 여전히 조사를 진행 중이고, 학교의 미온적 대응으로 인해 우리는 아직도 징계위원회가 소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3월 17일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H교수를 규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하였다. 그리고 같은 날, 우리는 신원미상의 남성으로부터 대자보를 뗄 것을 종용하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고,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의 총사퇴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협박을 당했다. 그 다음 날에도 우리는 유사한 내용의 전화를 받았는데, 이번에 전화를 건 이는 신원미상의 여성이었다. 같은 달 26일에는 의 주최로 H교수가 피해자들에게 가한 폭력을 규탄하기 위한 성명서 발표 및 기자회견 자리가 열렸다. 그러나 이 자리 역시 대부분 지도학생들로 구성된 H교수의 측근들로부터 훼방 받았다. 그들은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부터 기자들 및 학생들에게 H교수의 입장을 항변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있었고, 기자회견이 시작되려 하자 H교수의 지도학생이었던 강사 A가 회견장에 난입하여 협박조의 고함을 지르는 등 난동을 부리며 진행을 방해하였다. 이 과정에서는 학생들과의 몸싸움도 일어났다. 이날 H교수의 측근들이 배포한 자료는 피해자들의 신분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문구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피해자들이 ‘성추행범 꽃뱀’이며 지도학생들이 H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만지는’ 등의 성추행을 했고 따라서 H교수야말로 성추행 피해자이고 ‘선의의 피해자’이며, 피해자들이 ‘수준미달 박사논문을 통과시키려고’ 무고한 H교수를 음해하여 곤경에 빠뜨렸다는 등 허위적 사실로 2차적인 가해를 하였다. 피해자들은 이 보도자료와 H교수의 말 등을 그대로 기사화한 몇몇 매체들의 보도로 인해서 심적인 고통을 겪어야 했으며, 이는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또한, 같은 날 그들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사무실에 방문하여 H교수에 대한 사과 대자보를 24시간 안에 게시하지 않을 경우 법적 처벌을 감내하게 될 것이라며 협박하였고, 다만 반대 경우에는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를 ’용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유하려 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H교수 측근들의 가해 행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역시 H교수의 측근 강사 B에 의해 ‘성매매 알선’이라는 혐의로 고발당했다. 물론 이는 경찰의 조사 결과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이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더해진 고통의 크기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피해자들은 불필요한 조사를 받아야 했으며, 강사 B의 H교수와의 친분은 명시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이 ’시민’에 의해 성매매 알선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어 사건이 진실공방으로 변질되는 것에 가담했고, 그것은 곪은 상처를 후벼 파는 것과 같은 엄청난 성적수치심을 야기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양성평등센터에 강사 A와 B를 신고하였고, 양성평등센터는 이들의 성폭력 혐의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학교의 관련부서는 이들 A와 B의 강사로서의 자질이 의심된다는 양성평등센터 권고를 무시한 채, 이번 학기 강사 자격을 박탈하지 않았다. 영문을 몰라 문의 차 전화한 의 한 학생대표자에게 오히려 역으로 정보를 얻은 경로를 물으며, 이는 전달받은 일 없는 내용이라며 무책임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거짓으로 선전하며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등을 협박하거나 허위신고로 무고한 이들을 괴롭히는 등 교원의 품위를 손상시킨 이들은, 성폭력 및 금전적 착취를 일삼았던 H의 편에 서서 피해자들의 피해와 고통을 가중시킨 장본인들이자 더불어 자신들 스스로가 성폭력 가해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오늘도 교단에 서서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는 또 다른 안타까운 피해자들을 낳을 수 있는 일로, 가벼이 넘어가기엔 강사와 수강자의 권력관계를 떠올릴 때 그 결과가 너무나 참혹할 수 있다. 학생들은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며, 따라서 학교의 이러한 처사는 고려대학교 학생들에 대한 명백한 기만이다.

H교수의 피해자들에 대한 2차적인 가해는 오늘도 계속해서 진행 중이고, 피해자들은 도리어 H교수로부터 명예훼손죄, 무고죄,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소를 당해 이에 대응하느라 심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매우 지쳐있는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H교수에 의해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한 이들 중에는 최초로 사건을 접수시킨 피해자 2인과 추가 피해자 1인 등 피해자 3인 외에도 2인이 더 있으며(학과 내 다른 교수와 학과 학생 등), 추가 피해자의 경우 학부형과 함께 H교수로부터 업무방해죄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H교수의 직무정지 기간이 끝나가고 있음으로 인해 피해자들의 공포와 불안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벌써 239일의 괴로운 기다림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공정한 결과, 그것뿐이다. 우리는 어서 이 사슬을 끊어내어 고려대학교를 건강하고 안전한 배움의 터로 돌려놓기 원한다! 우리는 피해자중심은커녕 가해자 보호를 위해 피해자 일신상의 안위조차 그저 내팽개쳐지는, 피해자의 고통은 언제나 쉽게 무시당하는 현 세태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우리가 학교 당국에 요구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즉각적인 징계위원회 소집 및 H교수 파면
2. 강사 A와 B의 강의 자격을 즉각 박탈
3. H교수 측근들에 대한 엄중한 징계

위 요구들은 최소한의 것에 불과하며, 이에 관하여 타협 가능한 지점은 전혀 없음을 강조한다. 우리는 학교 당국이 조속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를 바라고, H교수와 그 측근들에 대한 공정한 심의를 통해 정의로운 사회 구현에 앞장서기를 촉구한다.


2012년 11월 1일
H교수 사건 대책회의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총학생회(안암), 총학생회(세종), 여학생위원회, 생활도서관, 고대문화, 석순,
제45대 문과대학 학생회, 제42대 사범대학 학생회, 제45대 정경대학 학생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0 00: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