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이 무엇이란 말인가?
정치적 잇속과 특권 의식이 버무려져 만들어진 사생아 같은 이 요구는 무엇인가 말인가?
그렇다고 각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옹호하거나 세계적 대학이 되기 위해 등록금이 더 비싸져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반값등록금과 같은, 표현의 차이이겠지만 분명 정부의 교육에 대한 투자는 필요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과연 대학의 반값등록금이 전 사회적, 전 국민적 이슈가 될 만큼 보편적 가치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비싼 등록금으로 많은 대학생들이 자살하고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알바를 하다가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분명 이것은 사회적 문제이고 정부와 대학이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과연 학생운동권의 한 단체에서 말하는 것처럼 대학의 비싼 등록금이 근본적인 원인일까?
반값 등록금만 실현되면 이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그것은 절대 아니다.
운동권에서 흔히 얘기하는 신자유주의의 행태, 보편적 가치로서의 교육정책이 아닌 경쟁과 소외를 낳는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반값등록금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을 나와야지만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일류 대학을 나와야지만 잘 먹고 잘 살수 있다는... 그 속에서 경쟁하고 대립하고 소외 받으면서도 대학이라는 곳에 반드시 가야만 성공한 인생이 된다는.... 신자유주의에 의한 사회구조 속에서 잉태된 이러한 사회적 의식이 본질적 문제가 아닐까한다.  반값등록금을 말하기 전에 한국사회의 잘못된 교육구조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부차적으로 비싼 등록금, 반값등록금을 외치는 것이 진정한 진보이고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한 학생운동 단체에서 반값등록금 실현하자고 외친다고 해서, 정치권에서 반값등록금을 두고 설왕설래한다고 해서, 언론에서 호들갑을 떤다고 해서 그냥 마냥 보고 들으면서 반값등록금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막연한 기대와 호응이 아니라 그 본질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난 8.24 주민투표 진행과정과 결과에서 우리는 보편성과 선택성,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세금 문제 그리고 그 이면에 존재한 정치적 잇속을 보았다. 그리고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 편가르기, 이데올로기 싸움을 말이다.

반값등록금에 그대로 적용해 보면 과연 반값등록금이라는 몸통에는 보편성, 선택성,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세금문제, 정치적 잇속이 없는 건가? 반값등록금과 관련해서는 아무도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초등학생, 중학생 밥 한 끼에는 그렇게도 국가가 흔들릴 정도로 찬반으로 나뉘어 인색하게 떠들어대더니 말이다.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학생운동권 진영에서는 아마도 단계적 투쟁이라는 정치적 잇속(?)을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대학생들의 실정에 맞는 현실 투쟁을 통해 잠자고 있던 대학생들의 진보성 내지 급진성을 깨워 또 다른 정치 투쟁의 장으로 나서게 하기 위한... 학내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한... 그래서 쇠퇴해 가는 학생운동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치권은 어떠한가?
그렇게도 보수적, 수구적이라는 정당에서 반값등록금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으려한다는 것이 꽤나 큰 놀라움이었다. 그것도 대학생들이 하루 이틀, 올 한해만 외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동안 그렇게도 등록금으로 대학생들이 자살을 해도 일언반구도 없이 외면해 오던 그런 정당에서 말이다.

왜 그랬을까? 총선이라는, 대선이라는, 보수(수구)의 재집권에 대한 목적의 발로가 아닐까한다.
그들에게는 치욕이었던 10년의 세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권의 세월....그것을 되풀이하기 싫어서 20대의 투표율이 필요하다는 절실함과 진보적 색채를 띄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적 상황의 위기감에서 나온 자구책은 아닐까?
그토록 반대했던 100% 무상급식은 그 대상자들이 투표권이 없었다는...그리고 대학생들에게는 투표권이 있다는 사실....
과연 초등학생, 중학생들에게도 투표권이 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투표권이 있는 부모들을 향해서는 세금이라는 현실적 화두를 던지고 말이다....

아마도 반값등록금은 세금이 문제되지 않나보다...적어도 그들에게는 말이다. 대학생도, 부모님들도 모두 투표권이 있으니...

진보적 정당이라는 이들은 왜 일찍이 학생운동권을 도와 대학 등록금 문제에 관여해 왔을까?
지금 진보적 정당의 당원들이 8~90년대 학생운동 출신이라는 태생적 연관성과 학생운동가들이 각 진보적 정당에 학생위원회에 가입되어 있는 연계성을 바탕으로 정당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기 위해서 지금까지 한국변혁을 주도적으로 행했던 학생운동의 인해전술이 절실히 필요해서는 아닐까?

이러저러한 이해관계 속에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게 된 반값등록금이 학생운동권은 자신들이 가열차게 투쟁하여 이룬 성과라고 자화자찬하며 선전하고 있다. 조금만 더 하면 실현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정말 과대망상....가식적으로 비춰진다. 자신들도 이러한 정치적 판세와 잇속들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의대생 출교건도 한 운동권 학생회에서는 자신들이 압박해서 이뤄낸 성과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참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잇속만 차리고 있다....)

이 땅의 20대는 모두 대학생만 존재하는가?
아니다. 이 땅의 20대는 전태열 열사와 같은 이들도 존재하고 있다.

가난해서 등록금을 마련 못해 대학을 못 갔던, 공부를 못해서 대학을 못 갔던, 이 땅의 20대는 대학생만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생이 아닌 20대와 그 부모들, 그리고 대학을 나오지 않은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은 과연 반값등록금 실현하자는 외침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도 서글픈 비웃음를 보내지 않을까?

정치적 잇속과 특권 의식으로 얼룩진 반값등록금 보다 대학을 나와야 사람답게 산다는 사회적 구조와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더 보편적이고 순수하지 않을까?

초, 중, 고등학교만 나와도 차별 없는,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는 사회를 만들자고 외치는 것이 더욱 인간적이지 않을까? 나 편하자고, 나만 다음에 잘 먹고 잘 살자고 반값등록금 실현하자고 외치는 것 보다 그대들이 이루고자 하는 사회변혁이라는 대의명분에 더 근접하지 않을까?

이러한 고민과 행동이 지성인으로서의 대학생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가장 이상적인 것은 미국이 아닌 유럽처럼 대학에 정부 지원이 많아지고, 대학을 안 나와도 차별 없이 잘 먹고 잘 살게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것이 어려운 현실에서 선택적 특정적이지 않은 사람 중심의 보편적 가치를 향해 달려 나가는 것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시민과 함께하는 반값등록금 고연전’
고연전... 그대들은 고연전은 역사의 아픔과 함께 해 왔다며 고연전 속에서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고연전이라고....

또한 운동경기라는 경쟁과 대결구도... 응원에만 참여하는 학생들은 객체로 전락해버린다고, 소외당한다고.... 이런 고연전을 “그들만의 잔치”라고 말할 것이다. 모든 고대생, 연대생이 참여하는 고연전을 만들자며....

그렇다. 고연전은 일제시대에는 일제에 저항하는, 그리고 독재에 항거하는, 민주화의 열망을 쏟아내며 역사의 아픔과 함께 해 왔다.....하지만 그대들이 지금 말하는 ‘시민과 함께하는 반값등록금 고연전’은 거기에 부합하는가? 역사의 아픔인가?

고연전의 역사에 먹칠하는, 정치적 잇속과 특권의식이 가득한, 참여 주체로서의 고대생과 연대생을 말하면서 고대생과 연대생을 인원 동원 수단으로만 이용하려는 의도는 없는지....그리고 자신들의 속한 조직 속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높이려는 의도는 없는지.....

고연전이라는 명분으로 청계광장에서 혹은 시청 앞 광장에서 전경들에 둘러싸여 촛불 들고 노래 부르며 또 다른 형태의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이 땅의 대학생이 아닌 사람들은 외면한 채 말이다. 역사의 아픔....일제에 저항....독재 항거와 민주화의 열망과 비교하면서 말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고연전이며 부끄러운 고연전을 연출하려 한다. 그대들의 발상이 부끄럽다. 고연전의 역사와 의미를 말하면서 그에 반하는 고연전을 한다니 말이다. 차라리 비운동권처럼 축제로서의 고연전을 말하는 것이 더 순수해 보인다.

한 학생운동권 단체에서 대학생이라는 계층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기 위해서 반정부 시위로 등록금이 비싸다! 반값등록금 실현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충분히 인정하고 비판할 생각도 없다. 허나 마치 사회민주화를 외치던 과거처럼 반값등록금 실현 투쟁이 역사의 발전... 사회변혁의 한 과정인 듯이 고연전의 역사와 대비해서 의미부여할 것이라면 그것은 치졸한 언어의 유희이자 자위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시민들과 함께하는 반값등록금 고연전’이 아니라 ‘우리들만의 반값등록금 고연전’이라고 하는 것이 더 순수하게 보일 것 같다.

정치적 잇속과 특권의식 등을 먼저 깨버리는 것도 그대들이 할 일이 아닐까?
전 사회적인 보편타당한 가치를 외치고 실현해 가는 그대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사상과 이념, 입장....지분만 쫓는 보수(수구)와 진보적 정당을 닮아가지 말고 학생다운 순수함을 보고 싶다.

그것이 앞으로 아니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의 진보 vs 보수의 대립에서 이길 수 있는 최대의 무기가 되지 않을까? 기성세대들이 못한다면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것도 학생운동의 몫이 아닐까? 단지 같이 어울려 놀아나면서 성공에 대한 욕망만 꿈꾸지 말고 말이다.

안철수님의 신선함과 박원순님의 고요함 속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을 운동권적 시각과 분석으로 비난하지 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지우책인명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6 07:4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