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에게 혐오할 권리는 없습니다 ]

1969년 6월 28일,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일어난 스톤월 항쟁 이후 성소수자들은 사회의 차별과 멸시에 더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항쟁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는 행사가 바로 ‘프라이드 퍼레이드’이다. 2023년 7월 1일, 을지로2가 일대에서 개최된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 또한 서로 다른 우리가 존재함을 축하하고, 함께 걸으며 공존의 가능성을 확인한 프라이드 퍼레이드 행사였다.

그러나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행사 장소는 예년과 달랐다. 그간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을지로2가 일대에서 진행되었다. 이는 서울광장 중복신청에 대한 서울시의 일방적인 사용 단체 선정으로 인해 사실상의 서울광장 사용 불허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신고 단위들 간의 조정 절차 진행 이후, 조율이 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광장 운영위원회에서 사용 단체를 선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올해는 조정 절차 없이 바로 광장 운영위원회에서 사용 단체를 선정하였다. 그 결과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서울광장에서 개최될 수 없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연간 15만여 명이 참석하는 국내 최대 민간 축제로, 성소수자 당사자는 물론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권리를 지지하는 시민들도 기다리는 공개문화행사이다. 이 점을 고려했을 때, 중복 신고된 다른 행사가 광장 사용에 있어 정말로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더 우선했는지 우리는 의문한다.

대구에서도 대구퀴어문화축제의 도로 점용을 두고 시 공무원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는 소동이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몇몇 정치인들의 성소수자 찬반 의제화는 개인의 존재성이 마치 찬반 의제인 양 보이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그저 단 하루, 서로가 이 세상에 존재함을 외치는 단 하루의 문화축제에 너무나도 많은 비난과 방해가 존재함을 목격했다. 지금 우리 사회 속 퀴어문화축제는 특정 세력에 의해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다. 계속되는 지자체와 혐오세력의 방해와 프레이밍은 퀴어문화축제를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축제가 아니라 선정적이고 불쾌한 행사라는 편견을 강화한다. 이렇게 의도된 프레이밍은 곧 사회 내 수많은 혐오를 마치 정당한 비판인 양 오인하게 하고, 사회가 퀴어를 배척하게 한다. 이로써 차별과 혐오가 양산되고, 이것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성소수자라고 함은 단순히 양적으로 소수라는 뜻이 아닌, 지배적 규범으로부터 권리를 존중받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누가 성소수자에 속하는지는 본질적이고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보려 하지 않고, 그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억압하고, 이해하기 귀찮으니까 외면하고, 보이지 않도록 숨기려 한다면 어느새 모두의 존재가 존중받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외치는 여정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사회는 이를 숨기려 하지 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내어 논의해야 한다.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비난과 부정, 숨기기가 아닌 포용과 연대, 드러내기이다.

모든 사회의 구성원은 성별, 장애, 병력, 국적, 인종, 종교, 사상, 성적 지향성과 정체성, 연령, 사회 경제적 처우에 의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자신을 숨겨야 하는 사회가 아닌,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에 우리는 존중을 수반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듣고, 말하려는 의식이 필요하다. 미워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은 근원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기에, 오늘도 소리 내어 말한다.

제39대 고려대학교 동아리연합회 [이랑] X 제35대 고려대학교 애기능동아리연합회 [우듬지]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22:23:12: