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본관 앞에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고려대분회 분회장 김영곤 선생이 시간 강사 처우 개선을 주장하며 천막을 설치한 지도 어느덧 백 일이 다 되어간다. 이 천막은 고려대 구성원인 비정규직 강사가 학내 구성원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불편한 진실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주는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백여 일 동안, 시간 강사 처우를 둘러싸고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


근로계약서 한 장 없이 노동해온 시간 강사

2012년부터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업주와 근로자간에 반드시 근로계약을 서면으로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 당국은 바로 지난주까지도 학내 어떤 강사와도 서면 근로계약을 단 한 건도 체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학교 당국이 강사들에게 그들이 어떤 조건에서 노동하게 될 것인지 한 번도 서면을 통해 정확하게 알려주지도 않았고, 법 개정 이후에도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만큼 시간 강사를 안일하게 대우해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학교 스스로가 시간 강사를 교원으로 취급하기는커녕 노동자로서도 제대로 된 대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씁쓸한 진실의 일면이라 하겠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현재 시간 강사와 근로계약을 하지 않은 학교가 태반인데, 교과부에서는 시간강사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몰랐다며 실태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시간 강사는 정녕 학교의 ‘유령’이었던 것이다.


시급 이천 원 인상으로 ‘퉁’치려는 학교당국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강의하는 시간 강사가 받을 수 있는 강사료는 51,800원. 교육과학부가 2012년 적정 강사료로 제시한 7만원에 한참 미달하는 수준이다. 김영곤 선생은 지난 1월 학교 당국과 단체교섭을 진행할 때 이 점을 지적한 바 있으며, 당시 학교 당국은 이미 2011년 3월에 강사료를 2.5% 인상했다며 이 이상 강사료 인상은 어렵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학교 당국이 본관 앞에서 5월 5일 개교기념일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갑자기 시간 강사 시급을 2천원 인상해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전국대학강사노조가 시급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학교 당국이 교육과학부의 적정 강사료도 무시했을 만큼 시간 강사를 홀대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했던 것이지 그저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강사료를 받고자 함이 아니었다. 강사 노조와의 성실한 교섭 대신 이천 원을 올려주어 일단 천막부터 치워보려는 학교 당국의 비겁한 태도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따라서 학교 당국은 지금이라도 노조와의 성실한 교섭을 통해 시간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서면으로 된 계약서 한 장 없이 학교에서 일해 온 시간 강사들의 불안정한 처우가 명백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학교는 시간 강사들이 강의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연구환경과 노동환경을 마련하고 강의환경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번 전국대학강사노조 고려대분회와의 교섭 결렬은 연구중심대학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학교 당국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학교 당국이 시간강사에게 보다 안정적으로 강의할 수 있는 제반 조건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제25대 Arbol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21:5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